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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교육에 대하여

한국의 부모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이유2

by 격암(강국진) 2009. 9. 3.

얼마전에 한국의 부모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이유를 하나 썼습니다. 그글의 요점은 어떤 방식이던 좋으나 한국 아이들이 스스로를 아이로 인식하는것도 어른으로 인식하는 것도 아닌 뒤죽박죽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된데에는 공부만 잘하면 나머지는 어떻게 해도 좋다는 한국부모들의 태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는 것이 부모에게 베푸는 은혜가 된것이고 뭐든지 요구할수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것이죠. 물론 한국 아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다라고 말할수 있습니다만 저는 한두 아이가 아니고 너무나 많은 한국 아이들이 그렇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태도나 성향이 아이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만 그것을 빼고도 한가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과연 그럼 한국아이들은 공부는 잘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공부 공부 하니까 공부는 잘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널리 알려져 있듯이 입시공부하는 고등학교까지만 학력이 다른 나라보다 좋을뿐 대학교 이후에는 한국대학생이 학력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요즘은 특히 명문대 졸업장만가지고 안됩니다. 대학에서도 공부잘해야 길이 열립니다. 문제 아닙니까? 게다가 대학교수들입에서 요즘아이들 학력이 낮아서 교육시키기 어렵다는 말 나온지도 벌써 5년이상된것같습니다. 공부공부공부 이야기를 하는데 왜 결과가 이정도일까요.  


제가 본 많은 한국아이들은 집중력결핍에 낮은 체력 그리고 자기에 대한 무지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입시공부에 너무 매달려서 진짜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로 분명 제가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은 아닐것입니다. 그러나 계속 계속 한국에서 무시되고 있는 것같습니다. 


낮은 체력의 문제는 제쳐두도록 합시다. 그문제는 그중 가장 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중력결핍문제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공부를 잘하는데 당연히 크게 문제가 되며 특히 어려운 공부로 갈수록 그러합니다. 이것은 물론 꼭 한국 아이들에게만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아이들에게 더 심한 문제라고 느낍니다. 


당신의 아이에게 어디 다녀왔는데 무슨일을 했는지를 글을 쓰게 하거나 말을 하게 해보시기 바랍니다. 되도록 길고 복잡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단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순서를 생각하고 어떤 것을 강조해서 말할것인가를 생각하고 말을 해야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집중력결핍이 있는 아이들은 이걸 못합니다. 말을 폭포수처럼 하기는 하는데 두서없이 아무것이나 쏟아내는데다가 전후사정을 설명해서 듣는 사람이 아 그게 왜 그렇게 재미있거나 놀라운 일이었구나 하고 느끼게 만들지 못합니다. 이문제는 짧은 에피소드가 반복되는 티브이 만화나 오락에 아이가 익숙해져서 생기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애초에 서로 차분히 소통하는 버릇이 들여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문제는 결국 부모에게서 나옵니다. 어른과 자주 이야기하는 아이는 저절로 그런 습관이 들어서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배웁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라고 하고 같이 티브이나 볼뿐 이야기가 없으며 아이들과 진정으로 이해하는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그냥 아무렇게나 말하면 부모는 대충 알아서 해석해서 듣고 마는 식으로 하는 대화만 이뤄지면 아이들은 트레이닝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책을 읽는 것도 훈련입니다. 길고 복잡한 책은 집중력이 없으면 재미를 느낄수 없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거나 간단한 다이제스트판만 읽으면 집중력을 기를수가 없습니다.  


진짜로 나쁜 것은 입시공부는 어떤 의미에서 집중력이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대학입시를 긴 논술을 쓰는 것을 주로 한다면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주관식 특히 객관식 시험문제는 문제를 보고 답을 알면 몇초내에 쓰는 것이고 모르면 그만인 문제입니다. 즉 스토리가 있는 생각은 필요없고 조각조각난 지식만 테스트합니다. 


자기를 모르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너무 바뻐서 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보고 좋아하는 책들도 읽고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활동도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게 뭔지, 자기가 잘하는게 뭔지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자기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축구의 신동이라도 축구를 해본적이 없다면 자기가 축구를 잘하는지 축구가 재미있는지 모르지 않겠습니까. 


학원만 바쁘게 다니고 입시공부만한 아이들은 중3이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여러가지 진로선택의 길에 섭니다.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게 뭔지, 잘하는게 뭔지를 모르는데 무슨 진로선택을 하겠으며 뭐가 신이 나서 그 미래를 향해 뛰어가겠습니까. 


이런 것은 전에도 마찬지지만 그래도 20년전에는 명문대나오기만 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그런 엘리트 코스라도 확실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죽자고 대학입시 공부했는데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으로 진로가 바뀔수도 있고 나중에 회사에 취직할때 회사에서 내가 안배운것을 요구할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전에는 진로가 몇개 안되었는데 지금은 가능한 진로가 몇십배로 늘었습니다. 그러니 자기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더많이 중요해진 셈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갑자기 대학에 가서 다른 공부를 하게 되면 힘겨워집니다. 어떤 대학에 올것인가부터 무엇을 전공하는가까지 자신이 선택한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전공에 대해 책한번 읽어본적이 없이 전공을 선택한 경우도 많습니다. 즉자고 노력해서 1등해서 프로축구선수단에 들었는데 자신은 알고보니 축구에 관심이 없더라는 것을 발견한 사람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은 배울것이 있는 사람과 1대1로 혹은 소수로 대화를 나누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아이에게 시간을 내줄수 있는 사람, 내줘야 하는 사람은 부모겠지요. 그런데 아이가 어른과 사적으로 접촉할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다 박탈해 버리는 것이 한국의 교육입니다. 아이는 수십명중의 하나로 선생님을 만납니다. 이건 대화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계속 아이들을 학교, 학원, 자습시간으로 내돌립니다. 그러다 쉬는 시간에는 티브이를 보거나 오락을 하거나 하라고 합니다. 언뜻보면 아이들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같지만 실은 아이들을 여기저기로 밀쳐내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는 우리 아이학원을 얼마나 열심히 알아봤고 아이를 얼마나 닥달하고 있으며 우리아이교육에 돈을 얼마를 들이고 있는지 아는가라고 말하면서 나는 교육에 열성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로서 나는 아이에게 직접 뭘 가르쳐 줬고 그럴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를 물어야 할것입니다. 아이입장에서 아이는 뭘 배울것인가를 생각해야 할것입니다. 


한국아이들은 괴로움에 시달리고 어른들에게 버림받아 벼랑에 서있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부모들은 아주 용감하게 태도를 바꾸려고 하질 않습니다. 다른 교육은 '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아이와 카드게임을 하는 것이 가장 훌룡한 교육일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들딸과 저녁을 같이 만드는 것이 훌룡한 교육일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어디 비싼 캠프로 아이들을 보내면 잘배우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수십명이 선생앞에서 배우는 교육은 대개의 경우 가정교육에 비하면 싸구려교육입니다. 그 선생님은 무엇보다 부모만큼 아이를 사랑할수는 없습니다. 


이런 잔소리를 한국부모들에게 하려면 너무 시간이 걸립니다. 두서도 맞지 않아 상대방이 혼돈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시무룩한 한국아이들을 볼때면 잔소리가 튀어나올때가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는거 아닙니까 하고 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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