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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쓰고 읽기

책읽기에 대한 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by 격암(강국진) 2009. 9. 17.

2009.9.17

머릿말

책읽기의 중요함은 누구나 말하고 있다. 본인을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책을 읽는 습관은 중요하다. 물론 손에 잡으면 놓을수 없는 그런 책이 사방에 있는 것이 제일 좋지만 아무래도 그럴수는 없다.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하냐고. 쉽지만 어려운 질문이었다. 나에게 좋았던 책을 권해도 아이는 아직 수준이 안되거나 혹은 관심사가 달라서 전혀 재미있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도 예전에는 밀쳐두었다가 다시 읽어보니 좋더라는 경우도 있다. 일본이 책읽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과 책읽기를 둘러싼 환경에 있어서 한국은 어떤가에 대해 일본에서의 경험이 뭔가를 말해줄수 있을까?

 

중고서점

 

일본에 와서 일종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 것은 바로 중고품 시장이었고 그중의 하나가 바로 헌책방이었다. 한국에도 내가 어릴 때에는 헌책방이 있어서 그곳을 뒤져 뭔가 하나 건지게 되면 뿌듯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제 그리운 헌책방은 오간데 없다. 일본의 헌책방은 부럽지만 일본어가 안되는 나에겐 아이들을 위해 데려가는 공간일 뿐이다. 

 

일본의 헌책방은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만화책을 보는 곳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일본의 헌책방은 아주 좋은 곳인데 그냥 서서 보는한 얼마든지 만화책을 그냥볼 수 있기 때문이다. 뭐든지 그렇듯이 일본은 헌책방도 체인이 있다. 우리동네에는 고본서점이란 곳이 있어서 아이들과 종종 간다. 그래서 만화책 한 권에 보통 책 한 권하는 식으로 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안긴다. 

 

새 책에 비해서는 값이 훨씬 싸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서 좋다. 아이들 책이란 대개 금방 보기 마련인데다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서 새책으로 책을 사모으면 부담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책이란 내 책일 때 좀더 소중해 지기 마련이다. 책값은 천차만별이지만 만화책은 100엔정도부터 있고 아이들책은 글자로 된 것도 그정도거나 2-300엔정도면 산다. 새 책값이 그 4배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어느정도인지 알수 있을 것이다. 100엔은 한국의 돈으로 천3백원쯤이지만 체감으로 봤을때는 천원이 안되게 느껴진다. 

 

중고서점은 그 나름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 만화왕국이라는 것 그리고 중고서점이 있는 대신 불법 다운로드가 거의 없다는 점은 지적해 두고 싶다. 싸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으면서도 작가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도서대여점이나 불법다운로드 같은 한국의 병폐는 시정해야 할것이다. 이것은 결국 만화뿐만이 아니다. 활자로 된 책도 히트를 치면 불법다운로드 활개를 칠 것이다. 이래서는 도서시장이 살아날 리가 없다. 게다가 중고시장은 문턱이 높지 않아서 책읽는 버릇을 들이기 좋은 것같다. 

 

일반 서점, 대형 서점

 

한국에는 이제 대형책방을 제외하면 동네책방도 없다. 책방이 있다고 해도 진정한 책방은 정말없는데 그 책방들은 책방이 아니라 참고서를 파는 장소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직 그렇지 않다. 동네 책방이 남아있고 책방에는 참고서, 만화류가 많기는 하지만 일반책도 많아서 책방이라고 부르는데 문제는 없다. 

 

아이들이 책이란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어디선가 오는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엄마가 사준 전집류가 책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환경이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우리가 인터넷을 뒤지면 책을 살 수는 있다. 그러나 오가다가 역앞에서 들린 서점에서 맘에 드는 책을 골라드는 재미가 거의 사라진 요즘은 사실 상당히 안타깝다. 

 

이제 책의 종류에 대해서 좀 말해야 겠다. 내가 보기엔 책읽는 환경으론 맨하탄의 환경을 따라올 곳이 없다는 느낌이다. 반즈엔 노블이 사방에 있는 맨하탄에는 비단 책방이 많을 뿐만 아니라 양서들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의 책방들은 아이들 만화책이나 만화나 오락에 관련된 잡지, 책들이 워낙많아서 말하자면 양서가 좀 적다. 

 

그러나 종류에 있어서는 그래도 아주 다양하다. 내가 일본에 와서 부러워 한 것중의 하나는 일본은 나라가 크기 때문인지 잡지의 종류가 한국보다 훨씬 다양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책방에 가면 별별주제에 대한 책과 잡지가 있는데 이것은 매니아적인 일본인기질이 작용해서 인지도 모른다. 

 

우리집에서 가까운 동경 이케부쿠로에 나가면 대형서점에 갈 수도 있다. 글쎄 대형서점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굳이 많이 차이가 난다고 말할수는 없겠다. 다만 일본의 그것이 한국보다 책을 그냥 보기 편한 구조를 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이케부쿠로에 나가면 딸아이를 서점에 넣어놓고 몇시간이고 내버려 둘 수도 있었다. 

 

도서관

 

일본에서 놀랐달까 다르다고 느낀 것중의 하나가 도서관이었다. 일본사람들이라고 책을 엄청나게 읽는 것같지는 않지만 일본에는 크고 작은 도서관이 참많고 이 도서관이 진정한 도서관의 역할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도서관하면 대개는 큰 건물이 생각나고 책을 읽는 곳이라기 보다는 각종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장소가 생각이 난다. 

 

그런데 일본의 크고 작은 도서관들에는 잡지와 책들이 있고 물론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할아버지며 아주머니며 아이를 데려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마디로 주말에 도서관에 놀러오는 시민이 많다는 느낌이었다. 잡지를 보거나 테입을 듣거나 하면서 도서관 시설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비슷한 것같으면서도 꽤 다른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느꼈다. 물론 한국도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시민의 휴식공간같은 느낌이 드는 도서관을 시민들이 채우고 있는 모습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도서관에서 도서카드를 만드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꽤 큰 즐거움이었다. 자기 도서카드를 만들고 자기 책을 빌리는 것때문에 아이들이 하나라도 책을 더 읽게 되는 것같다. 우리집에서 반경 10km정도 이내에는 도서관이 10개정도는 있다. 정확한 숫자를 모르는 이유는 작은 도서관들이 한 건물의 한층정도를 차지하고 여기저기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도서관들은 도서카드를 연계해서 쓸 수 있게 해놓고 있다. 그래서 자기도서카드를 그쪽에 등록하면 한카드로 여러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맺는말

 

슈퍼 슈퍼마켓에 대한 글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일본에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많은데 그런 곳에는 대개 책방이 달려있는 곳이 많다. 역앞에도 책방이 있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중고책방도 있다. 아이들이 노는 아이들 놀이센터복지시설같은데도 작은 도서방이 있으며 크고 작은 시립도서관 현립도서관이 있으니까 일본에서는 그래도 한국보다는 책이 사방에 널려있는 셈이다. 

 

한국은 여러가지 이유로 -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 도서 대여점, 새로운 서점 서비스의 개발실패등 - 서점이 수지 안맞는 장사가 되버린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고 도서관을 세우는 일에 많은 자원이 투자되고 있는 것같지도 않다. 교육에 투자하는 돈은 영어교육이나 고교 다양화 사업같은데 투자된다. 

 

교육의 기본을 망각하고 과연 교육이 제대로 될수 있을까? 한국의 독서환경은 너무 기괴하게 변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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