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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PC가 없는데 인터넷만 있다면 어땠을까?

by 격암(강국진) 2026. 4. 30.

요즘의 AI를 보다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PC가 없는데 인터넷만 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상상은 결코 상상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우리가 익숙한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 세계 최초의 네트웍 사회를 미니텔이라는 걸로 만들었습니다. 1982년 프랑스의 우체국에서 시작한 미니텔 서비스는 각 가정에서 단말기를 가지고 전화번호부 검색, 항공·기차 예약, 은행 송금, 홈쇼핑, 채팅, 뉴스, 게임. 1990년대 후반 미니텔은 약 2,500만 명이 사용했고, 인터넷이 들어오기 전 프랑스인들은 이미 일상적으로 "온라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놀랍게도 2012년에야 종료됐습니다.

그런데 이 미니텔은 지금의 tcp/ip라는 인터넷 프로토콜과는 중앙집중식이라는 점이 달랐습니다. 지금은 모든 PC가 하나의 노드가 되어 서로 연결되는 것이 인터넷이지만 미니텔은 어디까지나 중앙에 연결된 단말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아주 편리하고 앞선 네트웍 서비스였지만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올리고 다운 받아 설치하는 인터넷이 보편화되자 경쟁에서 밀리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중앙에서 열심히 개발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익숙한 지금의 인터넷 방식으로 분산연결되는 네트웍의 발전을 따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메신저 서비스나 온라인 쇼핑 서비스가 발달하자 이미 경쟁은 끝난 셈이었죠. 미니텔이 경쟁에서 진것은 네트웍의 속력자체가 느렸던 것도 있지만 설사 광케이블을 깔았다고 해도 미니텔의 구조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AI 서비스를 봅시다. 지금의 AI 서비스는 놀랍도록 프랑스의 미니텔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중앙의 서버에 연결합니다. 그 서버는 앤스로픽이나 구글이나 openAI같은 회사의 소유죠.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AI 서비스를 씁니다. 그들은 mcp 서버따위를 통해 여러가지 도구들을 제공하지만 AI를 쓰는 사람들이 서로 직접 연결되고, 각자 자신의 앱이나 스킬을 만들어서 팔고 살 수 있는 시장은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우리는 무료 오픈소스로 쓸 수 있는 AI 모델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대규모 회사들의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약합니다.

이러한 유사성은 한가지 사실을 더하면 더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그건 지금의 대형 AI 모델 제공사들은 모두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은 다만 몇년후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뿐 지금은 누구나 적자입니다. 그것도 아주 큰 적자이기 때문에 앤스로픽의 경영자는 자신들의 클로드 서비스가 인기가 없는 것과 인기가 많은 것 사이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기가 없으면 투자가 안들어올테니 파산할 겁니다. 그런데 인기가 너무 많으면 적자가 너무 커져서 흑자전환이 오기전에 파산하는 겁니다.

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보고, 미니텔이라는 과거의 네트웍 서비스를 보면 우리는 우리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진짜 혁신과 이익은 지금같이 중앙 서비스를 직접 쓰는 것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AI 기술에 기반한 네트웍 사회를 건설함으로써 생겨날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중앙이 AI를 통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하는데서 멈추는게 아니라 AI를 직접 사용해서 서로 서비스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거기서 거대한 경제 활동이 생겨나고 AI 라는게 어떻게 돈을 버는 일이 될 수 있는지가 분명해 질 겁니다.

그 핵심에는 정보의 관리가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자신의 노하우나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소유하면서도 다수의 사람과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이같은 것은 이미 회사나 플랫폼들은 이미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업비밀을 지키면서 최대한 사회로부터 데이터를 흡수하랴고 하지요. 그렇게 해서 회사 혹은 플랫폼이라는 테두리 안에 정보가 있는데 그 바깥에는 정보가 없다는 사실이 그들로 하여금 돈을 벌게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물건을 원하는 사람과 팔고 싶은 사람의 연결에 대한 정보를 가집니다. 웹튠 플랫폼은 웹튠을 그려서 팔고 싶은 사람과 보고 싶은 사람을 연결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가집니다.

이게 없기 때문에 우리는 소비자로서 플랫폼에 의존하는 거고, 회사에 취직하는 겁니다. 우리가 직접 생산자와 사고 팔 수 있다면 중간 마진을 플랫폼에 줘야 할 이유가 없죠. 여기서 개인과 플랫폼, 개인과 회사의 결정적 차이가 들어납니다. 네이버에 올라온 만화를 캡춰해서 공유하는 건 불법입니다. 그런 일은 없지는 않지만 법인차원에서 처벌할 수 있죠. 회사의 지적 재산권을 어기는 것도 물론 크게 처벌받습니다. 그런데 개인 만화가가 자기 블로그에서 만화를 연재한다면 몇명이나 보러올 것이며, 그걸 베껴간다고 어떻게 처벌하겠습니까?

지금의 AI는 구글이 없는 인터넷이고, 앱시장이 없는 PC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것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위해 노동을 했다는 것도 아는데도 사거나 팔지 못합니다. 그 결과 마치 저 옛날에 컴퓨터 프로그램이란 모두 개인들이 직접 짜는게 당연했던 시대처럼 각자가 자기 문제를 조금씩 해결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엄청난 AI의 가능성을 모두가 인정하는데도 돈을 버는 AI 기업은 거의 없는 현실이 계속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두가지 방식으로 씁니다. 하나는 앞에서 말한 거대 AI 서비스 회사의 서비스를 그냥 쓰는 겁니다. 또 하나는 AI를 써서 뭔가를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그걸로 일을 하는 겁니다. 이 둘은 서로 꼭 다른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AI 서비스가 제일 인기있는 분야가 코딩분야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이걸 AI를 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결정적으로 빠져 있는 것은 이건 실제로는 AI에게 뭔가를 직접 시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항상 AI에게 뭔가를 시키는 것은 중앙의 회사들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경유해서 AI에게 명령하고 그 결과를 받아옵니다. 그리고 그게 어떤 문제나 차이를 가져오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는 다시 미니텔을 보면됩니다. 미니텔은 결코 우리가 아는 인터넷이 되지 못했습니다. 뭐가 가능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중앙이었고 중앙에서만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으로는 진짜 인터넷 시대가 올 수 없었던 겁니다.

이게 지금의 AI 업계의 현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뭔가 중요한 통찰이 빠져 있습니다. 저는 그 답이 하네스라고 생각합니다. 하네스가 무엇인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주제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저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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