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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백만엔 걸 스즈코 :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자세

by 격암(강국진) 2009. 12. 8.

09.12.8

 

 

백만엔걸 스즈코는 우연히 본 광고성 인터넷 포스팅과 익숙한 여배우 아오이 유우때문에 보게 된 영화다. 이걸 보면 역시 지명도 있는 배우를 쓰는 것이 영화의 흥행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여배우는 들창코에 주근깨 투성이인데다가 오관이 뭐하나 비현실적인 여배우스러운 데가 없고 모두 아주 평범하다. 그런데도 귀엽고, 입고 있는 옷과 잘 어울려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녀는 패션감각과 웃는얼굴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스즈코가 구치소에서 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처구니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동거하게 된 스즈코는 어린 고양이를 내다버린 남자에게 화가 나서 그의 물건을 가져다 버리고 그렇게 해서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된다. 그렇게 해서 전과자가 된 그녀가 여기저기를 떠돈다는 것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다. 

 

 

 

 

그녀는 고향에서 전과자라는 놀림을 받고 백만엔을 모아서 여기저기를 떠돈다는 계획을 세운다. 어딘가에 가면 아르바이트자리가 생길 때까지 그 돈으로 살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백만엔이 모이면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녀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 말이다. 그녀는 한번은 바다로 한번은 산으로 한번은 동경 근교의 소도시로 가서는 여러가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에도 빠진다. 

 

 

 

 

영화는 여기저기 뜯어보면 사실 볼게 없고 가끔 가끔 억지같은 데가 많다. 게다가 스토리도 뭔가 난데 없는 곳에서 시작해서 난데없는 곳에서 끝나는 느낌이다. 이곳저곳을 헤매는 것과 동생이 겪는 왕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는 끝이나고 만다. 주인공의 새 삶을 위한 결심도 좀 설득력이 약하고 그렇다고 오해때문에 헤어지는 두 연인이 다시 결합하는 해피엔딩도 아니다. 이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보고 나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것은 아오이 유우의 힘일까 아니면 일본의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재미때문일까?

 

 

 

 

주제를 보면 무겁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걸 가벼운 코메디로 그렸다기엔 코메디같지 않고 그렇다고 무거운 분위기냐면 그렇지도 않다. 그럼 과장없이 매우 현실적인 영화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역시 판타지다. 그러나 전과자라는 시선이 싫어서 자신의 과거를 사람들이 알기전에 백만엔을 모아 다른 곳으로 떠나는 생활을 한다는 그 설정만은 호소력이 있다. 비현실적이면서 매력적이랄까. 

 

우리는 대개 다른 사람들이 알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과거가 있다. 그것이 전과처럼 극적인 것은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아니 이것은 종종 다른 사람이 그걸 아는가 마는가 이전의 문제다. 우리는 어떤 과거가 싫다. 그걸 지워버리고 싶다. 그걸 알 사람이 아무도 없는 먼 곳으로 가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때때로 가지는 환상이 아닐까. 

 

그러나 살다보면 또 이래저래 과거가 쌓이고 만다. 그래서 당신은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이러저러한 사람으로 고정된다. 이제 사람들은 당신을 보면 아 저사람은 이런 사람하고 단정짓고 만다. 그런 이미지와 실제 행동이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도 그건 그저 우연이나 살다보면 생기는 예외적인 것이 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매정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라고 일단 낙인이 찍히면 때로 아이들이나 집사람에게 다정하게 구는 모습을 보여도 무슨 의도로 저러나, 뭔가 이상한 일이다라고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바보는 바보로 낙인찍히고 바람둥이는 바람둥이로 낙인찍히고 만다. 

 

그런 낙인이 싫으면 계속 떠돌면서 살면 되는 걸까? 영화는 그런 도피행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화의 매력은 상당부분 그런 도피의 달콤함과 자유스러움에서 나온다. 고향에서는 왕따당하고 무시당하는 스즈코가 돌아다니는 곳마다 사랑받고 달콤한 로맨스의 가능성을 보게 되듯이 어딘가로 돌아다니다 보면 나를 나아니게 만들어줄 곳이 있을듯도 하다. 그걸 망상이라 부르던 꿈을 가질 권리라 부르던 영화는 그걸 보여주고 잠시 꿈을 꾸게 한다. 우리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옳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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