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내가 하는 일 때문에 openclaw에 대해서 좀 더 분석해 볼 기회가 있었다. openclaw가 기존의 다른 시스템과 다른 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바로 스킬 시스템이다. 스킬이란 무엇인가? 스킬이란 한마디로 자연어로 쓰여진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뭘 어떻게 분류하고, 어떻게 저장할 것인지, 무슨 명령어를 쓸 것인지 등을 적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스킬은 원칙적으로 그냥 텍스트 문건 하나다.
스킬은 AI로 하여금 더 잘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이기 때문에 어떤 AI 시스템이건 쓸 수 있는 것이다. openclaw가 다른 점은 openclaw는 그것을 도구사용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 스킬이 보조적으로 주어지는 지침이 아니라 일하는 방법에 대한 장기기억처럼 작동한다. 예를 들어 클로드 데스크탑에서는 일을 할 때 기본적으로 도구를 mcp 서버라는 고정된 프로그램의 형태로 가지게 된다. 거기에 스킬이 보조적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openclaw에서는 그냥 기본적으로 모든 일하는 방법은 다 스킬이다.
openclaw에게 일을 시키면 AI는 그걸 해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구현하고 그렇게 하고 난 다음에는 자신이 일한 결과를 기존에 있었던 스킬을 개선하는데 쓰거나 아니면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 내고 저장하는데 쓴다. 그렇게 해서 openclaw는 무수한 스킬을 가지게 되는데 그래서 각각의 스킬에 대한 설명을 벡터화해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스킬을 벡터로 검색해서 쓰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스킬의 수가 결국에는 수천 수만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다. 왜냐면 스킬을 인간이 하나 둘 제공하는게 아니라 AI 스스로가 생산하고, 공유할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스킬의 수는 많아지는데 그 스킬의 목록을 모두 AI가 가지고 있으면 토큰 낭비가 된다. 따라서 벡터 검색같은게 필수적이 되는 것이다.
이는 AI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도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다시 mcp 서버로 돌아가면 클로드 데스크탑같은 곳에서 AI의 성능을 높이고자 도구인 mcp 서버의 수를 계속 늘려가면 토큰 낭비가 심해지고, AI의 프롬프트가 너무 길어져서 결과의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mcp 서버스타일은 모든 도구를 언제나 항상 기억하면서 일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다수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그 전문가들이 각각의 도구를 가지며 궁극적으로는 중앙의 AI가 전문가 AI들에게 일을 위임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전문가 에이전트들이 모든 도구를 가지지 않아도 되니까 앞에서 말한 너무 많은 도구가 만들어 내는 문제가 해결되게 된다.
openclaw는 그걸 벡터 검색과 스킬의 도구화라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즉 기본적으로는 도구가 없거나 아주 기본적인 것만 있고, 일을 보면 스킬을 검색하고 적절한 스킬을 읽어서 일을 한다는 식으로 하나의 에이전트가 매번 일을 어떻게 하는가를 적은 메뉴얼을 읽고 일을 해결하는 식이다.
잘 작동할 때 openclaw의 방식은 가장 선진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잘 작동하는가가 문제다. 정해진 도구를 가진 AI는 검증된 도구를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스킬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라고 하는 방식은 문제의 해결방식이 너무 유동적이다. AI에게 동영상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한다고 하자. 내가 원하는 동영상의 품질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걸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나레이션에서 화면 구성 그리고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기술까지 여러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그걸 미리 도구화한다는 것은 그걸 어느 정도 고정시킨다는 뜻이다. 그래서 AI는 입력값만 변화시키면서 동영상을 생성할 것이다. 스킬로 그걸 해결한다는 것은 꼭 그런게 아니다. AI가 자율적으로 진화한다는 뜻은 AI가 자율적으로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스킬을 수도 없이 만들 수도 있다. 메뉴얼만 읽으면 언제나 AI가 일을 처음부터 시작해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openclaw 방식은 그래서 토큰 낭비가 심하고 일이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AI가 매우 뛰어나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리 도구를 잘 짜놓으면 그걸 조작하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AI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도구를 개발할 때는 최고성능의 AI를 사용하고, 그 다음에 그 도구를 쓸 때는 값싼 모델을 사용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openclaw 방식은 언제나 최고 성능의 AI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하는 느낌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별 일을 안해도 비용이 한정없이 발생할 수 있는데 어떻게 그 비싼 클로드 오퍼스 같은 걸 24시간 돌린다같은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복잡한 일을 이런 식으로 해낼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에는 강력한 AI 모델을 로컬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미래가 온다고 해도 openclaw의 방식은 섬세한 최적화가 필요하다. 뒤집어 말하면 그게 openclaw의 경쟁력일 수 있다. 단순하게 분석하면 대박일 수도 있지만 쪽박일 수도 있는 방법을 택했지만 그걸로 좋은 결과를 뽑아내는 것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력이다.
그렇다면 openclaw가 대단한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워낙 이런 저런 사례가 들려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탄하는 것들은 실은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openclaw와 비슷한 걸 처음부터 만들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이게 구글의 안티그래비티와 다를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 자신도 내가 만든 시스템을 쓴다. 내가 좀 확실하다고 느끼는 건 openclaw는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좀 불안한 도구 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쓴다는 건 본래 그런 불확실성을 가지지만 스킬 문제 때문에 좀 더 그렇다.
'AI 학교, AI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진정한 AI OS를 향하여 (0) | 2026.02.23 |
|---|---|
| 도구를 사용하는 AI, 사상가가 된 AI (4) | 2026.02.18 |
| 인문학, 과학 그리고 AI학 2 (2) | 2026.02.13 |
| 인문학, 과학 그리고 AI학 (1) | 2026.02.12 |
| 자율 로봇의 환상과 사이보그의 길 (1) | 2026.0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