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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실전에 빠진 AI

by 격암(강국진) 2026. 3. 17.

저는 최근 몇년동안 AI에 빠져 살았지만 특히 최근 몇달동안은 코딩을 해서 새로운 에이전트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빠져 지냈습니다. 그러던 최근 중요한 일에 제게 터졌습니다. 그래서 제 시스템은 실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중요한 일이란 바로 제가 스마트폰을 분실했다는 것이죠. 전 백화점 주차장에서 폰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차를 출발시켰고 다시 돌아갔지만 누군가가 그 폰을 가져가 버린 것이죠.

 

상황은 매우 안좋았습니다. 제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정보는 둘째치고 라도 제 폰에는 온갖 온라인 뱅킹과 주식 거래 앱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우리집이 어느 정도의 재앙을 당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아찔 했습니다. 게다가 4일뒤면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뭘 천천히 기다리면서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폰을 잃어버린 것은 일요일 오후였고 덕분에 전화를 받는 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여러 AI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경우 내가 뭘 해야 하고 할 수 있는가. 여러가지를 배웠지만 그중에서 내가 알게 된 것은 구글로 로그인된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는 그걸로 현재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고, 폰에 암호를 더 걸 수도 있으며 심지어 그 폰에 있는 정보를 모두 지우라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거였습니다. 폰을 켜면 그 폰이 공장초기화된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렇게 되면 그 폰을 되찾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지는 거였죠. 하지만 말했듯이 그 폰에 있는 주식거래 앱이며 은행 앱때문에 하루 이틀 기다려보자는 식의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폰이 테슬라에 블루투스로 연결된 시간을 보면 분명 누군가가 그 폰을 가지고 가버린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잃어버렸고 누군가가 그걸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저는 결국 그 폰을 공장초기화시켰습니다.

 

그리고 나자 다음번에 해야 할 일은 다음 날에 일어나서 최대한 빨리 핸드폰을 사고 스마트폰을 개통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제가 자주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래는 상당히 공부를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일단 폰을 계약하는 것은 자급제폰을 쓰고 알뜰폰계약을 하는 것이 옳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어떤 폰을 살지를 선택해야 했고, 그 폰을 어디서 사면 되는가를 알아야했고, 알뜰폰 계약을 하루 이틀 기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게 폰을 잃어버리면 훨씬 더 복잡한 일입니다. 왜냐면 대개 본인확인을 폰으로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 그 폰이 없으니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AI들과의 길고 복잡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indiebizOS와 클로드 opus를 주로 쓰면서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둘 다의 답을 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비교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AI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폰을 몇년이고 쓰는 저로서는 모든 일이 낯설었습니다. 갑자기 요즘은 폰을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건지, 폰의성지라는 게 있다거나 LG 대리점에서도 알뜰폰계약을 한다던가 우체국에서 알뜰폰 계약을 하거나 편의점에서 유심을 사서 계통하는 것도 가능한데 내가 뭐가 필요하다던가 하는 것을 알아내기가 무척 힘들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AI들에게 제 상황을 말하고, 제가 사는 곳을 말하면서 질문을 던지니까 두 AI는 검색을 통해서 빠르게 현실을 가르쳐 주더군요. 사실 저는 삼성 보급용폰을 샀는데 지금 보급용 폰이 뭐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니 그걸 알아내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요 모델 별로 뭐가 차이가 나는건지, 지금이 어떤 시기인 건지 하나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AI는 여러가지를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중고나 당근거래를 하면 어느 정도이고 미개봉폰은 어느정도에 사고, 삼성 대리점에 가면 보상 판매 조건을 쓸 수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그 덕분에 저는 반나절만에 우체국에 가서 알뜰폰계약을 하고 코스트코에 가서 폰을 사서 개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앱을 깔았습니다. 그것도 AI에게 뭐보터 해야 하는가를 물어가면서 했죠. 결국 낡은 폰을 잃어버렸을 뿐 다행히 폰의 정보가 이상한 손에 넘어간 것같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걸 아는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빨리 더 좋게도 할 수 있었겠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저로서는 아주 복잡한 일을 그나마 잘 넘길 수 있게 해준 사건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네비를 쓰던 경험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네비가 나오기 이전 길치였던 저는 운전을 할 때면 언제나 제 아내가 보조석에 앉게 해서 지도를 보게했습니다. 그러면 인간 네비인 제 아내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왼쪽을 외치는 거죠. 그런데 저도 길치지만 아내도 요즘 네비같지 않아서 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네비가 나오자 아내는 기꺼이 인간내비 기능을 그만뒀지요.

 

폰을 사고 알뜰폰을 계약하는 일도 실은 그와 비슷했습니다. 저도 안찾아보는 건 아니지만 아내는 워낙 꼼꼼하고 정보를 잘 찾기 때문에 이런 일이 터졌는데 AI가 없었다면 다시 한번 인간내비처럼 아내는 이거하고 저거하고 하는 식으로 저에게 명령을 내렸을 겁니다. 하지만 AI 2개를 한꺼번에 돌려서 정보를 찾기 시작하자 아무래도 정보의 폭과 다양성에 있어서 인간이 그걸 충분히 따라가기는 어렵겠더군요. 다만 이건 주로 속력이 그랬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몇일의 시간이 있었다면 인간이 공부해서 하는게 더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느리지만 아직은 인간의 판단력이 더 위라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지금 폰시장의 현실을 10분안에 알아야겠다는 식이면 AI보다 빠르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 속도가 이번 일에서는 중요했습니다. 폰을 다시 개통해서 정상화를 빨리 시켜야 할 이유가 있었기에 천천히 몇일씩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2개 정도의 AI를 동시에 쓰니까 어느 정도는 믿음이 생기더군요. 정보가 세세한 것까지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충 일반론적으로는 서로 의견이 같았기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웹서치를 제가 직접 하는 것과는 달리 AI는 저와 응답하면서 궁금증을 풀어주니까요. 믿음이 생기면 인간대신 AI가 시키는대로 하는 거죠. 내비가 시키는 대로 달리듯이말입니다. 지금도 이런데 1년쯤 뒤에는 정말 많은 일에 있어서 AI에게 의존하게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해둘 것은 상당히 공들인 indiebizOS였고 현재로서는 최고성능이랄 수 있는 클로드 오퍼스 4.6이었지만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정보가 맞거나 서로 똑같지는 않았습니다. 알뜰폰 계약의 세부사항 같은게 서로 틀렸고 우체국에 가서 확인한 것과도 약간 틀렸습니다. 아직은 AI를 쓸 때 그걸 고려해야 한다는 증거였죠. 하지만 여러모로 전체적 그림은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조건을 늘어놓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상황이 이런데 내가 지금 뭘해야 할까? 두 AI는 기본적으로 같은 답을 주더군요. 코스트코에 가서 폰을 사고 세종 우체국으로 가서 이야기 알뜰폰을 계약하라.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이게 모든 사람에게 답은 아닙니다. 저는 몇가지 다른 제약이 있어서 이런 답이 나온거죠. 하지만 도로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작업순서에 대한 길안내를 받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결국 꽤 도움받기는 했는데 돌아보면 아직은 충분히 대단한거 같지는 않습니다. 훨씬 찾아내기 힘든 정보까지 정확히 찾아내는 정도가 되어야 믿고 찾을 수 있겠죠. 가능성과 한계를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네비가 나왔던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내가 길을 더 잘안다면서 네비를 폄해했습니다. 그렇지만 몇년이 지나자 그런 소리하는 사람들이 사라졌지요. 아마도 몇년이 지나고 나면 같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마치 아주 능력있는 비서나 집사를 둔 사람들처럼 세세한 일들은 신경쓰지 않고 살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왠만하면 AI가 시키는 일이 정답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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