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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쓰고 읽기

자유를 구속하는 작가들

by 격암(강국진) 2009. 8. 3.

2009.8.3

나는 그다지 다독을 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저 여태까지 살면서 몇 권의 책을 매우 좋아했었고 그걸 자주 읽고는 했다. 그 책들중에서도 지금 다시 보면 이젠 더이상 대단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책중에 한국 사람에 의해 씌여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하고 생각해보니 나는 구속당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을 싫어했으면서 다른 사람을 구속하는 글을 잔뜩 써온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도 했다. 누군가를 구속하는 글이란 이런 것이다. 글을 읽다보면 작가가 설사 자기 자신은 절대적 진리를 찾지 못했더라도 절대적 진리라는 것이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글은 독자를 구속한다. 왜냐면 절대진리에 대해 찬성하던가 반대하던가 둘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나 미국의 작가들이라고 해서 항상 내의견은 이렇지만 누가 알겠어요? 라는 식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작가들은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미국의 작가들은 대개 그런식으로 쓰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상당히 과학자적인 태도로 글을 쓴다. 과학적인 사고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과학적인 태도란 이런 것이다. 일단 자신이 무엇에 대해 쓰고 있는가를 구분한다. 어떤 일에 대한 주관적 느낌인가 아니면 논리적인 분석이나 일반적 가치에 대한 것인가. 그것이 주관적 느낌에 대한 것인지 객관적 정보에 대한 것인지를 분명히 하고 나면 작가가 무엇을 쓰던 그것이 독자를 구속할 수는 없다. 주관적 느낌에 대해서야 내가 다르게 느낀다고 해도 그건 당연한 일이다. 

 

논리적 분석이나 일반적 가치에 대해 쓰는 경우 과학적 태도란 증거와 논리에 근거해서 말을 하고 새로운 해석에 항상 열린 자세를 유지하며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는 것이다. 심지어 분노에 대해서 말을 할 때도 분노에 대한 감정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태도를 흑과백처럼 지킨다와 안 지킨다로 구분할수는 없는 노릇이기는 하다. 다만 서구 작가들의 경우 이런 자제에 보다 신중한 것 같다.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경우는 그렇다. 아니면 단순하게 서구작가들이 훨씬 사람숫자가 많고 훨씬 많은 책을 써서 그중에서 내가 과학적이라고 느끼는 책들을 골라읽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쓰레기같은 책들이 많이 양산되어 왔겠지만 내 귀에 들릴 정도의 책이면 이미 시간과 대중의 판단을 거친 책일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작가와 미국작가의 국가대 국가로의 비교가 아니라 글중에는 사람들을 구속하기위한 글이 있고 사람들을 오히려 해방시켜주는 글이 있는데 한국작가들의 글은 대부분 전자라는 것이다. 읽고 나면 대개는 꺼림직해 진다. 아 나는 이러저러하게 부끄럽게 살았구나 이러저러하게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며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일이 많다. 이런 글은 좋은 글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꼭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분명 꼭 그런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부분의 경우는 독자들을 구속하여 자신의 원하는 곳으로 끌고가려는 목적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냥 자기 눈에 보이는 세계를 보여준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뭔가를 설득하고 어디론가 나를 끌고가려는 것같다. 이는 분명히 불행한 한국 근대사가 남긴 유산일 것이다. 

 

장르소설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글을 쓰는 사람중에 인기가 있던 없던 이 범주에서 완벽히 벗어나며 읽을 만한 글을 쓰는 작가가 누가 있는지 나는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한국의 베스트셀러가 그 모양들인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잘팔리는 책들에 나는 많이 실망했고 때로는 분노까지 한 적도 있을 정도다. 

 

21세기 한국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스스로의 판단과 감정을 가지고 자기라이프 스타일을 지키고 자기 정체성을 지키고 자기 가정을 지키고 자기 식의 관점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고 나는 느낀다. 다만 그들을 만족시키고 그들을 위한 책은 별반 없다는 느낌이 든다. 모두를 똑같이 만들고자 하는 책이 대부분인것 같다. 

 

아마도 내가 책을 잘 찾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책을 찾고 배워야 겠다. 나도 글을 쓰는 입장이건 읽는 입장이건 위에서 말한 함정에 종종 빠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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