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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교육에 대하여

인문학 교육과 철학의 체험

by 격암(강국진) 2009. 11. 6.

많은 사람들은 철학책을 읽으며 뭔가 지혜을 얻거나 지식을 얻으려고 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철학은 이해하는게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편에 불과합니다. 


이런 예를 들어봅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한 역대의 무수한 위대한 요리사들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들은 맛이란 이렇게 내야 한다며 이런 저런 방법을 써서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사람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하고는 줄줄이 외워서 그들의 이름은 물론 생김새, 가정배경, 취미에서 그들의 요리법의 특징까지 이야기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정리를 잘해놓은 책을 사서 보고 외웁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맛에 대해서 뭘 알고 있을까요.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원전을 구해서 읽습니다. 즉 위대한 요리사들의 레시피를 구한것입니다. 레시피를 읽어서 위대한 요리의 요리법을 이해하고 체득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사람들은 정작 그걸 먹어본적이 없습니다. 이사람들은 맛에 대해 뭘알고 있을까요?


철학이 이해가 아니라 체험에 관한 것이라는 것은 철학이 가치판단에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로 부터도 알수 있습니다. 어떤 여자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아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녀에게 매혹된 순간 즉 그 매력을 체험한 순간 그녀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해 입이 터진것처럼 밤새도록 이야기할수 있습니다. 그전에는 남이 한소리를 이리저리 짜집기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이라던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을 우리는 얼마든지 듣습니다. 그 의미도 수없이 듣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많은 사람들은 그걸 줄줄이 외웁니다. 그러나 그것과 정말로 그렇구나 하고 체험하는 것, 그렇게 설득되고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바가바드 기타에서 깨달음에 가는 길은 두가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지혜의 길이고 또하나는 행동의 길입니다. 하나는 머리로 이해하는 길이고 또하나는 수련을 하고 행동을 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길입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깨달음에 이르르고 나면 어느길이든 상관은 없으나 수련의길, 행동의 길을 권장합니다. 이말은 정확히 이것을 말하는 것같습니다. 지식을 익히든 실천을 통해 체험하든 깨달음은 체험이라 어느쪽으로든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천이 없는 길은 너무 어려우니 실천을 하라고 추천하는 것입니다.  


철학이 체험이라고 해서 이것은 지식이 필요없고 철학을 한번 체험한 사람은 그 이후에는 철학적인 담론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식을 체계화하고 인과적으로 말이 되게 합리화하는 것은 편리한 도구입니다. 철학을 체험했다고 해도 일반적 지식과 경험의 폭이 너무 좁으면 전혀 다른 환경에서 혼동에 빠질런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자신을 지키는데에는 역시 지식이라는 도구가 필요할수 있습니다. 철학을 체험하는 것은 무슨 호풍환우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사물의 가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경험일뿐입니다. 나를 묶고 있던 환상을 벗어던지는 체험일 뿐입니다.  


이같은 것을 생각하고 현대의 교육을 보면 참으로 잘못된게 많습니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배워야 할것이 지식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체험이 없는 지식은 얻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동기의식도 생기지 않으며 무엇보다 뭐가 중요하고 나쁜지에 대한 생각이 없어집니다. 그러니 지식만 배우라고 하고 체험할 기회가 없는 교육이란 그저 남들에게 이용당하기 쉬운 명령하면 하는 대로 하는 로보트를가 되라는 교육인 셈입니다. 산으로 올라가 호연지기를 느껴보라고 했던 우리 조상의 교육은 이에 비하면 교육이 뭔가를 더 잘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 체험이기에 누군가의 철학을 가장 쉽게 배우는 방법은 그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요리법이나 요리사의 역사만 떠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요리를 만들어 먹는 사람인지는 스스로 만나서 느껴야 할것입니다. 


한국에서 인문학이 위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더 복잡한 요리책을 조잡하게 번역해서 깔아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거나 요리법을 정확히 지켜서 요리하는 것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그걸 먹는게 핵심이라는 것은 잊어버린 인문학자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금의 유명 요리사 요리를 줄줄이 흉내내어 만들기만 하는 것보다 집에서 가정요리라도 잘해서 잘먹고 사는 사람이 맛에 대해 잘알고 있는 사람일수 있습니다. 물론 요리사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보는 것도 잊어버린 사람들은 드믑니다만 철학자나 인문학자는 그런 사람이 많은 것같습니다. 


인문학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번 모여서 서로서로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과연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인가. 우리가 최소한 보통 사람들과는 윤리적으로 다른 차원에 있는가. 만약 답이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가르친다고 하는 것은 다 뭐에 쓸모가 있는 것인가. 한국 인문학의 위기란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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