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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키워드 여행

강천산군립공원과 광주시립무등도서관

by 격암(강국진) 2025. 5. 19.

전주의 완주시립도서관을 나와서는 목욕을 하러갔다. 로뎀트리스파. 목욕만 하는데는 9천원이다. 따듯한 욕조에 앉아서 만원짜리 속초의 사우나가 얼마나 엉망이었는가를 생각한다. 아무리 관광지라지만 좀 너무 차이가 난다. 저녁에는 강천산 군립공원의 주차장에서 스텔스 차박을 할 예정이므로 그 전에는 한끼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내가 선택한 것은 고향시래기였다. 전주에 오면 항상 가는 내 맛집이지만 일요일이라고 휴일. 그래서 대신 먹은 것은 금암면옥의 칼국수와 만두다. 금암면옥의 칼국수는 베타랑칼국수와 별 차이가 없지만 맛있는 들깨 칼국수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먹기 힘들다. 하지만 금암면옥의 만두는 내 인생만두이므로 기회가 된다면 잔뜩 먹지 않을 수가 없다. 

 

혼자서 만두와 칼국수를 잔뜩 먹고 차를 강천산군립공원으로 향했다. 순천에 있는 강천산군립공원은 전주에서는 60km정도로 한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주차비도 받지 않고 화장실도 있지만 군민이 아니면 강천산군립공원에 들어가는 것은 5천원의 입장료가 있다. 2천원짜리 상품권을 주지만 그걸로 돈을 더 쓰기 싫어서 그냥 쓰지 않았다. 강천산군립공원은 입장료를 낼 가치가 있는 곳이다. 잠까지 자고 가는 나로서는 불만이 없다. 

 

강천산 군립공원은 단풍으로 유명하고 가까이에 내장산이 있지만 우리 부부는 강천산을 더 좋아했다. 다른 것도 있지만 강천산 군립공원은 산길같지 않은 편안한 길이 하천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어서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이기 때문이다. 매표소에서 병풍폭포를 지나 출렁다리를 지나고 구장군폭포까지 가면 대충 3km가 안된다. 중간에 출렁다리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꽤 괜찮은 운동이고 산책이 된다. 

 

이 날은 최근 출렁다리를 워낙 많이 봐서 출렁다리는 올라가지 않기로 했다. 그대신 구장군폭포에서 헬기장까지 산길을 걸었다. 거리로는 2km정도지만 경사가 있어서 앞의 평탄한 길보다 오히려 더 어렵고 사실 대단한 구경거리는 없다. 선녀계곡길이라는데 단풍나무가 너무 무성해서 계곡이 안보인다. 다만 이 단풍나무 터널이 단풍 계절에는 예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잘 걷지 않는 길이라는 것이 길위에 자라난 풀로 느껴졌다. 잠깐만 걸어가려고 간 길인데 뭐가 나올때까지 걷는다는게 헬기장까지 가버렸다. 이 길은 총 11km였고 나는 이걸 2시간 반동안 걸었다. 구장군폭포까지만 갔다가 오는 길은 왕복 6km 정도의 평탄한 길이다. 

 

 

걷는 길과 도서관이라는 패턴으로 이뤄진 나의 여행은 본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걷는 길과 도서관이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이 좋은 곳은 도심인 경우가 많고 걷는 길이 좋은 곳은 도시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제까지 속초와 강릉, 전주에서만 예외였는데 여기저기 다녀본 결과 아직은 전주만큼 종합점수가 높은 곳은 없는 것같다. 

 

광주는 인구 140만의 대도시로 강천산군립공원에서 25km 정도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가 테슬라를 충전할 슈퍼차저의 위치들을 생각해서 나는 광주의 도서관으로 왔다. 다행히 월요일인데도 광주를 대표한다는 광주광역시립무등도서관은 열려 있었다. 

 

 

 

하지만 인구 140만의 광주시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는 좀 아쉽다. 낡은 벽돌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괜찮은 시설을 갖췄지만 여전히 이 도서관은 독서실 역할을 하던 과거의 향수가 느껴지는 낡은 도서관의 느낌이 남아 있다. 지역민에게 복지시설로 여겨질 정도는 아니고 어제 갔던 전주시립완주도서관보다 훨씬 못하다. 그래도 책의 향기가 느껴지는 좋은 도서관이기는 하지만 시의 규모를 생각하면 광주가 책의 도시라고는 할 수 없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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