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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PC와 한국

by 격암(강국진) 2010. 1. 28.

물론 단순한 바람으로 지나가 버릴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서 태블릿 PC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또다시 우리는 왜 저런 것을 못만드는가 라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다. 닌텐도DS를 가지고도 그랬고 아이폰을 가지고도 그랬듯이 말이다.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한가지 큰 차이가 느껴진다. 한국은 지금도 그렇지만 저작권이 거의 무시되고 있다. 그래서 거꾸로 보면 하드웨어 발전에 아주 유리한 환경이다. O양비디오가 한국의 인터넷 발전에 기여했다는 말이 농담처럼 돌았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이 PC를 사고 인터넷만 깔면 컨텐츠를 내려받을수가 있으니 사람들은 하드웨어에 돈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이 인터넷의 하드웨어적 보급에서 세계의 선두를 달렸던 것에는 그런 영향이 무시할수 없게 존재했다.  


세계에는 드문데 한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지거나 최소한 상용화가 제일 잘되었던 기기가 두개나 있다. 하나는 MP3플레이어고 하나는 pmp다. 이둘다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은 인터넷에서 컨텐츠를 얼마든지 내려받을을수 있는 환경에 기대어 번성한 것이다. 노래를 듣기위해 하드웨어와 컨텐츠 모두에 돈을 지불하면 너무 비싸다. 그런데 하드웨어만 사면 컨텐츠를 무한대로 즐길수 있다. 따라서 하드웨어가 장사가 되고 장사가 되니까 제품개발이 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mp3 플레이어로 잘나가던 아이리버는 이제 애플과 비교도 할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애플은 하드웨어 이상으로 컨텐츠로 돈을 번다. mp3 파일을 다운로드 받게 하고 중간 수수료를 막대하게 챙긴다. 이런 비지니스 모델에서 하드웨어를 파는 것은 아무리 근사해 보이고 수익이 많이 나도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컨텐츠를 파는 유통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왜 아이폰을 못만드는가라던가 닌텐도 DS를 못만드나 태블릿 PC를 못만드는가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하드웨어를 보고 있다면 이것은 꽤나 보는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그 하드웨어들이 아무리 멋져도 하드웨어는 컨텐츠를 파는 시장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런 착시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역시 한국에 뿌리깊게 존재하는 컨텐츠나 특허기술같은 무형의 것은 공짜고 하드디스크니 LCD화면이니 하는 하드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태블릿 PC는 이미 7-8년전에도 만들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나오면 물론 훨씬 기술적으로 뛰어나겠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그 이상의 문제는 그런 형태의 기계로 즐길수 있는 컨텐츠 유통이 가능한 시대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아마존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e북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속력이 빨라지고 고품질 인터넷 영화를 다운 받는 일이 쉬워지니까 이제 큰 화면이 필요한 것이다. 


컨텐츠 이야기하면 나는 항상 도서대여점과 만화, 무협소설 생각이 난다. 한때 도서대여점이 난립하는 지금과 만화가게가 없어졌던 사이에 한국 만화와 무협소설이 꽃피운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만화잡지를 사서 보았다. 단행본을 사모았다. 도서대여점 천하가 되면서 컨텐츠의 질은 상관없어졌다. 다작을 하는 작가는 돈을 벌고 고민해서 한권을 내는 사람을 굶어죽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만화와 무협소설은 그런 시스템에 적응했다. 


우린 언제까지 하드웨어 산업에 연연할 것인가? 삼성엘지현대가 하드웨어 재벌이라서인가? 미래는 컨텐츠로 갈수 밖에 없고 그래야 하드웨어도 더 발전할 여지가 생길것이다. 그런 공감대가 퍼지지 않는다면 또 미국에서 새로나온 멋진 하드웨어를 보고 우리는 왜 저런걸 만들지 못하는가 하는 소리만 할것이다. 

 

물론 크기는 훨씬 작지만 태블릿 PC가 꿈꾸는 미래의 상당부분은 이미 한국에서 pmp로 시도되거나 실현되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왜 더 멋진 기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한국의 하드웨어들은 수그러 들고 말았는가. 하드웨어를 만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장을 키우지 못하고 해적 컨텐츠를 사용하는 기기에 머물고 말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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