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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자료, 재미난 것들

[스크랩] 눈으로 먹는 케?, 다들 한번 잡숴 보셔요~

by 격암(강국진) 2009. 12. 7.

 

 * 딸기푸딩 타르트. 'X mas' 라는 글자가 다 안 보이네... 올해 본 가장 근사한 트리다.

  * 초코케잌, 정말 부드러운 맛이었다.

 

 

 

 * 빨간 타일로 된 곳이 오븐이다. 아저씨, 반죽을 어떻게 하신 건지 정말 쫄깃쫄깃 맛있었어요!

 

*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소인지 11시에 문 여는 것을 기다려서 들어간 손님만 세 테이블... 물론 그 중에 우리도 포함.

 

 

생전 음식에 관한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식당 가서 음식 먼저 사진 찍어 놓고 먹는 열의를 가진 바 없던 내가 점심 특선 메뉴의 디저트로 나온 케잌을 보고는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핸드폰을 꺼내 사진부터 찍었다. 더불어 내 블로그에 레스토랑 카테고리도 하나 더 생겼다. 몇 개나 더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광속도로 나빠져가는 나의 경이로운 기억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므로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이라도 올려보자고 한다.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될지 모르겠는 이 레스토랑은 오이즈미라고 불리는 도쿄 외곽 동네에 있다. 얼마 전부터 운동 삼아 동네 주변을 걷고 있는데 2주 전쯤에 이 동네를 걷다가 찍어둔 레스토랑이다. 언젠가 이 동네에 맛있는 피자집이 있다고 한 일본 친구의 말도 귀담아 들었던 터라 꼭 한  번 가 봐야지 하고 있다가 드디어 오늘 저질렀다.

 

점심 코스 메뉴가 일인당 1,580엔부터 있는데 남편과 함께 고른 메뉴는 2인용으로, 샐러드, 이탈리아빵, 피자 하나, 스파게티 하나, 케잌 두 개, 음료 두 잔으로 3,300엔짜리였다. 요즘 환율로 생각하면 그리 저렴한 식사는 아니지만 그 내용을 보면 결코 비싼 것도 아니다. 샐러드는 짭쪼롭한 이탈리안 소스가 썩 괜찮았고, 함께 나온 빵을 그 소스에 찍어먹어보니 그 맛이 참을 어울렸다. 가르보니아 어쩌고 하는 피자에는 하얀 치즈와 아스파라가스가 얹혀 있었다. 그런데 이 피자가 얼마나 쫄깃쫄깃하고 맛있는지 가히 이제까지 일본 와서 먹어본 피자 중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새우 크림소스 스파게티 역시 보통 수준을 넘고 있었으나 이쯤에 와서는 바지 허리끈이 팽팽해지기 시작하고 있었으므로 먹는 속도가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언제나처럼 허겁지겁 나오는 거 받아 먹기에 바빴는데 제법 두둑해진 배에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을 즈음 나온 이 두 조각의 케잌에 그만 뽕~ 가고 말았다. 사실 이렇게 접시에 이쁘게 그림 그려 주는 케잌 첨 먹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맘에 들던지... 접시와 케잌과 그림의 조화가 아주 그럴 듯해 보였다. 그래서 남편이 포크를 갖다대기 전에 얼른 핸드폰으로 사진부터 찍어두었다. 원래 단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케잌에 큰 욕심이 없는데 딸기푸딩타르트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맛있었고, 층층히 멋을 낸 초코케잌은 부드럽게 입에서 녹았다. 나처럼 맛치에다 표현력조차 없는 사람이 음식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니 참 한심한 노릇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이 맛을 기억하고 싶어 몇 마디라도 끄적이고 있다.

 

근사한 음식들이 몽땅 내 뱃속으로 사라진 후에야 카메라를 꺼내어 디저트부터 사진을 찍었으니 참으로 아쉬운 노릇이다. 그래서 나오다가 레스트랑 내부 사진도 몇 장 찍었다. 그러다 보니 레스토랑 입구가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아니고 대단히 고급스런 요리도 아니지만 한국에서 손님이 오신다면 꼭 한 번 같이 오고 싶어졌다. 특히 케잌 좋아하는 엄마, 먹고 싶지롱~ ^^

 

최근에는 동네 산책에 꽤 재미를 붙이고 있다. 조금씩 다르게 단장한 집들이나 작은 정원들도 구경스럽고 불쑥불쑥 나타나는 밭이나 개울물을 만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또 아무리 구석 동네인데도 골목 귀퉁이에 그럴싸 해 보이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꼭 한두 개씩 있다. 이런 가게를 어떻게 유지하나 싶은 작은 상점들을 기웃거리는 맛도 괜찮다. 일본에 근사한 관광지도 많지만 시간 여유가 된다면 그저 아무 역에나 내려서 동네 구경을 한번 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여행이다. 진짜 보물은 그런 데서 건져지는 법이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겠지만 말이다.  

출처 : 아무나 못 보는 일본 이야기
글쓴이 : 길 위에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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