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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뿌나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이유

by 격암(강국진) 2011. 12. 9.

2011.12.9

 

요즘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정치는 책임이다라는 정기준의 명언을 내놓았더군요. 물론 정기준은 이말을 민주주의에 반대하기 위한 논거로 내놓은 것이지만 세종과 정기준의 대화를 따라가 보면 사실 왜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인지, 왜 투명성과 권력의 이양이 필요한 것인지가 잘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의 이명박 정권이 뭘 기본적으로 거꾸로 알고 있는가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책임이다.

 

그렇습니다. 정치는 책임입니다. 우리가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단순한 행위도 그것이 교환가치를 가진 다는 믿음, 그에 따르는 책임을 사람들이 지킨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는 사람이 없다면 세상에는 아무런 질서도 없을 것입니다. 왜냐면 아무도 자신의 욕망을 참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이 되면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는데 은퇴하면 받을 국민연금 내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내년이면 나라가 망한다면 어떻습니까. 사람들이 무책임해 지면 모든 사회적 약속은 깨어질 것입니다.

 

왕조에서 왕이란 자리는 단순히 한 개인이 권력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닙니다. 그랬다면 그것은 다른 정치 형태를 가진 사회가 득세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결국 유지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즉 호족들의 지도자들이 각자 작은 왕처럼 작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단 한사람의 왕이 크게 권력을 즐기는 것이 거대한 왕국을 만드는 모든 이유라면 왕국자체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중앙의 왕권은 통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중앙의 질서가 없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프칸에 전쟁이 났을때  일입니다. 중앙정부가 무너지자 물자가 각 지역으로 퍼질 수가 없었습니다. 물자가 트럭을 타고 아프칸 깊숙히 들어가려면 먼 길을 가야하고 여러지역을 거쳐야 하는데 각 지역에는 산적처럼 그 지역을 통치하는 세력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산적들이 모두 통행세를 요구합니다. 어떤 때는 물자를 빼앗아 버립니다. 그러니까 긴 수송로를 거쳐서 물자를 옮기는 일이 너무 비싸고 어려워지고 결국 나라는 원시시대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전체의 나라가 하나의 왕권에 의해 통치되어야 그런 일이 없습니다. 사회에 신뢰가 쌓일 수있습니다. 세상에 분란이 생기면 왕이 그 권한으로 결정을 지어버립니다. 그것이 비록 언제나 옳은 판단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일관성만 있다면 일단 판결없이 영원히 분쟁상태에 빠지는 것보다는 훌룡합니다. 왕이 왕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왕국은 전보다 부유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왕이 혹은 널리 통용되는 질서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민주주의의 필요성

 

여기서 그치면 민주주의가 필요없다는 정기준의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됩니다만 우리가 오늘날의 세상을 보면 왜 민주주의가 필요한지, 왜 이명박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물론 우리는 더더 복잡한 관료체계를 발달시켜서 왕조하에서도 복잡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복잡한 체계를 발달시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책임의 문제입니다.  세상이 복잡하니까. 언제나 맞는 판단만 할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FTA나 4대강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전국각지에서 벌어진 거대 개발 프로젝트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찬성을 하건 반대를 하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문제없는 길은 없으며 어떤 길도 100% 옳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2008년의 세계적 경제위기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떤 프로젝트가 무조건 옳다고 단언할 수 있겠습니까. 용산개발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불에 타죽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용산은 이제 수지가 안맞는 개발이라고 말해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개발을 위해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것이지만 설혹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죽일만큼 확신에 차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틀렸습니다. 역시 확실한 건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판단이 옳은가 그른가를 논하는 것 이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 판단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누구도 미래를 확실히 말할 수 없는데 제 아무리 전문가를 모으고 관료제를 발달시켜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일을 추진할 때는 사람을 죽여서라도 진행시키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일이 어찌되건 책임은 안지겠다고 하면 세상이 제대로 굴러갈까요? 책임질 수 없는 판단은 국가적 혼란을 부르고 판단자체를 회피하려고 하는 일을 만들어서 결국 더더욱 큰 사회적 비용을 물게 할 것입니다.

 

봉건국가에서 궁극적으로 모든 책임은 모든 권력을 가진 왕에게 모이게 됩니다. 왕은 자신이외에는 판단을 내릴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판단을 내립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복잡한 세상사를 한명의 왕의 머리에 의존하게 됩니다. 제아무리 왕이 '내가 다 해봤다' '나에 대해 오해하지 말라'를 외쳐도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민란이 나게 됩니다. 왕은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판단을 자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왕이 질 수있는 궁극의 책임은 왕권을 빼앗기는 것이죠. 

 

민주주의와 투명성의 이유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정기준이 말합니다. 한글을 가르키는 것은 백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 아닌가. 왕으로서 무책임해지는 것이 아닌가. 만약 세상이 한 군주의 판단만으로 돌아갈 만큼 단순하다면 사실 정기준의 말이 옳습니다. 요즘 세상에도 아주 작은 집단은 리더가 확고한 판단을 가지고 일을 해나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서 형식적 민주주의에 얽매여 봐야 책임지는 사람없는 개판인 집단이 될뿐입니다. 바로 어른없는 가정이나 가장없는 집안같은 것입니다. 아주 단순한 것도 책임질 사람이 없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엉망이 되고말 가능성이 큽니다.

 

복잡하고 거대한 집단은 민주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바로 책임을 나눠가지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지금도 이명박이 정당한 선거에 의해 선출된게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상태였다면 정권은 각종 실정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면서 단번에 넘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결국 이명박은 국민이 뽑았다라는 국민의 책임성때문에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필요한 본질을 이렇게 보고나면  투명성이 필요한 이유, 언론의 자유가 필요한 이유가 분명합니다. 정부나 대통령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선거에 의해 뽑혔다고 해도 자기들 맘대로 뭐든지해도 좋은 권력을 부여받은 것은 아닙니다. 맘대로 국토를 외국에 팔아먹고 나중에 잘못되면 내가 책임질께 하는 대통령이나 집권당이 있다고 하고 그들이 실제 진심이라고 해도 그들이 어떻게 나중에 책임을 지겠습니까.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것을 내가 다 잘아니까 너희들은 조용히있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간에 어떻게 협상을 하는지, 그게 누구에게 물어보고 뭘 근거로 하는것인지에 대해 설득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며 아주 중요한 사안인 경우에는 심지어 다수결에 의해 표결을 이길 수있다고 해도 올바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한국어 쓰지말고 영어쓰자고 국회의원의 60%가 찬성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그걸 날치기 한다음에 민주적으로 타당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건 아무리 좋게 봐줘도 주류가 비주류를 착취하는 세상일 뿐입니다. 

 

아주 중요안 사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 능력이없다면 -설사 그것이 옳다고 해도- 할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헌법같은 것은 과반만 되면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치기 훨씬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이죠. 왜냐면 세상에 절대적으로 확실히 옳은 것도 없고 독단을 나중에 책임질 수 있는 주체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을 저지르면 결국 공동체가 파괴되고 국가자체가 파괴됩니다.

 

맺는말

 

정치의 본질을 말하는 뿌리깊은 나무를 보면서 오늘날의 세상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런 드라마 많이 보시고 생각 많이 하셔서 피할수 있는 아픔은 되도록 피하면서 살수 있는, 상식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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