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래가 분명하게 보이는거 같으니 어쩌면 제가 보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일지도 모릅니다. 그 미래인지 현재인지 모르는 곳은 이렇습니다.
가장 분명한 그 미래의 특징은 근대가 끝난 시기라는 겁니다. 근대는 기본적으로 점점 더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원리적으로는 이제까지의 시스템을 리셋하고 다시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항상 시스템은 성장합니다. 예를 들어 지식의 시스템도 성장하고, 시장 시스템도 성장합니다. 교육 시스템도 성장합니다. 즉 더 길어지고 전문화하는 거죠.
문제는 이런 성장이 끝이 없을 수 없다는 겁니다. 1985년의 플라자 합의가 있었을 때 일본이나 독일등의 나라들이 양보하는 것이 있어도 세계 경제는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과 독일은 지금도 선진국으로 잘 삽니다. 즉 높은 소비를 하면서 삽니다. 이후에는 한국과 중국이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면서 선진국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습니다. 세계 시장은 더 성장한 겁니다.
하나의 시장안에서 중심은 주변부를 자연히 착취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안에서 수도권은 지방을 내부식민지로 삼아서 인력을 빨아들이고 자본은 쉽게 지방에 가서 돈을 벌게 했습니다. 물론 공평하게 말하자면 그래서 지방에 중앙에서 돈을 보내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이런 구조를 세계체제로 확대하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관계는 제국주의 시절의 식민지 관계와 그다지 다를 게 없는 겁니다. 하나의 시장으로 뛰어난 인력은 선진국으로 가고, 선진국의 자본은 손쉽게 후진국을 이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자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도 할 수 있는 청소부를 해도 높은 임금을 받았죠. 자본과 상품은 세계를 마음대로 오갔지만 사람은 국경을 마음대로 넘어다닐 수 없었으니까요. 특히 후진국의 사람이 선진국 사람이 될 수는 없었죠.
하지만 같은 일은 더이상 계속될 수 없습니다.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지금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설사 로봇이 세계의 공장을 한다고 해도 중국인이 미국인만큼 소비하는 세상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자원과 환경파괴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중국인들이 더 소비하겠다면 혹은 더 성장하겠다면 선진국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내려야 하는 겁니다. 더 이상의 시장 확대는 할 곳이 없습니다. 확장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래서 미국을 필두로 관세장벽을 세우고 블록을 만들어 자기만 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기만 살 수 있는 나라가 이미 있는지나 의심스럽고 그렇게 했을 때 잘먹고 잘살았던 선진국 시민들이 제일 먼저 못참겠다고 할 것같습니다. 그들은 북한 사람들처럼 참을 수 없을 겁니다.
성장하지 못하는 시장이란 근대의 비전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뜻합니다. 근대의 비전이 끝난 세상에서 미래는 두 개의 미래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 미래는 어떤 의미로 둘 다 끔직하고 둘 다 환상적입니다. 첫번째 미래는 붕괴입니다. 일찌기 조세프 테인터는 복잡한 사회의 붕괴에서 사회는 문제해결을 위해 점점 더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다가 시스템 유지를 위한 비용이 너무 커지면 붕괴한다는 이론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이 붕괴는 그래서 꼭 비극이 아닙니다. 사회적 모순이 해결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지금 한국은 낮은 출산율을 가지고 있지요. 아이를 '평범하게' 키우고 결혼시키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평범이 옛날같지 않으니까요.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서 키워도 아이가 취직이나 정상으로 할까 걱정인 시대입니다. 부동산이 비싸서 태어나자마자 빚쟁이로 태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나 집에 살아야 하는데 교육비와 주거비가 비싸니까요.
그럼 이 모든게 왜 다 그렇게 비싼가? 우리가 시장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세계 1등을 해야 먹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40년전에 삼성에 취직한다고 세계 1등일 필요는 없었지만 지금은 애플에 지는게 뻔하다면 삼성이 계속 장사할 수 없으니까요. 하버드가 아니라 서울대를 졸업했다고 하버드 졸업생에게 지는게 당연한게 아닌 세상이니까요. 만약 직장에 갈 필요도 없고, 그래서 공부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주 쉬워집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가 무지 힘들어서 지금 사람들이 힘겹게 사는 겁니다. 현재의 고통이 너무 크니까 어쩌면 이런 붕괴가 환상적이랄 수도 있을 겁니다. 유치원때부터 치자면 거의 20년간을 공부로 괴롭힘당할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어쩌면 학대니까요. 그렇게 당하고 살아도 취직도 안되는데. 학교따위 없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시험보는 목적말고는 별로 쓸데 있는것도 안가르치는데.
두번째 미래는 AI의 발달로 새로운 성장의 방향이 세워지고 근대적 발전이 아닌 AI 시대의 발전이 이뤄지는 겁니다. AI 시대의 발전이란 한마디로 집단지성의 성장입니다. 고도로 발달된 지능형 네트워크를 이루는 사람과 AI는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겁니다. 높아진 효율성은 이런 미래가 환상적인 이유입니다. 근대 사회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도 많고 느립니다. 하지만 AI가 시스템을 맡으면 그런 부분이 사라지는 거죠. 나의 쓸모를, 버려진 부품 하나의 쓸모를 AI가 알아서 챙겨주는 겁니다. 그래서 버려지는 것이 하나도 없도록 합니다. 기술적 진보도 빠를 겁니다. 거의 마술처럼 보이는 기술들이 개발됩니다.
이 미래가 끔찍한 첫번째 이유는 제 생각에는 아주 높은 확률로 이 세계가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사람들이 과로하는 시대가 될 수 있다고 여겨져서 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AI 시대가 오면 인간이 논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능형 네트워크는 AI만으로 이뤄지는게 아니라 인간도 그 일부가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인간은 쉴 틈이 없을 겁니다. 그게 어떤건지 알고 싶다면 뒤를 보면 됩니다. 전근대 시대의 농사꾼이 한가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학교를 누구나 거의 20년씩 다니고 그 다음에는 바쁜 직장인이 되는 미래를 상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수렵채집인은 그저 집앞의 숲에서 사냥이나 하고 열매나 따먹었겠죠. AI 시대의 인간은 말도 안되는 생산성을 가질 겁니다. 그 말은 정말 쉼없이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보다 더. 어쩌면 우리는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AI와의 접촉을 끊고 이따금 자연속으로 가서 아무 것도 안하는 휴식기를 일부러 가져야 할 겁니다.
과거 유럽의 작은 섬나라인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대영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 시스템이 봉건국가와 달랐던 이유가 큽니다. 한마디로 빠르고 효율적인 판단에 강력한 기관총같은 무기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고 가진 정보도 달랐으니 인구로보면 말이 안되는 전쟁도 이길 수 있었다는 거죠.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갔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능형 네트웍을 가진 AI 사회는 강할 겁니다. 인간이 법을 바꾸느라고 몇년씩 허비하는 근대 사회 앞에서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움직이고 그들이 순식간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은 지금의 근대 사회보다 훨씬 더 강할 수 있습니다. 이미 그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주식이나 금값의 미래를 예측하는게 아니라 설계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요즘같은 유동성을 보면 이런게 가능하다면 인류의 대부분의 자산이 그들의 것이 되는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겁니다.
미래는 이 두개 중의 하나가 아닙니다. 미래는 이 두개 전부입니다. 우리는 근대화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후손들입니다. 그래서 근대화를 좋은 것으로 여기거나 적어도 필연적인 것으로 여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근대화는 사회적 붕괴였고 실패였습니다. 다만 역사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근대화가 좋게 써지는 거죠. 근대화가 사회적 붕괴였던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만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회가 문화적으로 그것에 동조하지 못하면 조선에서도 그랬고 많은 전근대적인 국가에서 그랬듯이 개혁에 대한 반발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반발이 꼭 틀린 것도 아닙니다. 분명 비극이 일어났었으니까. 전근대가 끝났다고 모두가 근대에 적응한건 아니었습니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반발할 겁니다. 사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구시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겁니다. 그들은 미국이 메이드인 아메리카 제품을 만들어서 세계로 수출하면서 잘먹고 잘살던 시대를 정상으로알고 그걸 그리워합니다.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경쟁력을 잃은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 탓이 아니라 한국이나 중국이나 베트남 사람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착각을 잘 보여준 사건이 미국에서 있었던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을 체포하고 추방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들은 한국인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만 생각합니다. 한국인이 한다면 무조건 미국인이 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는 미국인 노동자들 중에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가서 배터리 공장을 세워주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미국 노동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일할 준비가 되었는데도 공장을 미국에 세워주는건데 말입니다. 미국인들은 오만합니다. 현실을 거꾸로 알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학교 졸업생이 미국의 학교 졸업생보다 더 뛰어나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 그들이 AI 시대가 와서 더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을 때 그것에 호응하면서 시대를 쫒아올까요? 그들은 변하려는 미국을 한사코 변하지 못하게 막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건 이상하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트럼프를 2번이나 당선시킬정도로 많다는 건 AI 시대가 정말 미국에서 꽃필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게 만듭니다. 이게 과장이 아닌게 최근에 ICE 사태를 보면 거의 내전이 일어날 것처럼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유럽이 세상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력이 탈출하고 유럽은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났지요. 세상은 어찌될지 모릅니다. 지금도 반도체 없이는 AI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메모리 반도체를 거의 독점생산하는 한국에게 관세협박을 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결론적으로 강력한 사회적 합의를 하는 높은 민도를 가진 공동체가 필요할 겁니다. 그들만이 AI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구도 버리지 않는다는 약속이 필요하고, 보상한다는 약속이 필요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먹고 살기 힘들테니까요. 그래서 많은 나라들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때문에 진정한 AI 시대로 들어갈 수 없을 겁니다. 글자를 보급한다고 모두가 문명 사회를 만드는게 아닙니다. 그럴 의지가 있는 사람들만 그렇게 하죠.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는 거죠.
이게 미래일까요 아니면 현재일까요? 미래라면 이상합니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어야 하는데 미래가 점점 피할 수 없이 확실하게 보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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