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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오늘날 취직이 어려운 이유

by 격암(강국진) 2025. 9. 24.

취직은 오늘날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이 처음도 아니고 언제나 취직은 중요한 문제였으나 오늘날의 문제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따라서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취직이 어려운 이유는 교육때문인데 우리는 그 교육을 근원적으로 바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보다 정확히 말해서 근대화된 사회에서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기계의 부품을 생산해 내는 일이다. 물론 교육이 전적으로 이러한 것은 아니지만 근대화가 진행될 수록 근대 교육은 기계의 부품을 생산해 내는 일이라는 점은 점점 더 분명해져왔다. 그래서 인문학 교육은 강조되지 않게 되었고 전인교육이라는 목표는 거의 잊혀졌다. 이제 학교는 분명히 나중에 취업을 하기 위한 지식을 얻기 위한 장소라는 점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분명하다.

 

근대의 비전은 기계와 시스템과 플랫폼을 만들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토스트기나 자동차도 물론 기계이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와 국가 그리고 사람들을 취직 시켜줄 회사도 근대의 비전하에서는 분명히 하나의 기계다. 그리고 그 기계는 단순히 기계 부품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도 그 시스템의 중요한 부품으로 사용된다.

 

이 근대의 비전에 따르면 더 크고 강력한 기계나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풍요와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따라서 근대사회는 더 많은 부품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고 그걸 위해서 표준화된 부품을 만들 필요가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기계들이 있고 그 기계들은 여러가지 부품들로 만들어 진다. 그런데 그 기계들의 부품이 표준화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다양한 기계들마다 따로 부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래서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근대의 비전에서는 빠르고 표준화된 부품을 양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이 더 많은 기계들을 더 값싸게 만드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근대 교육이 대중으로 확대된 이유는 하나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는 이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인간은 시스템의 중요한 부속품이기 때문에 사회는 대중 교육을 통해서 많은 사람 부속품을 길러내기로 했고 그 사람들은 어떤 표준화된 특성을 가져야 했다. 그래야 사회와 회사가 그들을 데려다가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공장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모든 학생들이 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같은 지식을 달달 외우는 교육이 당연한 것이 된 것은 이때문이다. 우리는 표준화된 부품을 원했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지식을 가져야 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다는 뜻은 이러저러한 기본적인 고등교육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보증서가 된다.

 

취업이 어려워진 첫번째 문제는 근대 교육이 너무 확산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이제 세상에는 너무 많은 학교가 있다. 중국과 베트남과 인도등 많은 나라들에서 대졸생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자 우리는 부품 공급 과잉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니까 한국의 대졸생들을 고용하는 것보다 회사 자체를 중국이나 인도로 보내서 운영하거나 소위 아웃소싱이라는 방식을 통해 중국이나 인도의 대졸생들이 일한 결과물만을 선진국으로 가져와서 쓸 수도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부품이 너무 많아서 부품의 가치가 폭락하게 된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진 두번째 문제는 우리가 부품이 되려고 하는 즉 취업하려고 하는 그 시스템, 플랫폼이 더 커질 수록 더 강력해지고 동시에 더 작은 수의 사람만 요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동화때문이기도하지만 자동화가 아니라고 해도 더 큰 시스템은 더 작은 수의 사람만을 고용할 필요가 있다. 동네마다 서점이 있을 때에는 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하지만 인터넷으로 모두가 책을 사는 시대에는 자동화된 시스템과 그걸 관리하는 소수의 사람만 있으면 전국의 사람들에게 책을 공급할 수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컴퓨터가 발달할 수록 우리는 더 거대한 시장을 다루는 플랫폼이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결과 이제 대기업은 그 경제적 규모와 시장 점유율에 걸맞지 않게 작은 수의 사람만을 요구하게 된다. 지역의 작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들보다 더 크고 근원적인 문제는 이런 근대의 비전 자체가 무너져간다는 사실에 있다. 플랫폼이나 시스템이 커지다 커지다 이제는 사라져간다. 이제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복잡하다. 전에는 한번 회사에 취직하면 그 회사가 평생 직장이 되어 주었는데 이제는 회사가 만들어 졌다가 사라지는 일도 많다. 지금 쓸모 있는 직원이 10년도 되지 않아 회사에 짐만 되는 직원이 될 수도 있다. 회사는 이제 아직은 아무 일도 못하지만 성실하게 만들어진 부품을 받아다가 그들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하기 보다는 처음 부터 경력직 사원처럼 어떤 하나의 파트를 맡아서 일을 해주는 사람을 원한다. 누굴 데려와서 키우고 할 시간이 없다. 시간이 돈이고 시간이 지나면 뭐가 어찌될지 모른다.

 

그러니까 이미 어느 정도 그렇지만 우리의 앞에 있는 미래 사회는 과거의 근대 사회처럼 어떤 거대한 건축물을 시간을 들여서 만드는 사회가 아니다. 지금의 세상을 지배하는 시스템과 회사들도 인공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해체될 것이다. 이제 플랫폼의 시대가 끝나가는 것이다.

 

미래의 사회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순식간에 조합되었다가 쓸모를 다하면 바로 해체되는 네트웍의 사회이고 개인 창업의 시대다. 그러니까 그때 그때의 필요에 따라 조직이 창발적으로 만들어 졌다가는 해체된다. 이것은 어느 정도 인터넷 이전의 시대에 비하면 이미 그렇다. 하지만 인공지능같이 지능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나면 망의 힘은 더욱 커지고 이제 고정된 시스템을 유지하는 비용이 터무니 없어 보이게 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표준적인 부품은 희소성도 없고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예전에는 그냥 나는 서울대에 들어갈 만큼 끈기있고 타고난 머리도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말로 그럼 데려다가 쓰면 일 잘하겠군 하는 논리가 통했다. 학교 졸업장은 특별히 인문학 책을 100권쯤 읽었다거나 미적분 코스를 마쳤다거나 지리 교육을 받았거나 미술교육을 받았다는 자격증이 아니라 아주 많은 지식들을 다양하게 공부했다는 종합 자격증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네트웍 사회에서는 문제가 있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창발적으로 생겨나는 조직은 일반상식보다는 기능적으로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는 가를 묻는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참을 성이 있다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내가 광고를 할 수 있는 지, 글을 쓸 수 있는 지, 연구를 할 수 있는 지, 도배를 하거나 전기 배선 공사를 할 수 있는 지를 나는 말할 필요가 있다. 아무 것도 모르지만 써주시면 배우겠습니다가 안 통하는 것이다. 왜냐면 사람들은 기능별로 당장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왜냐면 강력해진 네트웍은 당장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쉽게 찾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이미 세상에 어느 정도 있다. 다만 그것을 또렷히 인식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왜 세상에 학교 공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스펙쌓기 같은 것을 하는게 보편적이 되었을까? 그건 바로 앞에서 말한 이유때문이다. 왜 청소년 창업 교실 같은 것들이 만들어 지고 있을까? 그것도 앞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격증을 무작정 골라 모으거나 유행이니까 한번 창업을 해보자는 태도를 가지기 보다는 먼저 문제의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인간, 취향이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는 희소성이 있는 인간이 되고 창업을 해도 경쟁력이 있는 인간이 될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가진 사람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다니까 코딩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코딩에 관심도 소질도 없다면 안하는게 좋다. 당신은 당신이 관심있고 잘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한다.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라는 것이 근대의 가르침이었다면 이제는 모두와 다른 사람이 되라는 것이 네트웍의 가르침이다. 똑같은 정보를 두 번 듣는 것은 낭비다. 마찬가지로 남과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전에는 필요한 것은 내가 모두 가져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나만의 것을 가지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네트웍을 통해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세상이 아는 걸 나도 알 필요가 꼭 없는 것이다.

 

미리 말해 두지만 나는 지금의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쓸모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미래에도 기초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걸 전제로 해서 말하자면 이와 같은 것은 조선시대에 사서오경을 서당에서 가르치던 유학교육도 마찬가지였다. 사서오경을 배우고 인격적 수양을 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 다만 근대화된 사회에서 사서오경공부하는 걸로 취직이 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탈 근대화된 사회에서는 근대 사회의 표준적 교육을 가지고 취직이 안되는 것이다. 그 표준적 교육시스템에서 가르치는 지식들이 나쁜 것이라서가 아니다. 사회적 요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1년 3년이 다르게 바뀌고 있다. 만약 여러분이 초등학생이거나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라면 초중고를 지나고 대학을 졸업하면 자신이나 나의 자식이 그걸로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10년뒤 많은 사람들은 근대화된 사회에서 서당에서 공부한 경력밖에 없는 사람처럼 변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때 쯤이면 지금 이 글에서 내가 말한 일들이 훨씬 심해져서 대학졸업장만으로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없을 것이다. 그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떠나서 창업을 하거나 공공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기술을 익혔을 것이다. 그때에도 학교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경력을 쌓으려면 정말 공부를 잘해야 한다.

 

지금 교육의 가장 근원적 문제는 근대의 비전이 끝나가는데 지금 교육이 근대교육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노력은 많이 하지만 그 노력은 근본적으로 마치 절이나 교회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려는 것과 같다. 학교 교육을 개혁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학교 바깥의 변화가 일어나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진로를 제공해 줘야 지금의 학교도 과부하에서 벗어날 것이다. 요즘 시대가 예전과 다르다면서 성적 걱정하지 말고 다양하게 공부하라고 한다고 한들 지금으로서는 평가 기준이 성적이다. 진로도 좁지만 초중고 대학 졸업해서 취업하는 길 밖에 진로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면 교육개혁은 실패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서구의 교회교육이 대학교육으로 변한 게 아니고 조선의 서당이나 향교가 근대학교로 변한게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교육은 옛 교육기관을 혁신해서 탄생하지 않는다. 불행하지만 지금의 교육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사회적 현실에 맞지 않게 되는 경향은 점점 늘어만 갈 것이다. 모순이 너무 커져서 지금의 학교 교육이 완전히 망하는 때가 머지 않아 올거라고 생각한다. 대학이 향교처럼 보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관행적으로 하던 대로 교육하고 교육받으면서 나이가 들면 세상에 아주 어두운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물론 취업도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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