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에 미국에서 AI가 만들어 내는 실업이 경제불황을 가져올거라는 시트리니 보고서가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보고 나는 다시 한번 중국에 대해서 가지는 의문감에 빠지게 되었다. 세상에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측면이 있다. 아무리 생산비용이 0으로 떨어져도 자원의 한계를 넘는 소비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런데 미국이 AI로 인한 실업걱정을 하는데 인구가 넘치는 중국이 AI 개발을 하는건 괜찮을까? 인건비가 비싼 나라에서 자동화를 추진하는게 사회문제가 될 정도인데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자동화를 추진하겠다는게 말이 되나?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에서 선두 싸움을 하는 두 나라다. 사실 돈이 많이 드는 AI 사업을 명운을 걸고 추진할 나라가 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AI 개발이 군비경쟁처럼 되어 버린 지금, 미국도 중국도 AI 개발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결론처럼 보인다. 그런데 명백한 결론도 반대에서 보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휴머노이드를 보자. 중국은 미국의 여러가지 방해에도 불구하고 많은 휴머노이드를 선보이고 있으며 춤추고 쿵후를 하는 그들의 휴머노이드를 보면 중국의 저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그런 휴머노이드를 양산해서 공장을 세우고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한다는게 중국의 현실에 맞을 수가 있을까? 그들이 휴머노이드를 양산하면 미국이 그걸 사줄까?
우리는 강대국을 따질 때 보통 경제규모로 나라를 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나 임금수준으로 보면 중국은 미국과 비할 수 없이 가난한 나라다. 미국의 공장노동자는 중국의 공장노동자보다 월급이 4배에서 6배가 많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로봇을 써서 공장을 돌리는 것이 말이 된다고 해도 중국에서는 전혀 말이 안될 수 있다. 미국이 AI로 인한 부동산 담보 대출 부실을 걱정한다지만 중국은 이미 가계부채로 인한 부동산위기를 겪고 있다. 이미 청년실업률이 20%로 미국보다 훨씬 더 높다. 그런데 AI로 화이트 컬러, 블루 컬러 일을 다 대체하는데 집중하면 중국이 앞으로 괜찮을 수가 있을까?
시트리니 보고서가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결국 정말로 중요한 질문은 오히려 AI가 발생시키는 경제위기에 중국과 미국중 어느 쪽이 먼저 쓰러지는가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세계가 가지는 문제의 핵심 중의 하나는 생산력 과잉이다. 그런데 그걸 소비할 시장이 없으니까 더 성장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성장을 막고자 미국이 세계화에 제동을 거는 것이고 중국은 팔 곳도 없는 물건도 계속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시장이 없어도 생산을 멈출 수없다. 세계는 자원부족과 환경문제로 고민하는데 말이다. 생산력 과잉이 되자 이제 세계는 제로섬 싸움을 하게 되었다. 중국 미국이 모두 같이 흥하는게 아니라 내가 살자면 타인이 죽기를 바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럴 때 AI 전력 질주라는 멈출 수 없는 치킨 게임도 시작되었다. AI는 자동화고 결국 우리는 이미 넘치는 생산성을 죽도록 넘치게 해보겠다는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리는 왜 AI 발전을 멈출 수 없는지 알고 있다. 이건 군비경쟁이나 마찬가지다. 뒤쳐지면 죽는다.
하지만 이 싸움에는 반대 측면도 있다. 대책없이 빨리 달리면 그것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 조차 AI로 돈벌기 전에 파산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AI로 인한 경제난을 예고하는 보고서가 나온다. AI가 만들어 내는 사회적 혼란을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적 파국이 올 수 있다. 그것이 미국의 안쪽만을 바라고 시트리니 보고서가 다시 한번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중국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야기가 이젠 달라지게 된다. 어쩌면 이 치킨게임은 중국을 죽이는 칼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패러다임의 변화시기에 중국이 이 싸움에 참전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애초에 자동화 싸움에 후진국이 선진국과 겨룬다는 건 후진국에게 더 불합리한 싸움이다. 값싼 인건비로 수익을 올리는게 후진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해 보이는 것은 중국은 권위주의 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가난하기 때문에 그걸 잘 참을 거라는 점이다. 독재는 판단이 빠르다. AI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데 프로세스가 느려서는 그것에 쫒아갈 수 없다. 그런데 민주 사회의 프로세스는 느리다. 너무 느리다. 결국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민주국가니까 모두가 숙의를 할 시간을 줘야 한다. 반면 중국은 독재자가 결정하면 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문제가 생겨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먹고 살기 힘들어도 중국인들은 미국인들보다 더 잘 참을 거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이다. 북한은 폐쇄로 먹고살기 힘들어도 사회적 혼란으로 나라가 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면 정치권은 고통을 더 참으라고 미국국민들에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누가 누가 더 잘 참나라고 하면 중국이 더 유리할거같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독재미화다. 독재가 민주사회보다 더 효율적이지 못한 이유는 독재자가 복잡한 사회의 일을 다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하고 똑똑한 독재자를 자주 꿈꾸지만 현대 사회의 복잡성은 선하고 똑똑하다면 애초에 독재를 할 수 없도록 만든다. 내가 다 안다는 독재자는 악하거나 멍청이다. 선하고 똑똑하다면 난 모른다고 할 것이다.
독재는 결국 AI같은 기술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산업의 싹을 망칠 것이다. 이건 마치 인터넷은 남보다 훨씬 빨리 깔았는데 중앙에서 메신저도 금지하고, 인터넷 상거래나, OTT도 금지하고 검색포털도 금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21세기 사람입장에서는 그럴거면 인터넷 왜 깔았냐고 하겠지만 권위주의 정권은 이런 일을 하기 쉽다. 독재자가 AI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다. 자유가 있는 민주사회가 그래서 앞서 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살아남을까 중국이 살아남을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난 중국이 먼저 한계에 도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이 생존게임을 다르게 보고 다른 결론도 상상해 볼 수는 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누가 오래 참나를 하고 있는 건 미국과 중국 뿐이 아니다. 사실 AI의 시대라는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전세계의 모든 나라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워낙 무섭게 앞으로 나가니까 미래는 미국과 중국의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2차세계대전같은 것일 수 있다. 세계를 지배하던 유럽은 세계대전을 거치고 폐허가 되었고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니까 AI가 만든 생존게임은 그같은 세계대전이고 어쩌면 미국과 중국 모두가 패배할 지도 모른다.
이 생존게임에서 누가 살지는 매우 불확실하지만 나는 작고 강한 나라가 더 유리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한다. 사회적 단합도 잘되고, 합의도 잘 이룩할 수 있으며, 기술도 발달한 나라가 그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AI 시대에는 앞서 나갈 지도 모른다. 왜냐면 큰 나라는 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속도도 느리고 치뤄야 하는 댓가가 너무 크다. 그들은 어쩌면 공룡처럼 멸종할지 모른다. AI가 발달하면 사람 숫자가 전부가 아닐 것이다.
근대화이래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해서 돈을 버는 일에 익숙해졌다. 상징적으로 말해서 더 큰 공장이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래서 규모를 키우기만 했다. 이러니까 큰 나라가 더 강하다는 결론이 나오기 쉽다. 그런데 자원과 환경문제로 더 이상 무한 소비가 불가능해졌다. 더 성장을 꿈꾼다는 건 자살행위다. 이제는 행복하게 유지가능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성장이 물질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성장이어야 한다. 지능의 성장이어야 한다.
돌아보면 이건 지능의 창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약 지구가 그저 균질한 환경이었다면 지구에는 그저 단세포 생명체만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온갖 변화가 있었고 재난이 있었다. 그걸 피하자고 만든 것이 다세포 생명이고 동물이다. 산에 불이나면 그걸 느끼고 두 발로 뛰어서 도망간다는 것은 더 뛰어난 집단 지성이다.
기술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는 거대한 재난이 될 것이고 그것은 새로운 생존환경을 만든다. 살아남는 자는 더 높은 지능을 가진 쪽일 것이다. 미국이 그리고 중국이 그리고 사실은 세계의 모든 나라가 빠져들어가고 있는 이 생존게임은 그런 의미가 있다.
한국인들이 이 글을 읽으면 그럼 한국도 혹시 이 시대에는 생존후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국도 기회가 있다. 우리보다 크고 부자인 나라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들은 AI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빙하기에 다 얼어죽을지 모르는 공룡일 수도 있다. 우리는 선진국이 된지 얼마 안되어 아직 배고픈 시절을 기억하고 혁명가가 살아있는 나라다. 진취성이 다르다. 그리고 이럴 때는 나라가 좀 작은게 더 다행인 면도 있다.
앞으로의 몇년이 정말 중요하다. 이럴 때 윤석렬같은 정권이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좋았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일찍 제거하게 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고 한국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AI 생존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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