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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믿고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by 격암(강국진) 2011. 7. 13.

11.7.13

우리는 믿는 다던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흔히 증거나 권위를 요구하는 일이 있다. 그런 것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대에게는 종종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다는 것인가 하고 말하거나 암묵적으로 그렇게 행동하게 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 상대가 철학자라던가 목사라던가 스님이라던가 하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일이 많고 예쁘다던가, 친절한 행동을 한다던가, 성실하고 재능이 있다던가 하는 이유를 붙여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은 그러한 것들, 즉 학위를 딴다던가, 유명세를 얻는다던가, 어떤 지위를 얻는다던가 하는 것, 예쁘다던가, 친절한 행동을 한다던가, 성실하고 재능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던가 하는 것들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것들에 빠져서 종종 진짜를 놓치고 마는 것같다. 

 

믿는 다는 것은 증거를 요구하는게 아니다. 증거가 있다면 믿는게 아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사랑하게 되는게 아니다. 사랑은 이유가 없는데도 좋으니까 사랑인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증거나 이유를 찾아헤매는 일이 많아서 적어도 두 가지 나쁜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 증거나 이유에 매몰되어 속는 일이 많은 것이고 상대와 나의 관계를 직접 느끼는 개인으로서의 능력 혹은 나 자신이 되는 상태에 머물러 있는 능력이 쇠퇴하고 마는 것이다. 

 

포도를 먹는 것과 포도를 먹는 사람을 보거나 포도를 먹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는 포도를 먹는 것을 보거나 듣는 것이 포도를 먹는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그러므로 진정한 믿음도 사랑도 경험할수 없게 되기 쉬우며 따라서 진정한 기쁨도 지혜를 얻는 일도 매우 느리거나 없게 되기 쉽다. 

 

실제로 우리는 권위를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형식으로 권위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에 살고 있다. 너도 나도 이런 저런 방식으로 타이틀을 만들어 나는 이런 저런 대단한 사람이요라고 권위를 자랑하고자한다. 그래서 돈을 주고 라도 교수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고 조기축구회 회장이라도 회장이라고 불리고 싶어하는 것이며 혼자서 하는 사업이라도 사장이라불린다. 여자들은 남자들의 능력에 대한 허세에 속는 일이 허다하고 남자들은 여러가지 화장이며 옷 심지어는 성형수술의 결과에 속는다. 

 

속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즉각 깨닫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지에 속아서 그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긴긴세월을 보내고 마는 일이 허다하다. 마치 부동산이나 주식 투기 바람에 빠져서 진정한 가치는 헤아리지 않고 여기저기 돈빌려서 투기생활을 하는 사람처럼 자신이 실체가 없는 것을 잡았다는 자각을 하기보다는 금새 대박이 터져서 진정한 쾌락을 느끼게 될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은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기 보다는 자신이 내세운 -그것도 상당부분 다시 스스로가 만들어낸 여러가지 허세이지만- 껍데기에 붙어있는 아름다운 여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나는 아름다운 애인이있다는 자부심에 으쓱해하고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애인을 소유하는 것은 즐겁다는 쾌락에 빠지지만 그러한 쾌락은 부동산 투기바람에 부풀어 오른 집값처럼 본질이 없는것이다. 결국 끝없이 자신은 세상으로 부터 고립되어 있으며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와 대화는 알맹이가 없고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에 쫒기게 되거나 쓰디쓴 배신을 경험하게 되고 인생의 무의미에 빠져들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믿는다거나 사랑한다는 것은 무언가 증거나 이유가 없는데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다. 그리고 오직 그렇게 할 때만 우리는 믿고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뭐든지 믿으라고 말하거나 뭐든지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믿음이나 사랑은 개인의 결단이며 내가 느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믿을수 없을 때 믿어주니까 믿음이다. 사랑을 계속하기 어려울 때 사랑을 계속하니까 사랑이다. 우리의 하루 하루는 믿는다거나 사랑한다는 일이 아니더라도 비약으로 가득차 있다. 매순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데 그 선택은 모두 논리적으로 어떤 이유를 따져서 하는게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머리속에 든 것, 보이는 것에 완전히 몰입 할때 우리는 소위 영감이나 직관의 힘을 받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진정코 지식의 힘으로 보이는 것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는 우유한병 살 수가 없다. 믿음과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를 살피는 것자체가 내가 해야할 일의 하나일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 믿음과 사랑이 통찰력의 문제이며 비약의 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건 마치 된장찌게를 만들면서 된장자체를 빼버리는 것같은 행위다. 

 

그렇다면 우리는 틀리는 일이 없을 것인가. 틀리는 일이 있다.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려고 몰두 할 때 실은 우리가 어떤 면에서 완전히 장님이 되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삶은 더더욱 위험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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