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생활의 규칙

by 격암(강국진) 2011. 10. 19.

2011.10.19

 

나는 게으르고 잊기를 잘하며 유혹에 약하다. 그래서 규칙을 잘지키는 사람은 못된다. 무엇보다 어떤 규칙에 얽매이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물론 세상에는 종종 매우 규칙적으로 평생을 살아간 훌룡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나 실상 규칙적인 생활이란 스스로를 감정없이 움직이는 시계추처럼 만들어 둔하게만 만드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이런 저런 규칙을 가하는 것보다는 순간순간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규칙은 나에게 어떤 선입견을 줄뿐이 아닐까. 예를 들어 불가에는 고기를 먹지말라던가, 여색을 멀리하라는 규칙이 있다. 또 대개 스님들은 같은 옷을 입지 스님이 반바지 입고 가발쓰고 돌아다니는 경우는 없다 (내가 못본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제약들, 계율들을 받아들이는것이 또다른 기계로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맛있는 음식을 보고 그 맛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 그것이라면 그렇다. 어떻게 점점 더 둔해지는게 나를 위한 길이 될까. 그런거라면 거세를 하면 성욕을 못느낄테니 그게 수행일 것이다. 정신적 거세나 육체적 거세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결국 어떤 규칙이란 음식에 간하기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음식에는 항상 적당량의 소금이 들어가야 한다. 너무 많으면 짜고 너무 적으면 싱겁다. 그런데 사람들이 음식에 소금을 마구 퍼넣고 있다면 대개는 음식이 너무 짠 것이므로 우린 음식을 짜게 먹지 말라는 규칙이 필요하다. 소금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더구나 혀를 둔하게 해서 짠 음식이 짜게 안느껴지게 해서 음식을 먹으라는 말은 더더욱 아닐것이다. 

 

여색을 멀리하라지만 아름다운 여성이 사악한 것일리가 있는가. 그것은 세상의 아름다움에 하나를 더하는 축복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여색을 멀리하라지만 그 말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없는 정신적으로 감각이 거세된 상태에 이르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은 아닐것이다. 규칙에는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해가 있고 나면 규칙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젯밤에는 현실적으로는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좋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편하다. 규칙에 얽매이면 바보가 되겠지만 이 세상에 절대적인 규칙이란 없다는 생각을 하고 나면 규칙을 따르는게 편하다. 몸도 마음도 금새 습관에 얽매인다. 주유소에 가서 담배를 피워도 조심만 하면 불이 안나겠지만 불을 내지 말자는 말하기 전에 애초에 불들고 주유소에 안가는게 좋다. 생활의 습관이나 규칙이란 결국 우리를 불사를 불쏘시게가 될것을 우리 주변에서 치우는 일같은게 아닐까. 

 

법정같은 종교인들은 무소유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최소한의 것만을 유지하려고 한다. 뭔가를 소유하고 그것에 얽매인다는 것이 결국은 우리를 소모시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고상한 종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어차피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닌데 가지고 안 가지는 것 자체에 대한 구분을 하는 것도 집착일지 모른다. 가난해지면 행복하고 많이 가지면 반드시 집착이 많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유에 대한 규칙도 절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재물이란 불쏘시게와 같아서 내 주변에 있으면 나를 태우기 쉽다. 법정은 안 가진다는 규칙을 만들어 자기 주변에 불쏘시게를 치우면서 살았다. 세상에 봉사하면서 산다는 게 목사인데 대형교회 목사가 엄청난 부를 쌓고 그걸 세습하고 나누다가 결국 재판에도 걸리고 하는 것을 보면 그런 규칙이 무용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고 나자 이제는 생활의 규칙을 정하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직 그 생활의 규칙이 뭐가 될지는 정해진 바가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아침마다 팔굽혀 펴기를 할 것이나 점심먹고는 산책을 할 것 같은게 규칙이 될까. 맛있는 음식을 탐하지 말고 술을 먹지 말것 같은 것을 규칙으로 하기는 힘들다. 내가 그것들을 좋아하고 유혹에 약하다. 게다가 그렇게 하면 아내가 심심해 할것이다. 이따금 맛있고 새로운 레스토랑에 같이 간다던가 같이 술을 마셔주는 일도 안하면 아내가 더더욱 우리 남편은 재미없다고 할 것이 아닌가. 규칙을 정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규칙을 깨도 된다는 예외 규칙을 만들어볼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