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합의라는 것의 가치와 어려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일을 두가지나 들었습니다. 하나는 PD수첩이 강남재건축에 대해 방송한 것을 본것이고 또하나는 4대강 사업을 위한 측량을 위해 팔당지역 농민들을 경찰로 진압한다는 것을 보도한 기사를 본 것입니다.
한때 재건축이 무조건 돈버는 사업이었던 적이 있다고 해서 재건축은 반드시 성사되는 것이며 돈버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입니다. 한국에서 완전히 잊혀지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집이란 땅처럼 영원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나 신발처럼 소비재라는것입니다. 집은 쓰다보면 낡고 결국은 사람이 살수 없는 가치없는 흉물로 변하는 소비재입니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그 10억짜리 집은 결국 낡아서 없어지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집이란 일단 지어놓고 나면 깨끗이 없어지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문제의 재건축이 나오는 것인데 이 재건축이 그렇게 쉽다면 미국에 빈민가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도시개발단계에서 아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바로 빈민가, 할렘가의 발달인데 이는 예전의 도시중심가가 할렘가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새로운 도심을 개발하는 비용이 예전의 중심지를 재개발하는 것보다 싸기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미국에도 일본에도 이런 이유로 내버려지다시피 한 지역이나 혹은 그저 싼 거주지로 변한 곳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재건축이 당연히 되고 수익이 난다는 믿음과는 반대로 재건축이 수익이되고 재건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는 것이 예외적이라는 것입니다.
전에 일본의 한 아파트에 대한 보도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 아파트는 이제 완전 빈민촌으로 변했는데 그과정은 이렇습니다. 아파트는 낡았고 그래서 부자들은 나갑니다. 아파트 재건축은 안되는 상황에서 관리비도 못내는 사람들이 늡니다. 그래서 아파트는 더욱 낡고 이젠 세들어 오는 사람도 없습니다. 버려진 아파트에 그냥 들어와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젠 거기에 사는 사람들도 별로 이웃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니겠지요.
강남에 즐비한 아파트들 중에 재건축 계산기를 두들겨서 부정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고 따라서 주민들이 재건축에 계속반대하여 영구적으로 재건축이 불가능해지는 단계에 이르르는 아파트가 단 하나만 나오면 아마 강남의 할렘화가 급속도로 이뤄질것입니다. 바로 위에서 말한 순서에 따라서 말입니다. 부자들은 나가고 아파틑 흉물화되고 동네분위기가 그곳을 중심으로 빈민가분위기가 나면서 집값은 추락할수 있습니다. 10억한다는 재건축을 기대하는 낡은 아파트는 단기간에 가격이 반토막 나는게 아니라 휴지가 되버릴수 있습니다. 아무도 그 아파트를 사려고 하지 않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은 일찌감치 발을 빼고 좋은 동네로 이사갑니다. 피디수첩에 나온 빚내서 전재산을 깔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공포물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런 미래를 피하려면 일단은 재건축에대한 합의를 해야 할텐데 대부분 지금도 집빼면 대출받아 마이너스로 사는 분들이더군요. 거기서 부담금 몇억씩 감당할수 있는 사람이 절반이라고 해도 나머지는 살던동네 떠나라는 이야기밖에 안되니까 합의가 잘안될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죠. 이건 다수결투표가 될수 없는 문제입니다. 60%가 재건축원한다고 40% 쫒아낼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재건축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모두가 원해야 할수 있는 것입니다. 재건축은 아닙니다만 청계천 개발의 과정과 그결과를 보면 재건축문제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합의가 이르지 못한채 10년은 쉽게 갈수 있습니다.
4대강사업에 대해 정부가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청계천을 해결하듯 4대강도 해결할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대강에는 거기에 사는 생물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적응해서 살고 있습니다. 청계천을 개발하기전 청계천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자신들의 생계를 그 환경에 걸고있었듯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개발은 천천히 이뤄져야 하고 대단히 힘든 합의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는 다시말하지만 다수결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민의 90%가 원한다고 한들 10% 국민은 죽으라고 한다면 10% 국민이 다수결에 따라서 죽겠습니까? 자신의 재산이고 자신의 삶의 터전인데 정부가 명령하면 순순히 물러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건 독재시대나 가능했던 것이죠.
바로 이점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부차원에서 4대강을 추진하기로 하는 것은 청와대 그리고 심지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결의할수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건 법적하자가 없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것과 국토의 상당부분에 걸쳐있는 4대강 주변을 다 헤집는 것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사이의 간격을 모르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상당한 분쟁이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전국적 다수결의 문제도 아니며 더구나 국민들은 4대강을 반대합니다.
국민들의 열열한 지지가 있다고 해도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반대할수 있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지역이 조그마한 청계천지역이 아니라 4대강 유역 전역입니다. 이걸 이명박 임기내에 다 파헤치겠다고 한다는 그 발상은 합의의 가치와 어려움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노무현 대통령때 핵폐기물 문제로 몇년이 시끄러웠습니다. 그게 노무현 대통령임기에 시작된 일도 아니고 아주 해묵은 문제로 알고 있습니다. 그걸 잠재우고 다시 공모해서 결론 짓는데도 몇년이 걸렸습니다. 단 한지역의 문제인데도 그리고 오래된 문제인데도 그렇습니다. 이제 4대강개발 문제꺼내서 몇년안에 다하겠다는 말은 공권력으로 박정희, 전두환 이상의 공포정치를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면 사기처럼 들립니다. 국민들에게 전부 가든 파이브 지어주렵니까? 게다가 가든 파이브 믿고 물러난 청계천 상인들의 현재모습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약속을 믿고 물러날 국민은 얼마나 될까요?
지금은 합의로 가는 길이 노무현 대통령때보다 훨씬 험난한 면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부를 너나 할것없이 공격했습니다. 따라서 국민들은 적어도 양쪽의 소리를 들을수가 있었습니다. 조중동이 참여정부 공격하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친정부지라는 언론들도 죽자고 공격했지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진보 중도언론은 이명박 찬가를 부르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국민들은 보다 정보에 대한 신뢰를 할수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못믿습니다. 신문들은 물론 MBC, KBS, SBS, 모두 못믿습니다. 정부 발언은 더더욱 못믿습니다. 정부가 하는 말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불신이 극도에 달한 지금 국민이 택할수 있는 길은 이런 암흑기가 지나가기 전에는 꼼짝말고 살던대로 살자는 생각뿐입니다. 뭔가를 바꿔보자는 말은 반대를 제대로 통과하지 않은 특정인들의 농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다수결로 매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크게 착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온국민이 원해도 단 한사람이 그걸 원하지 않고 그것에 반대할 권리가 있으면 하지 못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래서 바로 절차를 강조하고 투명성을 강조하고 상식을 강조하고 법의 형평성을 강조하고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고 공직자의 도덕성을 문제삼고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것이죠. 바로 현정부가 모두 무시하고 있는 그것 그리고 그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기간동안에 강조했던 그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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