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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 공개수업 음악회를 다녀와서

by 격암(강국진) 2011. 11. 5.

지난 주말에는 막내 학교의 공개수업일이었습니다. 공개수업일에는 보통 학교수업을 하고 부모가 참관을 하는 것이지만 그날은 작은 교내 음악회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 노래가 뭐 들을게 있을까 싶어 막내가 노래부르는 것만 듣고 오려고 했지만 가서 들어보니 뜻밖에 참신한데가 있어서 전학년의 발표를 모두 듣고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은 굉장히들 많이 와서 강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들을 둘러보다가 이런 저런 생각이 났습니다.

 

처음든 생각은 초등학교라는게 이 지역사회에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일본전역이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보통의 일본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행사가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느낌을 저는 받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운동회가 대표적 입니다. 그날이 되면 다들 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싸워서 운동회를 구경합니다. 부모도 오지만 할아버지까지 옵니다. 그러다보니 운동회라는 것이 아이들 행사라는 것을 넘어서 온 가족행사 비슷한 것처럼 보입니다.

 

 

 


학교 교육에서도 그런 운동회라던가, 음악회 준비가 엄청 큰 비중을 차지 합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학교에 다니는 생활의 상당부분이 이 발표를 준비하러 다니는 듯한 느낌입니다. 제가 일본에 처음와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 학교 운동회에서 아이들이 집단 체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이런 저런 복잡한 춤과 체조를 보여주는 것을 보니 미국에서 갓온 제 입장에서는 감동이 되는게 아니라 이거 아동학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은 해석하기 나름의 의미가 있고 나쁜 면이 있는가 하면 좋은 면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하고 다르게 그리고 아마도 한국하고도 다르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지 않아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만- 학교에서 아이가 배우는 것이 부모들과 강하게 결합된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즉 어른들이, 가족들이 보러온다는 사실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열심히 교육되고 그리고 어른들은 그걸 보고 즐기는 것입니다.

 

그런 춤이며 노래가 무슨 큰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거나 어른들이 즐기기 위해 왜 아이들을 괴롭히는가 하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만 그건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어른들의 관심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학교행사에 참여하고 그날을 소중한 지역 행사처럼 생각해 준다는 것은 분명 아이들의 교육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둘째로, 학교에 가서 아이들 발표를 보고 듣는 것은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재교육 사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교육이라고 해도 무슨 강의를 듣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교육에 참여함으로써 어른들은 인생의 새로운 부분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실 춤이나 음악같은것 하고 담쌓고 사는 어른들 많이 있지 않습니까. 또한 그런 집단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없는 어른들도 많습니다. 그런 행사에 참여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봄으로써 아이들의 교육을 돕는 동시에 어른들도 다시 재교육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늘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인생을 복습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여러가지 문제와 질문에 부딪히지만 어떤 질문도 문제도 궁극적 해답을 얻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죽 훓고 지나갈 뿐이랄까요. 아이를 키우고 아이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 우리는 다시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번에도 궁극적 답은 얻지 못할지 모르지만 많은 경험을 쌓은 이후이기 때문에 답은 상당히 달라지게 됩니다. 아이를 키워야 어른이 된다는 말에는 깊은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됨으로해서 지역공동체가 뭉치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느껴집니다. 동네의 중심이 동네 학교가 되는 경우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한국에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있고 그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어른들이 뭉치면서 공동체가 굳어지는 것은 인간사회가 가진 자연스런 한 단면인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간을 포함해 사회를 이루고 사는 모든 동물들의 한 단면인지도 모르지요.


한국에는 아이엠에프 이후 대안학교라는 것이 여기저기 생긴 모양입니다. 일본의 공립학교를 보면 대안학교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일본의 학교가 대안학교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학교는 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개성을 죽이는 교육을 합니다. 여기저기에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런데 이걸 뒤짚으면 이게 대안학교 인것입니다.


예를 들어 앞에 말한 것처럼 초등학교는 많은 시간을 발표연습에 보내는데요. 그 발표는 혼자하는게 아닙니다. 합창이나 군무입니다. 반에서 1등하려고 노력하는 교육과 합창이나 군무를 연습하는 교육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중학교는 방과후 특별활동을 워낙에 심하게 해서 학교에 공부하러 다니는 건지 무슨 체육부 활동하다가 남는 시간에 공부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우리부부는 불평합니다. 거의 매일같이 그리고 주말에도 종종 아이는 몇시간씩 탁구를 칩니다. 아이가 탁구부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기저기에 전국대회, 현대회가 계속해서 있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상당시간을 방과후 활동에 투자합니다. 한국에 비하면 체육이 훨씬 더 많이 강조되는 것이 일본의 교육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이들의 얼굴입니다. 예전에는 예쁜 아이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와 보니 아이들이 여러가지 의미로 사랑스럽습니다. 바보같은 얼굴이나 웃기는 얼굴, 찡그린 얼굴도 다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몇년을 더 살아서 인생이란 걸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은 이런 저런 표정을 보이고 자신들의 개성을 보입니다. 제가 어렸을때는 공부를 잘하거나 얼굴이 잘생긴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이제는 그저 개성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적어도 저들은 아직 어린 많은 미래를 가진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얼굴들을 그렇게 쭉 둘러보고 있노라면 왠지 뭔가 중요한 것을 읽은 느낌이 납니다. 그 얼굴들은 조심스럽게 관찰한다면 확실히 마법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그 얼굴들을 보기위해서라도 어른들은 아이들 행사에 참여할 가치가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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