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미국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이는 AI가 발전한 2008년에 대한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가 준 영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걸 구해다가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잘 쓴 보고서라는 느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진 것들이 있는 불충분한 리서치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습니다. 그래서 시트리니 리서치 보고서가 말하지 않은 3가지에 대해서 말해 볼까 합니다.
사실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는 간단히 말하면 굉장히 뻔한 이야기입니다. AI가 발달해서 노동자들이 실직하면 소비가 줄고 그러면 경제 파탄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그걸 보다 구체적으로 SaaS라던가, 보험이라던가, 부동산 담보 대출같은 것을 끼워서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만 결국 그거죠. 그러나 그것이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외면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명히 AI의 발달은 매우 빠르고 법안의 통과는 매우 느려서 국가적인 대응이 AI로 인한 실직자들의 문제를 다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래서 어딘가에서 신용불량이 터져나오면 경제적 파국이 시작될 가능성이 클테니까요. AI의 발달이 오히려 경제불황을 일으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보고서를 읽고 생각할 것이 많다고 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몇가지가 빠져 있고 그것이 첨가되면 생각해 볼 점이 더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외국입니다. 이 보고서는 외국을 말하고는 있지만 AI의 발달로 인한 승리와 패배를 기본적으로 하나의 국가 공동체 즉 미국 안에서만 말합니다. 마치 미국이 전세계인 것처럼. 기업과 노동자라는 관점에서만 보고 국가간의 경쟁의 관점은 생각하지 않죠. 하지만 AI 사회로 가는 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내가 안 한다고 다른 나라가 안 할 리는 없다는 겁니다. 이건 군비 경쟁 같은 것입니다. AI 발달로 인한 고통이 심해서 그걸 느리게 하면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가 AI의 발달을 앞서나갈 수 있고 그 결과는 무시무시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보다 인터넷 도입을 15년쯤 뒤로 해도 문제가 없었을까요? 인터넷 도입 15년의 격차는 AI 도입으로 바꾸면 몇년의 격차일까요? 지금은 세상이 더 빨리 바뀌기 때문에 그게 고작 1-2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보고서가 지적하듯이 개혁은 고통스러울 것이기 때문에 선두에 선 국가는 뒤쳐진 국가를 고통분담의 재료로 쓸 가능성이 큽니다. 즉 뭔가를 해야 하니까 뒤쳐진 나라에서 돈을 벌어서 국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사실 이게 이제까지의 선진국 후진국의 관계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당하고 살았죠. 그런데 미국인들이 고통스럽다고 거꾸로 다른 나라에 뒤쳐지면 그건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아마 보고서를 쓴 사람들은 한국처럼 머지 않은 과거에 후진국이었던 적이 없어서 그 고통을 잘 몰라서 이런 걸 잊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미국의 우위를 너무나 굳게 믿은 나머지 미국이 머뭇거려도 상관없다고 보나봅니다. 보고서는 AI 발전의 위험을 말하지만 말했듯이 그건 디테일이 있을 뿐 어느 정도 뻔한 지적입니다. 그런데 그 뻔한 지적에 대한 뻔한 답변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라는 답입니다. 이것에 대해 언급도 없다는건 우수한 보고서로서는 좀 문제가 느껴졌습니다. AI 발전은 단순히 사무직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발전에도 큰 영향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핵융합발전이든 제약이든 요새는 다 AI에 희망을 어느 정도 거는 걸로 압니다.
두번째로 이 보고서에 없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시각입니다. 즉 이 보고서는 지금의 세계에서 성공한 투자자로서 엄청난 부자가 된 사람에게 주는 것이며 따라서 그런 시각만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의 세계는 좋다. 그것이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시각만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각은 마치 노예제가 있던 과거의 노예주인이나 왕이 백성을 다스리던 시대의 왕의 시각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노예주인은 말할 겁니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내가 보살피던 노예들이 모두 살 길이 없어질텐데 그게 얼마나 큰 비극을 낳겠는가. 이 노예들이 다 어디가서 일한다는 건가? 왕이나 봉건주의자들은 말할 겁니다. 왕이나 귀족이 백성을 돌봐주는데 이 세상이 망하면 백성들이 겪는 비극은 너무나 끔직할 것이다. 이런 말은 그런 시스템이 망가지고 세워진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어이가 없는 일이지요. 우리는 보통 노예들은 비참하게 살았고, 봉건시대의 백성들은 불쌍하게 살았다고 말하니까요. 즉 실제 개혁이나 혁명이 언제 일어났는가와 상관없이 당대의 시스템은 모순이 누적되어 무너질 지경이었다고 우리는 말합니다.
그럼 지금은 어떻습니까? 시트리니 리서치는 미국의 대통령이 탄핵당하는가 마는가가 화제인 지금에서도 지금의 세계는 모순이 누적되고 있다는 관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는 이미 빈부격차가 크게 커지고 교육비, 주거비가 문제가 되고 복잡한 법시스템이 무너지며 정의가 망가지는 시대가 아닌가요? 지금처럼 지금의 사회가 계속되는 것만이 당연한 정의일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존 회사의 몰락은 사회적 정의의 실현일 수 있으며 새로운 번영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시스템의 몰락없이 새 시스템의 도래도 없지요.
마지막으로 이 보고서에 없는 세번째는 패배자는 영원히 패배자가 아니라는 관점입니다. 보고서는 실업자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에서 멈춥니다. 마치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면 그 노동자는 영원히 무력할 것처럼 말합니다. 스스로 그것이 AI가 발달한 결과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실직한 노동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창업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할 때 그들이 만들어 내는 공동체와 기업들은 기존의 기업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기도 학하고 기존의 사업체들이 가지게 될 큰 위협인데 보고서는 거론도 하지 않습니다. 이 새로운 포인트를 더 해서 생각한다면 변화는 보고서가 말하는 것보다 더욱 빠를 겁니다. 보고서는 기존의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는 것만 이야기했지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미래사회는 GDP같은 숫자를 논하는게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고서는 이미 유령 GDP라고 해서 GDP는 높은데 개인들이 소비를 못하는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미래 사회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거래하고 소통할 것입니다. AI 때문이지요. 그렇게 되면 뭐가 노동이고 뭐가 노동이 아닌지를 이야기하기 굉장히 곤란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경제가 좋다거나 나쁘다는게 뭔가를 말할 수 있다는게 옛날에나 있었던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지요. 그건 마치 한국인이나 독일인이 근면하다라던가 착하다는 애매한 평균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 도움되는 이야기는 아니지요. 현실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공동체속에서 비트코인같은 나름의 보상방식으로 거래하고 도우면서 생존의 방식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쯤 되면 불황이니 호황이니 하는 것도 측정하기 어려운 말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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