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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BBC 다큐 : 1 이야기

by 격암(강국진) 2009. 7. 30.

2009.7.30

최근에 숫자 1에 대한 BBC다큐를 봤다. 그리고 표준화의 힘과 폐혜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되었다. 우리가 역사를 보면 진시황같은 유명한 왕들이 하는 일중에 개량형을 통일한다는 이야기가 꼭 나온다. 이집트문명의 파라오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거대한 사회는 거대한 기계와 같아서 정밀함이 없이는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을 받아야 하는데 그 규칙이 애매하다면 부패가 분명히 끼어들어서 조세제도가 문란해 질것이다. 길을 닦아야 하는데 건물들이 제멋대로라면 길은 구불구불해져서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상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건들의 가치를 엄격히 따지고 금전거래를 엄격히 하기 위한 화폐관리와 부기기술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사는데는 예절이라는게 크게 필요하지 않을지 모르나 천사람 만사람 수백만이 모이면 이제 모든일에는 정해진 절차가 있어야 한다. 결혼은 이렇게 해야 하고 연애는 이렇게 해야 하고 아이는 이렇게 키우고 부모자식간의 규칙은 이러저러하다는 관습이 생긴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사회가 거대화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규칙을 정해서 엄격히 따르게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 수가 없다. 우리는 이걸 문명화된 사회에 나타난 원시인을 생각하면 알 수가 있다. 돈의 개념이 없는 그는 상점에서 물건을 훔친다거나 하는 개념이 없을 것이며 폭력으로 여자를 빼앗는다던지 하는 것을 당연시 할것이다. 줄을 선다던가 옷을 제대로 입는다던가 주변을 더럽히거나 소음을 내지 않는다던가 하는 규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주변에는 살아서 원시인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노인 세대중에는 요즘의 인터넷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온갖 쿠폰이며 할인이며 이벤트따위를 거의 사기처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그런 걸 새로 습득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은 핸드폰이나 자동지급기같은 기계를 만지는데 서투르다. 

 

이렇게 많은 것을 해결하는 표준화 혹은 규칙의 제정은 인간을 제약한다. 정밀한 기계에는 표준화된 부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인간을 더욱더 많이 제약해야 한다. 그리고 더 강력한 기계 즉 더 강력한 사회를 만들어서 예를 들면 돈버는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현실이 좀 달라보인다. 한국의 현실을 보면 한국은 선진사회로 진입하려고 노력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선진사회가 된다는 것은 소달구지가 스포츠카나 로켓이 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포츠카나 로켓은 빠르다. 그리고 정밀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한국의 기득권층은 실상 이런 정밀성을 가진 세대가 못된다. 따라서  그들의 언행은 많은 경우에 모순을 들어낸다. 자기들은 법을 늘상 무시하면서 법치를 강조하고 애국을 주장하지만 거의 매국적인 언동을 하는것같아 보일때도 있다. 삼성같은 기업은 세계적인 주식회사인데 그 운영은 동네 쌀집운영하듯이 족벌체제로 운영하려고 한다. 이것이 왜 모순을 일으키지 않겠는가. 

 

반면에 더 선진적인 시스템을 받아들이려는 쪽은 선진화가 결국 인간을 제약하는 사회가 되기 쉽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사상과 사회에 대한 설계도에 따르면 옳고 정의고 하는 것이 절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가진 자들의 횡포에서 해방시킨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실상은 더욱 자유가 없는 틀로 사람들을 몰아넣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이 믿고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틀을 이야기 하면서 거기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거나 비양심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선진사회, 부자나라라고 해서 결코 지금의 한국보다 더 행복하지 않다. 특히 자연스럽게 그리로 가는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한 사회를 짝퉁 미국, 짝퉁 일본, 짝퉁 유럽으로 만드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소달구지에서 바퀴는 아직도 나무바퀴인데 무거운 엔진을 가져다 얹으면 무조건 좋을 까? 한국의 전통적 정체성이 파괴되고 정체성 혼란이 일어나면 지금보다도 더 불행해진다. 물론 소달구지가 부서지듯 한국도 부서질 것이다. 

 

소달구지는 고장나면 적당히 고칠 수 있지만 로켓은 고장나면 적당히 고칠 수가 없다. 사람들은 더 많이 제약을 받고 특히 지식이 적은 사람들은 선진사회에서 더욱 고통을 당할 수 있다.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에 의해 자기 자리에서 쫒겨난다. 지식을 쌓지 않는 사람은 자기 잘못이라고 단순하게 말한다면 주먹이 센사람이 힘으로 통치를 하면서 약한놈은 억울하면 운동하라고 하는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선진화와 휴머니즘은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일 때가 있다. 더 잘나가는 기계로 사회를 개조하고자 한뭉텅이의 사람들은 죽게 내버려두자고 주장하기 쉽기때문이다. 그것이 자기희생일 때 그것은 아름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타인을 희생시키자는 이야기일때 그것은 이기주의다. 

 

문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게 너무 오랜동안 한국 사회에서 잊혀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휴머니즘없는 발전은 결국 멸망으로 갈 것이다. 맨처음에는 제일 약한 놈들을 약탈하고 포기해서 발전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또 다음번 약한 놈이 제일 약한 놈이 된다. 그놈을 희생시키고 나면 또 다른 놈이 제일 약한 놈이 된다. 그렇게 한국인들을 희생시켜나가면 한국이라는 공동체는 뭉쳐져 있는 외국에게 간단히 먹혀 버릴것이다. 원망도 못한다. 힘센놈이 약한놈 먹는게 규칙이라고 말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문명을 파괴할수는 없다. 그렇다면 문명이 앞으로 나갈수 있는 정도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깊은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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