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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왜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않는가?

by 격암(강국진) 2024. 7. 25.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흔히 그 사람을 운이 좋다고 하거나 책임감이 없다고 비난한다. 왜냐면 그렇게 살지 않는 자신들도 물론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불운한 탓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그 이유가 자신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자기 뜻대로 사는 사람을 운이 좋다고 말하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말에는 오해가 있다. 첫째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말과 성공은 다른 거라는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이 어떻게 머리속에 떠오르는 모든 일들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나는 하늘을 날고 싶다. 이 말이 내가 지금 하늘을 슈퍼맨처럼 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거대한 빌딩을 가지고 싶다는 말이 거대한 빌딩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기준으로 해서 말이다. 

 

사실 자기 뜻대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어떤 성공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러저러하면 뭔가를 성공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살다보니까 자신은 지금 뭔가를 하고 싶은데 그걸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생활비는 어떻게 할 것이며, 미래는 어떻게 하고, 가족에 대한 내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므로 사람들은 그렇게 사치스런 꿈을 쫒는 일을 할 정도로 자신은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하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불행해 질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이론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다. 그건 그냥 타고난 기질이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되겠지하고 이론 따위 따지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사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론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애초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론들이라는 것이 얇팍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불행해진다고 입시생들에게 어른은 말하지만 공부따위 잘했는데 불행한 사람도 많고 공부는 별로 안했는데도 성공하거나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나도 공부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것이 절대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이론을 너무 강하게 믿는 사람들은 뭔가를 하지 않으면 당장 죽을 것처럼 미래 예측에 확신이 넘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이론을 믿지 않는 것이다. 특히 얇팍하고 잘못된 이론을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성공하기 때문에, 그런 이론을 믿기 때문에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이론에 얽매인 사람은 그런 계산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사냐고 물을 일이 아니다. 반대로 성공에 대한 자신의 이론은 정말 그렇게 절대적인지를 따져야 한다. 어차피 미래를 모를거라면 이왕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 어느 길이든 성공할 확률은 작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걸 해보다가 실패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둘째로는 시간이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어느 날 아 지금부터는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지라고 결심했다고 해서 생활이 그날로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아주 극적인 경우이고 대개는 겉으로 봐서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사소한 데서 차이가 누적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젊어서부터 집을 빚내서 사고 이제 할부금은 30년동안 갚기로 했다고 하자.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환경이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살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이 내가 말하는 이론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지적하고 싶다. 집을 사서 30년동안 할부금을 갚는 것이 정말 당신이 원하는 것인가? 중간에는 수 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질 텐데 자신을 그렇게 얽매고 싶은가? 그 답이 예이건 아니오건 그게 내가 원하는 거라면야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당신은 그 집을 사서 가꾸며 그 집에서 사는 것이 꿈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것이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내 계산에 따르면 이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할 때이다. 그런 계산은 맞지 않는다. 게다가 맞고 틀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계산들을 부지런히 하고 그럴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자신에게 족쇄를 채운다. 미래의 기회와 자금을 빌려다가 지금 쓴다. 이것이 더 중요한 면이다. 그런 선택들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그것이 어떤 계산때문이라면 나중에 그 계산이 맞았건 틀렸건 우리는 스스로를 감옥에 집어넣은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를 하면 20년뒤에는 100억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고 하자. 엄청난 돈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계산이 맞다면 이 사람은 아주 현명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100억이고 뭐고 나는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100억을 버는 건 사실인데 알고 보니 그 돈을 내가 한푼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계산에 대해 다른 생각이 나도 우리는 과거의 내가 한 계약에서 벗어날 수가 없거나 아주 비싼 댓가를 치뤄야 그렇게 할 수 있는 때가 많다. 돈만 보고 한 결혼이 불행한 경우를 생각해 보라. 

 

계산은 물론 틀리면 재앙이다. 그런데 설사 맞아도 악마와의 계약과 같을 수 있다. 계산은 맞았지만 그 계산은 종종 탈출할 수 없는 감옥이 된다.  그렇게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평생을 보내는 벌을 받는다. 그런 일은 극적인 경우에는 단 한번의 선택 때문에 생기지만 대개는 그냥 그날 그날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그렇게 시간이 없는 것이고, 많은 일을 한 것같지만 뒤돌아보면 또 아무 것도 의미있는 일은 한게 없는 것같으며, 많은 것을 가진 것같지만 가치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같은 것이다. 왜냐면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를 감옥에 집어넣고 미래의 자신을 스스로가 구속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도록 스스로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나에게 '정신차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해!'라고 스스로 계속 말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을 공짜로 생각하서는 안된다. 그래서 그것은 운이 좋은 것도 아니고 무책임하다고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 왜냐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도 댓가를 치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댓가가 있다. 우리는 하나의 인생만 살수 있다. 왼쪽을 선택하면 오른쪽을 가보지 못한 것을 댓가로 치뤄야 한다. 

 

모두가 10만원을 받았는데 아침에 10만원짜리 밥을 먹은 사람이 저녁이 되자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돈을 아껴서 저녁을 맛있는 걸 먹는 사람을 보면서 부러워 해서는 안된다. 왜냐면 내가 지금 굶고 있는 것은 아침에 10만원짜리 식사를 했기 때문이고 지금 배고픈 것은 그것에 대한 댓가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해야 힘이 나는 것같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후회없이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은 스스로가 희생하면서 살고 있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래서 불행하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게 사실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은 종종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즉 그들도 사실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세계 일주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자식때문에 평생 한 도시에 머물며 일하고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곰곰히 생각해 보면 결국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산 것일 수 있다. 

 

그 사람이 나도 세계 일주 여행을 하고 싶었다라고 말할 때 실은 그 사람은 '나는 공짜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댓가를 치루고 뭔가를 하고 있는데 자기는 공짜로 그렇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게 안되니까 지금 처럼 살았다. 댓가를 치루기 싫어서. 이런 식의 사고는 불공평하다. 이런 식의 사고는 누군가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너는 공짜로 그렇게 하고 있구나. 너는 운이 좋구나. 너는 책임감이 없구나.'라고 말하게 만드는 것이다. 

 

누구도 공짜로 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댓가를 치루기 마련이다. 그 댓가는 대개 가보지 않은 길의 형태로 치뤄야 한다. 다르게 살았다면 다른 걸 경험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다시 계산기를 두들기면서 그 길은 내가 안가봐도 이러저러하리라는 것을 알아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계산도 대개 맞지 않다. 예를 들어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대개 무모한 길을 걸은 사람들이다. 얄팍한 계산에 몰두하느라 어쩌면 당신은 아주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것은 운명적 사랑일 수도 있고, 당신안에 있던 엄청난 재능일 수도 있으며, 건강일 수도 있고, 행복일 수도 있다. 당신은 뭔가를 지키기 위해서 뭔가를 포기했지만 실은 당신은 황금을 한무더기의 똥덩어리와 바꾼 것일 수도 있다. 심지어 당신의 심장은 그걸 당장 바꾸라고 하는데도 애써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이다. 

 

나는 사람들의 계산이 잘 맞지 않고 계산이 맞는 경우에도 그것은 미래의 나를 감옥에 집어 넣는 일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기에게 거짓말 하지 말고 남을 이유없이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은 당신도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핑게를 만들지 말라. 괜히 스스로를 우울하게 만들지 말라. 게다가 그런 일을 안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들을 이유없이 비난하지도 말라. 각자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고 자기가 내야할 비용도 자기가 감당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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