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와 글쓰기/쓰고 읽기

장자가 블로거와 논객에게 던지는 충고

by 격암(강국진) 2009. 8. 27.

2009.8.27

장자에는 심재라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그 말이 나오는 이야기는 공자의 제자인 안회가 위나라로 떠나서 위왕을 섬기겠다고 하는데서 시작한다. 공자는 이루는 것은 없이 위험하고 어려울것이라 생각하여 관두라고 말한다. 그러자 안회는 자신이 위왕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말한다. 그 방법은 모두 공자에게 퇴짜를 맞고 그 이후 공자는 안회에게 바로 심재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의 왕은 군중이고 국민이다. 위왕을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안회가 말하는 군주를 섬기는 방법을 읽으면 느끼는 바가 크다. 안회는 다음처럼 군주를 섬기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의 방법은 요즘 논객이 국민들을 섬기는 방법과는 어떻게 다를까. 블로거들이 네티즌과 소통하는 방법과는 어떻게 다를까. 

 

첫번째 시도

 

안회는 먼저 위왕을 인의와 도덕으로 섬기겠다고 말한다. 이건 오늘날식으로 말하자면 국민들에게 이게 옳은 길입니다. 저게 도덕적인 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시시비비따져서 자꾸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 인기없다. 대개 잘난체만 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뿐이다. 공자는 이에 대해 되려 욕이나 먹을거라고 퇴짜를 놓는다. 

 

두번째 시도

 

그러자 안회는 단정하고 겸허한 자세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한다. 즉 겸손하게 성실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면 군주가 자기를 알아 주지 않겠냐는 것이다. 첫번째 방법은 말을 많이 하면서 사람들에게 너는 잘못됬다고 지적하는 것이라면 두번째 방법은 성실한 바른 생활사나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성실한 사람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법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신뢰를 얻는 사람의 대부분은 성실한 사람이지만 성실한 사람의 대부분은 사실 주목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을 따분하게만 여기고 때로는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실제로 바른 생활 사나이가 정치인으로 뜨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자는 이것도 퇴짜를 놓는다. 겉으로는 어쩔지 몰라도 사람들이 속으로는 그 사람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분한 바른생활사나이는 왕따나 당할 것이다. 

 

마지막 시도

 

안회는 마지막으로 고개 숙여 예절을 지킬 것이며 충고를 해야 할 때는 자기말로 하는것이 아니라 성현의 이야기를 들어서 하겠다고 한다. 요즘 논객식으로 말하면 적당히 한국 사람의 위대함에 대해 늘어놓아서 읽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음에 국민들이 권위를 받아들이는 것에 기대어 말하겠다는 이야기다. 동서양의 고전을 말하거나 프랑스는 이렇습니다, 미국은 이렇습니다하면서 선진국의 예를 드는 것이 이런 것이다. 즉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다고 인정되는 것을 끌어들여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했는데도 공자는 벌은 안받겠지만 너무 복잡해서 잘되지 않을거라고 말하며 이것도 퇴짜를 놓는다. 사실 선진국민들은 운운하는 사람들만큼 지루한 사람도 없다. 

 

안회가 이젠 방법이 없다면서 공자에게 항복을 선언하자 공자는 심재하라고 말한다. 심재의 정확한 의미는 추상적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논리를 내세우거나 시시비비를 따져 이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평정한 마음상태에서 꼭 이야기해야 하는 것만을 이야기하며 그 이야기가 통하거나 말거나 연연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블로그로 인기를 얻는 방법에 대한 강좌가 있을 정도고 많은 사람들이 다음뷰같은 곳에 글을 올리거나 유명 정치평론 사이트에 글을 올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읽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현대의 왕인 국민들이 들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안회의 방법들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렇게 하라고 조언도 듣는다. 

 

하지만 장자는 안된다고 말한다. 장자는 2천4백년전의 인물인데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니 블로거나 논객에게 해주는 충고를 하는 것같다. 다른 사람 흉잡아 목소리 높이다가는 너 잘났다는 소리듣기 쉽상이다. 최대한 성실하게 몸에 힘주고 어렵게 고생하며 살아서 국민을 인위적으로 설득하려고 해봐야 마음에서 납득되지는 않는다. 동서고금의 좋은 말끌어다가 국민을 설득하려고 해봐도 복잡하고 번잡하기만 해서 듣는듯 하다가 말뿐이다. 

 

장자가 블로거에게 말한다자기 자리에서  말이 있으면 하고 들어주고 들어주지 않고에는 연연해 하지 마라블로거가 인기얻은 방법에 대한 책도 있고 강좌도 있다그러나 편한 방법으로 인기 얻어봐야 오히려 그것때문에 인생망가질수도 있다그래서 돈이 생기면 얼마나 생길까. 유명해지면 얼마나 유명해 질까장자는 말한다블로거와 논객이여 심재하라 길이 정도다블로거가 글을 쓰는 것은 어떤 이득을 바라기보다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