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되어 갑니다. 과학적으로 말해서 연말연시란 별 의미없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달력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동시에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이 아닌가도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생활에 변화를 주고 리듬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못할때 우리는 시간의 소중함도 느끼지 못할 것이고 조금씩 일상에 뭍혀서 둔해져만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일을 생각하기보다는 내일 죽을 사람처럼 오늘 소중한 것을 하자는 말이 요 근래에 세상에 많습니다. 내일은 계산하는 것이고 예측하는 것이며 오늘은 느끼고 뭐가 중요한 지를 생각하는 것이죠. 계산보다는 느끼고 중요한 것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언뜻보기에 한해 동안 있었던 좋은 일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래서 별 고통스러운 일이 없었던 것도 같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화나고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일도 꽤 되었던 한해입니다. 예측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믿는 믿음이 공유되지 못하고 마치 이교도들에 둘러쌓인 외로운 종교인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 일것입니다. 제 개인의 문제도 큰 문제였습니다. 직업적인 것도 있지만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는 기대하지 않고 하루 하루를 지내는 것이 쉬울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아플수 밖에 없고 짝사랑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괴로울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가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가 갚을 수 없는 많은 혜택을 세상으로부터 주위사람으로 부터 받는 것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가족도 사랑스럽고 제가 한국사람으로 태어난 것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도 결국은 표현의 문제이상으로 내적인 입장의 문제가 있는 것같습니다. 불교신자는 절에 데려가는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할테지만 내가 캐톨릭신자라면 그일은 나를 괴롭히는 일이 되겠지요. 이렇게 뭐가 중요하고 좋은 것이라고 믿는가 하는 것이 소중합니다. 우리는 꼭같은 것을 믿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것을 믿으면 나란히 가까이 설수 있고 그 믿음이 너무 틀리면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같이 있고 싶으면서도 가까이에 존재할때 서로에게 아픔을 주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럭저럭 나와 함께 해주는 아내가 가장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이것은 단지 가족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회와 개인간의 관계 다시 말해 한국이라는 사회와 나라는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한국을 사랑할 수록 그래서 더 많이 보고 들으며 한마디의 말이라도 더 하게 될수록 한국과 나사이의 거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그냥 관심 끊고 안보고 안듣고 말하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방법입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했다는 말한마디나 공항이나 수도공사나 철도가 민영화되거나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 또 수능의 뭐를 뜯어고쳤다더라같은 말들을 들으면 당장에 저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이 아니지만 때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화를 내게 됩니다. 사랑하니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러나 저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어떤 정당이나 어떤 특정인들만은 아닙니다. 물론 강용석이나 오세훈이나 이명박같은 정치인들이 특히 많이 저를 괴롭히는 뉴스를 만드는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들은 바다위에 뜬 거품같은 존재입니다. 원인보다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다 그자체 즉 대중 그자체 혹은 한국사회, 한국인 그자체입니다.
저는 문화적 차이 혹은 믿음의 차이를 느낍니다. 그 차이가 있는 것보다 한국을 더 가까이하면 상처입게되고 두들겨 맞게 될거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대개 별문제없는 거리라는 건 실제 제가 다가가고 싶은 거리보다는 훨씬 먼거리지요. 돌아보면 제가 가진 재주라는 것이 그나마 좀 있다면 생각하고 글쓰는 재주가 대부분인것같습니다. 그것도 부끄런 것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쓰는 편지를 세상에도 같이 보냅니다. 마치 바다에 편지를 넣은 병을 던지는 것처럼 던진 편지가 누군가의 가슴에 와 닿기를 바랍니다. 할 이야기가 때로는 너무 광대하여 한줄이나 한개의 글로 쓸수 없는 것같아 책으로도 만들어 봅니다. 바다로간 편지는 때로 답장을 보내기도 하지만 물론 광대한 바다가 편지 몇개로 어떻게 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바다가 저를 믿어야할 이유같은 건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국이 살기 좋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제가 행복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제 가족이 행복해 지기를 바래서 그렇습니다. 제 아이가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공간이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그러자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존할수 있는 믿음을 함께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계속 느끼게 됩니다. 함께 하고 싶으면 그냥 함께 하면 되는 것이지 뭐가 그리 복잡하냐고 말할지 모릅니다만 함께 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라면 이 세상은 옛날에 천국이 되었겠지요. 우리는 비슷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질서가 서고 그래야 불안하지 않게 살수 있습니다.
내일을 생각하기보다는 오늘을 잘 살아야겠습니다. 그러나 내일을 꿈꾸는 일을 그만둘수는 없다는 것을 거듭 깨닿습니다. 내년은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보다 많이 서로 사랑하고 보다 많이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내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 한해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연말 연시 잘보내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주제별 글모음 >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가 구세주의 시대 (0) | 2012.01.25 |
---|---|
정치의 근본은 참여가 아니다. (0) | 2012.01.11 |
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 왕따의 자살을 보며 (0) | 2011.12.27 |
대학안의 지식인, 대학밖의 지식인 (0) | 2011.12.14 |
내용이 광고와의 싸움에서 지는 한국 (0) | 2011.1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