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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와 진짜 정보화 사회

by 격암(강국진) 2010. 1. 28.

미국에 있었을때의 일이다. 2001년에는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환경의 격차가 컷었다. 한국은 ADSL쓰는데 미국에서는 아직도 모뎀쓰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인터넷 환경을 한국의 자존심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자신감은 그시절에 기반하고 사실 그 이후 많은 것들을 추격당하거나 추월당했다. 한때 전세계 핫스팟의 절반은 한국에 있다라는 말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니 말할 필요가 없다. 역으로 지금의 우리 신세를 생각하면 좀 서글프다. 


어쨌거나 본론으로 가면 그러니 얼마나 한국 사람들이 한국이 정보화 사회라고 자부심이 강했겠는가. 아이리버가 세계로 뻣어나갈 무렵에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기뻤겠는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가지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란 정보를 잘 생산하고 배포하는 사회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지 단순히 하드웨어가 좋다는 의미로 해석될수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정보를 쉽고 값싸고 빠르게 시민들이 구할수 있는 사회가 진짜 정보화사회다. 


이런 의미에서는 지금은 물론 2001년의 상황에서도 한국은 미국보다 정보화 사회가 아니였다. 문제는 낡은 매체를 쓰고 낡은 하드웨어를 쓰는가 아닌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책을 만들고 신문잡지를 만들고그것을 대중에게 배포하는데 있어서 티브이나 라디오같은 메스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훨씬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새만금이나 고속전철 사업같은 사회문제가 불거져 나왔다고 하자. 미국에서는 당장 신문과 방송에서 훨씬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토론이 벌어지고 기사가 만들어 진다. 그리고 얼마안가 책으로도 서점에 깔린다. 아프칸 전쟁이 벌어지면 아프칸이란 나라의 역사와 현재상황에 대한 심층적 정보가 사방에 나오는 것이다. 아프칸의 사람들에 대한 소설이 베스트셀러소설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가 만들어진다. 


나는 단순히 이런 것들을 미국이 우리보다 잘났다고 말하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니다. 나라규모가 틀리고 역사가 틀리니까 어느 정도는 어쩔수 없다. 다만 미디어와 정보화기기의 본래 목적은 기술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다. 


아이패드가 나오자 인터넷에서는 아이패드에 대한 기대를 표방한 글도 많지만 실망을 표방한 글도 많다. 그러나 어느쪽이건 대부분의 글에서는 아이패드라는 기계의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큰것같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에서 영상재상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인코딩이 필요한가 아닌가. 유에스비가 있는가 없는가. 플래시가 되는가 안되는가 같은 문제를 비판하거나 혹은 어떤 디자인적 기술적 특징을 찬양하는것이다. 


그러나 티브이 세트를 살때 진정 중요한 것은 방송국이지 수신기세트가 아니다. 방송국과 수신기 세트가 하나가 되서 싸고 편리하게 우리에게 방송을 해줄때 값어치가 있는 것이지 티브이 세트옆에 병따개가 달려야 한다던가 바퀴가 달려서 밀고다니기 쉬워야 한다던가 하는 것은 매우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패드가 그저 커다란 아이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수많은 기능이 달리고 강력한 CPU가 달린 천불짜리 기계가 좋은 기계일 것이다. 그러나 실은 그 커다랗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고 진짜 중요한 질문은 그 커다란 화면에 적합한 컨텐츠를 배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영상컨텐츠를 인터넷으로 수신하고 저장하고 보는데 간편하다면 인코딩이 무슨 문제인가. 본래 최적화된 화일형식으로 받을 텐데. 아이패드는 아이튠즈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물건이다. 반대로 말해서 아이튠즈가 있기 때문에 아이패드는 세상을 확뒤집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라디오시대에 테입레코더가 팔리자 싸구려 음질의 음악은 거의 공짜로 즐기게 되었다. 누구나 테입레코더로 음악을 녹음하고 친구에게 선물할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시절에는 좋아하는 음악들을 테입에녹음해서 선물하는 일이 흔했다. 


그래서 음악계는 녹음기 판매를 금지하는 쪽으로 갔는가? 그럴수는 없다. 그래봐야 음성적으로 퍼질뿐이다. 음악계는 더 높은 음질의 CD를 팔았다. 티브이가 나오자 영화산업은 망했는가? 그들 역시 더 거대한 화면과 높은 화질로 승부했다. 


인터넷 속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영상산업은 이제 다운로드를 막는게 아니라 그걸 합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MP3에서 그걸 해낸것이 애플이고 애플이 아이패드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 화면 사이즈에 맞는 컨텐츠에서 다시 같은것을 해내려고 한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아이패드 최대의 의미는 그것이 될것인가 아닐까에 있지 새롭고 강력한 기계가 나왔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심플하다는 것은 보급이 쉽다는 의미에서 전망을 높히는 것이다. 


나는 무조건 아이패드가 성공하리라고 보지는 않지만 이런 미래를 생각해 보라.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 옆에 놓인 아이패드를 들어 신문을 본다. 버스를 기다리며 어제 보던 무협소설을 읽으며 점심시간에는 궁금하던 주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아이패드로 본다. 내가 작업하던 서류를 꺼내서 읽어보고 심심하면 오락도 한다. 이멜도 체크한다. 


사람들은 아이패드가 휴대성이 약하다고 하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대신 핸드폰 사이즈에서는 할수 없는 것을 많이 한다. 유용성이 충분히 크면 휴대성이 떨어져도 거의 깨어있는 시간 내내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는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다.  


이런 미래는 거의 핸드폰의 출시만큼이나 대단한 변화일수 있다. 물론 대단한 성공을 한다면 말이다. 아이패드가 성공할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핸드폰이 처음 출시되었는데 게임기능이 약하다는 둥, 망치로도 잘 못쓴다는 둥 해서는 곤란하다. 우선 아이패드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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