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형님들 쪽의 아이며 처형들의 아이며 이번에도 아이들 이야기가 화제로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나 스스로도 한국의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아내는 그리고 저 자신도 그런 이야기가 개인적으로는 좋을게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스스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한국의 아이들이 이게 나쁘다 저게 나쁘다고 많이 이야기하다보면 상대편에서 기분나쁘게 듣거나 니들 애들은 어떤가 두고 보겠다고 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기 아이는 다 너그럽게 보기 쉬운 것이 사실이라 비판적으로 말하는것을 들으면 쉽게 기분나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모들에게 아이 키우는 문제에 대해 잔소리를 하게 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느끼는 격차가 아주 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스라엘과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몇년식 살면서 각 나라의 아이들을 봐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부모만큼 아이들 걱정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없고 반대로 한국의 아이들만큼 문제가 많은 아이들도 없다고 느낍니다.
이런 말은 사실 하기가 힘이 듭니다. 왜냐면 어느 나라나 안좋은 아이가 있고 좋은 아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한국의 아이들은 형편없다는 말을 하면 시비붙기 좋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좋다 나쁘다 하지 않고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그 차이란 나쁜 것입니다.
물론 차이는 일본과 미국 사이에도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경우 장단점이 다르다고 말하기 좀더 쉬운 반면 한국의 교육은 장점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단점만 수두룩히 보입니다. 그러니 안타까운 것입니다.
교육이란 복잡한 문제로 한 아이 한 아이로 들어가면 다 문제가 꼬여 있는 것이지만 제가 가장 심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란 아이들이 세상을 사는 규칙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사는 규칙이란 기본적으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입니다. 즉 권리를 주장하고 싶으면 의무라는 댓가를 치뤄야 하며 복종하고 공손하게 굴면 그 댓가로 더많은 보호를 받을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아이들은 전혀 공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이때부터 아이처럼 굴지 않습니다. 조그마한 아이도 어른들과 이야기할때보면 어른처럼 이야기합니다. 즉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뭐 물론 정도 문제이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래서 규칙에 대해서 떼를 별로 쓰지 않습니다. 사실은 그게 어른이죠.
예를 들어 한사람에 빵하나씩 받게 되어 있다면 나도 한사람이니까 빵하나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수 있는게 어른 처럼 권리를 요구하는거라면 빵이 맛이 좋아도 하나더 달라고 떼쓰지 않는것이 어른 처럼 구는 의무입니다.
반면에 아이는 한 사람으로 여겨져서 권리를 다 찾아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규칙을 어기고 떼를 써도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고 봐줍니다. 기본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극단적 이야기입니다만 미국 아이들은 어른이라면 일본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애들이 애들같이 군다고 해서 후진적이라거나 나쁘다고만 볼것은 없습니다. 애들은 아무래도 어른 보다 못하니까 애들이 어른처럼 굴려면 힘들고 배우는게 느릴수 있습니다. 애들은 애들처럼 굴고 애들처럼 대우받는게 합리적인 나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아이들은 권리는 어른처럼 주장하고 떼는 아이들처럼 씁니다. 나는 이게 혹시 한국 사회가 전부다 그런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누구를 보면서 배우겠습니까. 어른들이 이렇게 구니까 애들도 이런 거 아닐까요?
미국과 일본은 자동차 운전방향이 반대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틀린 운전방식을 지키면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기 편할때마다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가면서 운전하고 그걸 우기는 사람이 있으면 생기는 것입니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동기의식을 가지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공평한 게임의 법칙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한국사람중에 이거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실천하는사람은 거의 없는 것같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때부터 문제푸는 귀신이 됩니다. 중학생이면 외고나 과학고 가야한다며 새벽까지 문제만 푸는 학원에 다닌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바쁘니 아이는 정작 자기가 커서 뭐가 될지를 생각하고 자기 취향을 개발할 시간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외고에 가면 문과학생이 되고 마는데 아이는 이과에 더 관심이 있어서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시공부에 너무 시달려서 중3인데 확신이 없는겁니다. 그 아이가 과연 고등학교에 가서도 동기의식을 유지해서 계속 앞으로 나갈수 있을지 걱정이었습니다.
한국의 부모들은 애들을 대단히 무시합니다. 전혀 미국 부모들 같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한방에 몇시간을 있어도 할말이 없어서 당황해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아이들만 그런게 아니라 부모들도 놀이 문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친척들이 만나면 그냥 같이 티브이를 봅니다.
전 차라리 애들하고 화투를 치라고 말했습니다. 더 좋은게 없다면 말입니다. 게임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하는 거지만 화면만 보고 있으면 아무 대화가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부모에게 배우는게 없습니다. 게임을 같이 하다보면 질때 이길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남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를 어른에게 배웁니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게임이건 아이들과 게임을 같이 하는 부모들을 저는 한국에서 거의 보지 못합니다.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고 같이 공부를 하고 같이 뭘 먹고 할뿐입니다. 그리고 종종 설교를 늘어놓는데 그 설교가 잘먹고 잘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경쟁에 지면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식의 철학입니다. 물론 이것도 대화는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죄어대니까 아이들이 공부하는거 말고는 개판을 쳐도 내버려둡니다. 신경질을 내고 시끄럽게 굴고 싸우고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해도 내버려 둡니다.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킬 만한 준비도 안되있는 것같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몰아가면서 공부빼고는 방임으로 내버려두는 일이 너무 많은 것같습니다.
그렇게 성장하는 한국아이들은 학교에서 만나서 서로 교류하면서 그런 행동방식을 서로 배웁니다. 그러니까 한명의 부모가 아이를 다르게 키우려고 해도 아이는 한국식의 사고방식을 친구들에게 배워옵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밖에 아이를 키울수 없다고 한국의 부모들은 주장합니다. 사실일지 모릅니다. 모두가 고함을 질러대는데 혼자서만 조용히 말하려고 해도 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버릇없이 구는 것이며 무책임하게 구는 것을 친구한테 배워올것입니다. 성적이 좀 잘나오면 부모에게 선심쓰는 것처럼 굴것입니다.
그래도 보면 안타까워서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아이들하고 이야기하고 놀라고 말합니다. 공부만 강조하면 안되고 공부가 전교일등도 아닌데 새벽까지 공부시키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도가 심해지면 반드시 자각하는 때는 오기 마련입니다. 분명히 제가 말하는 것이 보다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때는 올것입니다. 외고나 과학고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부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면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은 어쩝니까. 너무 안타까워서 상식으로 돌아가라고 외치지만 한국의 아주머니들은 요동도 하지 않는게 무슨 종교에 빠진것같습니다. 슬픈 한국의 현실입니다.
'주제별 글모음 > 교육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 교육에 대한 두가지 생각. (0) | 2009.09.03 |
---|---|
한국의 부모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이유2 (0) | 2009.09.03 |
큐리부인 문과보내기 (0) | 2009.08.18 |
교육의 시작과 끝은 정체성 (0) | 2009.06.01 |
상식의 교육, 상식을 깨는 교육 (0) | 2009.04.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