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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를 욕하는 국민과 우리의 문제.

by 격암(강국진) 2009. 10. 23.

현대자동차 욕하기가 인터넷에서 흔해진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일본에서 몰던 차를 한국에 가져가겠다는 글을 쓴적이 있다. 그글에서 직접적으로 현대자동차를 욕한적 없지만 한국에 자동차 회사라고는 실질적으로 현대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제대로 못하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자동차시장은 왜곡되어 있다. 그것은 누구나 인정해야 한다. 세금장벽으로 막아놓고 독과점을 이룬 상태가 시장 왜곡이 아니라면 뭐가 왜곡이 아닐것인가. 문제는 이 왜곡이 정당화될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 시장왜곡이 있는가 아닌가가 아니다. 


왜곡의 정당화를 하는 논리 중 첫번째는 국산품 애용이다. 특히 일본자동차는 우리가 절대로 쓰면 안되고 일제차 쓰는 사람은 매국노라는 식으로 말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 한류열풍이 불고 여행자율화로 일본여행이 흔해지고 한국 사람들의 세계시민으로서의 경험이 증가하면서 이런 주장은 이미 거의 실종되었다. 


사실 이런 논리는 오로지 우리가 극빈국가일때만, 만든거 전부 수출에 쓸때만 말이 되는 것이다. 외국물건 쓰는건 매국노라고 말하고 우리 물건 수출에는 열을 올린다는 건 무역을 침략전쟁과 혼동하는 것이고 우리는 매국노가 안되면서 다른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를 배신하게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런 것은 우리는 극빈국가니까 배부른 부자나라 국민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확실하게 통하던 시절이나 설득력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몇만불이나 하는 자동차다. 그걸 타고다니는 한국 사람이 미국이나 일본사람보다 가난한가? 미국 일본 사람들도 그정도 돈밖에는 안쓴다. 세계로 여행하고 돌아다니는 한국 사람들은 외국 친구들에게 제발 너희나라를 배신해줘. 이렇게 말하는게 자연스러운가. 


물론 가진 실력도 없이 흥청망청 쓰는 것은 나쁜 것이다. 그러나 정도이상으로 엄살을 부리면 외국인들에게 욕을 먹을 뿐이고 도둑놈이 될뿐이다. 한국이 외국에게 애걸해서 먹고 사는 시대, 그럴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한국은 선진국 경제수준에 도달했다. 제품의 품질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지, 시장닫아걸고 우리는 가난하니까 이래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왜곡을 정당화 하는 두번째 논리는 현대자동차의 한국경제 기여가 아주 크다는 것이다. 현대가 망하면 한국의 국민소득 10%는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두가지의 반박이 있을수 있다. 하나는 현대가 고용하는 사람의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으며 시장왜곡에 의해 벌어들인 돈이 나라를 위해 쓰이지도 않는데도 국민들이 계속 참아야 하는 반박이다. 인터넷에는 이 이야기로 가득하다. 현대노조가 파업했다고 하면 배부른 자들의 고민이라는 말이 인터넷에 가득한데 이것이 과연 사주들의 농간인가? 


약간 빗나간 이야길수 있지만 재미로 한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일본에서 맥도널드 알바를 하면 한시간에 천엔정도를 번다. 도요타나 혼다 자동차중에 천오백에서 2천씨씨 자동차는 2백만엔이 좀 안된다. 그러니까 단순계산에 2천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면 하루 열시간으로 잡으면 2백일 정도 일하면 2천씨씨 도요타나 혼다차를 산다. 


한국에서 알바하면 3천원 정도 받는걸로 안다. 차값은 2천만원도 훨씬 넘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소나타는 3천이 넘는다. 똑같이 계산하면 작게 잡아도 대충 7백일이 걸린다. 이게 끝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2백만엔짜리 일본차가 한국에 가면 얼마가 될까. 대개 두배나 그 이상이다. 요즘 환율로 따지면 대개 4천만원이 넘는다. 따라서 비슷한 계산을 하면 천4백일정도라고 봐야 할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대충 7배다. 한국은 왜 이래야 할까. 


두번째 반박도 있다. 그건 현대자동차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까 봐주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현대자동차가 한국경제에서 중요하니까 명백히 경쟁력을 잃고 있는데도 내버려두면 되는가? 그러다가 현대그룹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가? 국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은 이미 현대가 문제가 크다는 증거가 아닌가. 시장 논리대로 하자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단골주장이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기대는 것에 익숙해진 현대가 어느날 왕창무너지면 어찌 될까? 이건 부동산거품이 커지니까 거품이꺼지면 나라경제에 무리가 간다고 거품을 계속키우자는 주장과 비슷하지 않나? 꺼지지 않는 거품은 없다는 말이 있다. 경쟁력없는 회사가 무너지지않는 법은 없다는 말은 없을까? 경쟁력없는 현대자동차에 기대다가 나라가 진짜로 큰일나는거 아닐까. 외국이 이걸 약점으로 삼아 한국을 협박하게 되지 않을까?


진짜 문제중의 문제는 시장왜곡은 있는데 공동체에 대한 신뢰는 크게 홰손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왜곡에 기대는 현대자동차를 못믿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뢰가 떨어지는데 기여하는 것은 친재벌적인 정부와 언론이다. 그들이 감시해야할 현대를 그들이 감시할까? 그들은 국민에게 오히려 거짓말을 해서 재벌들이 불로소득 올리는데 기여하지 않나? 현대차 광고인지 기사인지 알수 없는 기사 남발해 가면서 말이다. 


친 재벌적인 정부가 서면 오히려 경제가 나쁘다. 왜냐면 한국시장은 안그래도 독과점이 잘일어나는 시장인데 감시자조차 친재벌이라면 뭐가 되겠는가. 언론도 재벌에게 넘겨주겠다는 정부하에서 국민들이 재벌을 믿고 재벌들이 돈버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현대는 3년안에 붕괴한다는 주장을 하는 블로그 글도 있었다. 3년은 잘모르겠지만 대단한 변신이 없다면 현대자동차의 죽음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같다. 장벽은 영원히 거기 있을수 없다. 장벽이 없다면 바로 죽는 기업이라면 이건 자본주의 시장의 기업이 아니다. 


일본에 살아보면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북해도에서 대마도까지 일본자동차들이 자국자동차를 판다. 대마도에서 부산은 육안으로 보인다. 무슨 자동차를 멀리가져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으로 가는 물류비용이 얼마나 들겠는가. 장벽이 없다면 정말 현대가 혼다와 미쯔비시, 토요타와 경쟁할수 있을까?  아마 10년후면 중국자동차가 현대자동차를 따라잡을 것이다. 그것도 안걸릴지 모른다. 이런 현실이 되도록 자동차값을 팍팍올린 현대자동차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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