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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국가란 무엇인가

한국은 정말 보호무역으로 컸을까?

by 격암(강국진) 2025. 4. 6.

아침에 일어나 기사를 읽다보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났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는 그 기사는 인도,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한국등의 사례를 말하면서 다른 나라는 모두 보호주의장벽때문에 성장을 못하는 실패를 겪었는데 한국은 보호주의장벽덕에 성공한 사례라고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보호주의 장벽덕에 성공한 나라라고 말하는 이 기사는 한국의 산업혁명이 보호주의 장벽덕이라는 의견의 출처로 한국 경제 학회장 이근을 든다.  

 

그런데 정말 한국이 보호무역으로 컸을까? 역사는 반복해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정확히 증명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국은 보호무역때문에 대부분 손해를 보다가 장벽을 열고 나서야 급성장했다. 당장 두 가지 사례가 생각나는데 하나는 김대중 정권에서 일본에 문화개방을 했던 일이다. 그 시기는 1998년이었다. 그리고 HOT가 국제적 인기를 얻거나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국제적 인기를 얻어 한류열풍이라는게 생겨난 것은 바로 그때 이후부터 였다. 이걸 보면 한국의 문화산업이 본격적으로 세계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외부에 문화를 개방했던 때부터였다는 것을 알 수있다. 다른 사례는 아이폰이다. 한국은 삼성의 영향탓인지 아이폰을 이런 저런 핑게를 대고 한국에서 쓰지 못하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이찬진같은 사람이 아이폰 보급을 적극 주문했는데 삼성이 애플과 경쟁한다고 할만큼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장하게 된 것은 그때 이후다. 아이폰없이는 삼성폰도 없었을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이폰의 국내보급은 파급이 컸다. 

 

한국의 자동차는 정말 보호무역으로 성장한 걸까? 내가 젊었던 20세기 말엽은 IMF로 기아가 부도나던 시절이다. 삼성도 자동차가 하고 싶었는데 결국 실패했다. 이 시절에 한국의 자동차가 정말 세계적인 기업이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당시에는 내 기억속의 한국차는 성능도 형편없었다. 그리고 한국은 지금보다도 가난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자동차 산업을 키우던 1980년대에는 한국 사람의 수입으로는 극히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외제차는 대개 꿈도 꿀 수 없는 물건이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외국차와 비교해서도 그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그것은 미국과 FTA를 한 이후다. 즉 외국에 자동차 시장을 개방한 이후다. 

 

어쩌면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보호무역이 도움이 되는지 별다른 도움이 안되고 방해만 되는지는 영원히 토론해도 결론이 나지 않거나 애매모호하게 도움도 되었지만 방해도 되었다는 식으로 결론나는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왜 한국은 보호무역으로 성공한 사례로 뽑힐까에 주목하게 된다. 위 기사에 나오듯이 그런 의견의 출처는 한국 사람이다. 나는 이것이 불편하다. 왜냐면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출 주도형 경제로 성장한 나라다. 그런데 이런 사실에 한국이 보호무역으로 성공한 나라라고 하는 의견을 합치면 결국 한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 불공정한 무역을 해서 성공한 거라는 말이 된다. 즉 수출은 하되 수입은 막는 전략으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정말 이게 한국 성공의 근본비결이었을까? 이런 성공은 한국이 한때 그랬던 것처럼 아주 가난한 나라에서는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처럼 어떤 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자라나고, 국민소득이 3만불이 될 정도로 성장하는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한국과 외국의 외교에서 한국이 강대국으로 이런 불공정 무역을 강요할 수 있을만큼 강자였다는 말인가?

 

이렇게 보면 한국이 보호무역으로 성장했다는 주장은 한국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장할 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한국인 스스로가 하고 있다. 이건 일종의 식민지 정신이 아닐까? 우리의 성공은 우리의 노력때문이라기 보다는 다른 나라의 관대함 때문이라고 믿는 정신말이다. 

 

경우에 따라 애매한 경우도 있지만 가난한 나라가 부자 나라가 되는데 있어서 보호무역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부자나라는 가난한 나라에게 언제나 불리한 무역을 강요할 힘이 있기 때문이다. 보수정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자라난 것은 197-80년대라고 말하면서 박정희가 한국 경제의 대부라는 식으로 말하고는 한다. 이런 말이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을테지만 모든 문맥에서 옳은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의 물건과 현대차가 미국에 단 하나라도 팔리는 것이 영광이었던 시절이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2천불대였고 한국인은 삼성이 미국인에게 전화기를 팔고, 현대차가 미국에 차를 수출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황공해 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한국은 1994년에 잠깐 국민소득 1만불을 넘겼고 1997년에는 국가부도로 국민소득이 7700불대로 줄어든다. 그리고 김대중 정권을 지나 지금에 이르러 국민소득이 3만불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때가 언제인가? 이때가 1987년의 민주화 운동 이후고, 1988년 올림픽 이후이며, 김대중, 노무현 정권 이후다. 

 

즉 한국 경제가 국제적으로 의미있을 정도로 크게 성장한 것은 민주화 운동 이후 권위적 정권이 물러난 이후다. 21세기에도 이명박 박근혜 윤석렬등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섰지만 그래프를 보면 이들 정권때는 한결같이 경제성적이 좋지 못하다. 만약 이들이 없이 전부 민주당 정권으로 이때까지 한국이 대통령을 배출했다면 지금 국민소득이 5만불은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경제는 보수가 잘하고, 한국 경제 신화는 박정희 시절이라고 하는 것은 보수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거짓 신화다. 한국 경제의 성장은 민주화, 권위주의 정치의 패퇴 그리고 이에 따른 자연스런 개방의 결과였다. 

 

나는 나의 이러한 결론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것은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첫째로 이런 의견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로 이 반대 의견도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것이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에서는 주류적 의견이 내가 말하는 것과 반대라서 언론도 학자들도 이걸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일이 너무 많다. 이건 아직도 한국에서 민주화세력이 비주류라서 그렇다. 학교와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 자신의 식민지주의적 관점을 반복하면서 말하다 보니까 그렇다. 이건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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