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인핸스(enhance)라는 기업의 제품을 이세돌이 보여주는 시연회에 대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enhance의 홈페이지에는 한국의 유일한 네이티브 AI 스타트업이라고 써 있더군요. AI OS를 개발하고 있는 저로서는 배우는 입장이라 이것 저것 둘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제 오해일 수는 있어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인핸스의 기술적 탁월성을 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걸 여기에 정리해 볼까 합니다.
제가 느끼는 문제의식은 사람들은 어느새 디지털 휴머노이드 같은 걸 만드는 게 AI 개발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몸이 없어도 로봇처럼 움직이는 이 제품은 인간처럼 노동할 것이 기대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computer use 기능이나 browser act 기능같은 것이죠. compter use 기능은 AI가 인간처럼 컴퓨터 화면을 보고 마우스를 움직이고 키보드 입력을 해서 컴퓨터를 구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browser act는 브라우저를 그렇게 하는 것이죠.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입력하고 찾아내는 일을 인간처럼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인핸스가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저는 느꼈습니다. AI에게 물어보니 홈페이지에서 언급하는 act2라는 시스템은 browser act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인핸스가 말하는 LAM이란 computer use 기능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이런 걸 써서 인핸스의 프로그램은 사람처럼 일합니다. 물론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전문에이전트들은 협업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듣고 앱을 만들어서 자동 배포까지 해냅니다. 이세돌의 시연이 이것이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보고 알게 된 것이지만 구매나 홍보등 여러 분야에 있어서 인간대신 일할 수 있는 에이전트들을 개발하고 있더군요. 이걸 가져다가 회사에서 인간대신 일하게 하라는 것이죠. 인핸스의 제품은 기본적으로 Saas입니다. 즉 구독형 소프트웨어로 사용자는 인핸스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서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모든 접근 방법은 지금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과 만나면 좀 맞지 않는 것이 됩니다. 중앙에서 관리해 주는 시스템은 모두 2가지 문제를 가집니다. 첫째로 적응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모든 시스템이 다 적응이 필요합니다. 차이는 중앙에서 관리해 주는 거니까 남이 만든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죠. 그런데 세상이 빨리 변하면 어떤 시스템에 적응이 끝나는 순간 더 좋은게 나오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러니까 인핸스의 에이전트에게 우리 회사에게 일하는 법을 다 가르치고 나면 더 잘 일하는 녀석이 나오는 식입니다. 둘째는 중앙이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비용이 폭주합니다. 세상이 빨리 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해지니까 중앙에서 그걸 다 맞춰주려고 시도하면 관리해야 할 것이 폭주하는 겁니다.
저는 AI 혁명을 근대로부터의 탈출이라고 말합니다. 근대의 문제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져서 관리가 힘들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동화 기술인 AI가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AI를 위에서 말한 중앙 관리식으로 사용하면 근대의 문제를 그대로 가지는 겁니다. AI라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도 같이 일해야 합니다. 결국 중앙 관리 시스템은 너무 복잡해서 비용이 폭발하거나 기능이 떨어질 겁니다.
이런 예를 들어 보지요. 지금은 openclaw같은 시스템도 그렇고 인핸스의 시스템도 그렇지만 computer use나 browser act 기능이 신기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걸 잘하는것이 엄청난 기술인거 같습니다. 하지만 AI 모델 자체가 더 강력해 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open AI의 GPT5.4 모델은 computer use 기능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AI에 덧씌워지는 하네스의 기술력이 안좋아도 AI 자체가 computer use를 잘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browser act 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러니까 지금의 신기한 기술이 1년뒤면 그냥 흔한 기술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AI 시대가 진행되면 애초에 api나 mcp, 애플 스크립트등 코딩으로 컴퓨터나 브라우저를 컨트롤하는 길이 늘어날 겁니다. 그게 훨씬 빠르고 정확하니까요.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공장은 로봇전용으로 개조하는게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까 휴머노이드가 오랜기간 필요하지요. 하지만 AI가 코딩하는 세상에서 소프트웨어의 세상은 변화가 훨씬 빠를 겁니다. 그러니까 인간처럼 마우스 클릭하는 디지털 휴머노이드는 짧은 과도기를 가질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냐. 진짜 OS를 만들어야죠. 나중에 더 설명하겠지만 간단히 먼저 말하자면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건 디지털 로봇이 아니라 언어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보편적이어야 합니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구매자 전용 OS를 만들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보편적 용도로 쓸 수 있는 윈도우를 쓰고 그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자기 식으로 일하는 정보를 누적시키는거죠. 그러면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면 윈도우를 다시 설치하는게 아니라 그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중앙의 서버에 연결하는데 그 서버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프로그램이 깔려있는게 아니죠. 인핸스의 SaaS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쓰면 1년쯤 뒤에는 시대에 뒤지고 비싼 서비스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지요. 왜냐면 세상은 지금도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까요. 그때 인핸스 시스템에 적응한 사람은 아마도 새로운 서비스로 옮기려면 이제까지 적응한 걸 다 버려야 하는 느낌일 겁니다. 그리고 그건 1년마다 원도우에서 맥OS로 그 다음에는 리눅스로 옮기는 것보다 더 큰 변화일 겁니다. 회사로서는 낭비가 아주 심한 전략이겠죠.
뭔가를 고정시켜놓고 이걸 써라는 건 OS가 아니라 새로운 소프트웨어입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그런 접근은 한계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바이브코딩으로 소프트웨어를 뚝딱 만들 수 있는 시대에는 시간이 지나면 지금은 굉장한 소프트웨어도 금방 별거아닌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compter use 기능이 그런 예죠. 인핸스가 보여준 바둑앱도 사실 그런 예입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을 둘때는 알파고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바둑 AI였습니다. 그런데 20분만에 어떻게 이세돌을 이기는 바둑 프로그램을 인핸스의 소프트웨어는 만들수가 있었을까요? 그건 그냥 요즘에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중에도 바둑을 잘두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걸 가져다가 붙이기만 한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뭏튼 이제는 알파고보다 바둑을 잘두는 프로그램을 누구나 공짜로 순식간에 만들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럼 진짜 OS는 무엇인가. 그건 일단 첫째로 개인이 사용하는 자기 PC에서 쓰는 OS여야 합니다. SaaS처럼 원격접속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아직은 아닙니다만 사실 머지 않아 사람들은 로컬 PC에서 돌아가는 AI를 쓸 겁니다. 그리고 특정한 목적을 위한게 아니라 범용이어야 합니다. 사용자 개인이 직접 설정할 수 있는 OS로 각자가 자기 쓸모에 맞게 바꿔서 사용하는 것이 되어야죠.
둘째로는 다양한 도구들을 설치해도 그걸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PC를 보면 알지만 PC를 오래쓰면 온갖 프로그램이 설치됩니다. 그처럼 사용자가 필요한 걸 잔뜩 설치해도 OS가 그걸 전부 사용할 수 있게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AI OS에서는 그 도구들을 AI가 쓰기 때문에 이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세째로는 스케줄러, 에이전트 협업, 메신저나 이메일과의 연동같은 기능이 필요합니다. 즉 AI가 계획을 세우고, 전문 에이전트 팀들을 일하게 하고, 사용자나 다른 사람들과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네째로는 기억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에이전트는 자신을 하고, 사용자를 알고, 이 세상을 알아야 그 문맥위에서 지능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사용하면서 생기는 정보를 누적시키고 그걸 잘 활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자기 관리가 상당부분 자동이어야 합니다. 즉 AI OS는 마치 생물처럼 스스로 관리하고, 어느 정도 스스로 확장하는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시스템을 인간이 관리해야 하는데 계속 이것 저것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가 OS 업데이트를 보내줍니다. AI OS는 기본적으로 여러 정보를 습득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을 갱신하는 식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신 모듈이 오픈소스로 풀렸다고 하면 알아서 최신으로 바꿔주는 겁니다. 중앙이 없이도, 사용자가 크게 관여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지고 망가진 곳은 고치는 자기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건 엄청나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대단한건 아닙니다. AI에게 시스템 자체를 둘러보고 문제 있으면 고치라는 거니까요.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AI가 정확한 시스템 철학을 이해한다면 말입니다.
저는 이런 OS를 만드는 것의 핵심중의 핵심은 언어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AI가 특정한 구조를 가진 언어를 써서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겁니다. 그 언어를 잘만들면 위에서 말한 기능들의 구현이 더 잘되겠죠. 예를 들어 저는 ibl 이라는 언어를 시험해 보고 있습니다. 이 언어는 5개의 노드들에게 액션들을 하라는 구조를 가집니다. 그 다섯개의 노드는 sense, self, limbs, others, engines입니다. 저는 이걸 인식론적 온톨로지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몸구조를 본뜬 언어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시간과 목적 그리고 조건문을 붙이면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언어가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도구를 설치할 때마다 우리는 적절한 노드에 가져다 붙이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실거래가를 조회하는 기능을 붙이고 싶으면 그건 세상을 보는 기능중의 하나니까 sense의 액션중의 하나가 됩니다. computer use 기능은 AI의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과 같으므로 limbs의 액션들이 됩니다.
이건 그냥 예입니다. 그리고 기능적으로 전문가 개발자들이 매달려 오랜 시간 고생한 것들을 감히 따라가지 못하는 제가 상업적 시스템을 폄하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라도 시대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잘못된 방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I에 하네스를 잘 붙이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하네스가 AI의 성능을 증폭해주는게 아니라 AI를 제약하거나 AI의 성능이 좋아지면 쓸모 없어지는 것이 되면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요즘은 1년이 정말 큰 변화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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