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8년을 살았던 나는 아직도 가끔 전주로 여행을 간다. 전주는 맛의 도시로 말할 수도 있고 한옥마을의 도시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주의 한가지 특징은 도서관의 도시라는 것이다. 전주는 인구에 비해 도서관이 많은 도시일뿐만 아니라 그 도서관들을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복지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꾸며 놓았다. 그래서 사방에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있다.
그래서 전주는 아예 전주 도서관 여행이라는 것을 진행한다. 예약을 하면 한개 도서관에서 50분정도씩 시간을 가지면서 몇개의 도서관을 둘러 보는 코스들이 몇개나 된다. 꽃심 도서관, 서학예술 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연화정 도서관, 책기둥 도서관, 완산 도서관,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아중 도서관, 한옥마을 도서관, 동문헌책도서관, 첫마중길여행지도서관들이 이런 코스에 포함되어 있다. 이 도서관들을 하루에 다 둘러보는 것은 무리지만 몇개를 잡아서 둘러 보면 커피 한잔에 8천원씩하는 고급 카페에 간 것보다 더한 감동을 느낄 수 있고 모두는 아니지만 실제로 몇몇 도서관에는 싸고 맛있는 커피도 있어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지난 목요일에도 나는 아내와 함께 풍남가족호텔에 1박을 잡고 전주로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아내에 따르면 전주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객사쪽에 있는 풍남가족호텔은 숙박대전할인까지 포함하면 1박에 무려 만구천원이라는 가격으로 숙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토스트와 씨리얼 정도지만 아침도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절대 불평할 수 없는 호텔이었다. 이 호텔에는 주차도 쉽고 저녁에는 객사길을 산책하다가 맥주를 한잔하고 그대로 바로 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숙소가 음식점이 많은 객사길에 있기 때문이다. 단 이렇게 싼 곳이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잠자리가 편하고 에어컨이 조용해서 잘 숙박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이곳이 아니라도 전주에는 평일이라면 싼 값에 숙박할 수 있는 곳은 많다. 지난 번에는 한옥마을 쪽의 한옥 펜션에 잤는데 그 곳도 좋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숙박을 하는 장점은 역시 저녁에 주변을 산책하고 먹고 마시고 하다가 그대로 잘 수 있다는 것인데 음식이 맛있고 술집이 많은 전주는 이런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전주에서 4개의 도서관을 들렸다. 다가 여행자도서관, 아중호수 도서관, 동문 헌책 도서관 그리고 한옥 마을 도서관이다. 모두 아주 좋았다. 도서관 여행에서는 각 도서관을 1시간정도 둘러볼 시간을 주지만 사실 자리만 있다면 그 정도만 머무르기에 아까운 공간들이다. 그래서 도서관들을 둘러보다 보면 따로 계획하지 않고 전주에 가서 이런 도서관에 앉아서 책도 보고 글도 쓰고 만화도 보다가 오는 것만으로 충분히 휴식과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도서관들을 약간 소개해 보자. 사진들이 부족한데 특히 다가 여행자 도서관은 아주 좋은 곳인데도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았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이미 여러 사람이 멋진 사진들을 올려 놓았으니 미안하지만 그걸 참고하기 바란다.
다가 여행자 도서관은 아침 9시에 여는데 우리가 숙소로 잡은 풍문가족호텔에서 금방 걸어가면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아침 산책길에 우리는 이 도서관에 들렸다. 우리는 여기 저기 만들어 놓은 공간에 감탄하면서 체크 아웃시간에 쫒겨서 떠나기 아쉬워 하다가 나왔다. 이 다가 여행자 도서관이 있는 골목은 객사길에서 큰 길 건너에 있다. 거기서 부터 한옥마을쪽으로 걸으면 그 길은 여러가지 음식점이며 술집이 나오는 또 하나의 번화가다. 나는 술집이 많아서 술례길이라고 불러달라는 이 길이 요즘에는 객사길보다 더 정감있게 느껴졌다.
아중 호수 도서관은 전주의 아중 호수에 있다. 호수 아래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수를 한바퀴도는 데크길을 따라 약간 걸어가면 나오는 곳에 도서관이 서 있다. 장소가 협소해서 바로 그 앞에 주차하는 것은 무리다. 요즘은 워낙 더워서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봄 가을이라면 데크길 한바퀴를 도는 것도 물론 아주 좋은 생각이다. 이 아중 호수 도서관은 다른 말 할 것없이 그 전망이 환상적이다.

도서관의 크기에 비해서 좌석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 좌석 하나 하나가 황공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도서관은 음악감상 자리도 있다. 턴테이블에 좋아하는 LP를 걸어놓고 호수를 바라보면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내는 여기가 너무 좋아서 그냥 하루 종일 있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그 다음에 우리가 간 곳은 전주 한옥 마을쪽에 있는 동문 헌책 도서관이다. 전통술교육관이라고 써있는 건물 바로 앞에 있는 곳인데 아담한 건물이고 책이 엄청나게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들어가 보면 매우 훌룡한 공간이다.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고 건물에 있는 책이든 가져간 책이든 읽으면서 휴식할수 있다. 지하층은 만화카페처럼 꾸며져서 만화를 볼 수 있고, 1층에서는 물이 흐르는 작은 공간이 멋져 보였다. 2층과 옥상도 멋지다. 다 멋지다. 여기도 잠깐 들리려고 했는데 떠나기 싫은 곳이었다.


마지막은 한옥마을 도서관이다. 이 날 우리는 한옥마을의 남노갈비 본점에서 밥을 먹고 동문헌책도서관으로 걸어갔다가 한옥마을을 한바퀴 돌아서 공영주차장 근처의 한옥마을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옛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이 한옥 마을 도서관은 공간 그 자체로만 보면 솔직히 오늘 소개한 다른 3개의 도서관에 비해서는 약간 모자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건 다른 곳들이 워낙 워낙 좋은 곳이라서 그렇다. 이곳도 명물인 고양이도 보고 한옥에 잠시 머무는 체험을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장점이 있어서 들러볼 만한 곳이기는 하다. 마침 행사를 하기에 우리는 엽서에 인사말을 써서 붙여놓고 왔다.


전주는 작은 도시다. 인구가 60만을 조금 넘는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도 맛과 문화가 넘쳐난다. 여러가지 걱정의 소리도 있지만 전주가 전주로 남아 버텨주는 모습이 고맙다. 사실 이번에 소개한 도서관에 가보면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곳들은 지역민들의 생각과 사랑이 없으면 유지되기 어렵다. 아파트나 짓고 상가나 지어야 돈이 된다고 하다보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곳인데 그러면서도 너무나 사치스러운 공간을 만든다는게 쉽지 않다.
전주의 도서관들을 둘러보면서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집근처에 이런 공간들이 있다면 내 집이 좋을 필요가 없겠다고. 이런 곳에 앉아있으면 호텔이나 대저택이 부럽지가 않다. 이런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도시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전주에는 오늘 소개하지 않은 도서관들도 더 있고 그 도서관들도 참 좋다. 전주는 도서관의 도시로 자부할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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