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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구세주의 시대

by 격암(강국진) 2012. 1. 25.

안철수, 이명박, 스티브 잡스, 빌게이츠, 손정의. 이런 이름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기업가 출신이거나 현재 기업가이면서 대중적 인기를 가진적이 있거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세상을 구할 어떤 비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즉 단순히 돈을 잘 버는 것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의 등장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오늘날의 세계


20세기를 지나고 21세기도 이미 12년이나 지났다. 내가 보기엔 세상은 점점 더 혼돈속에 빠져들고 있는 것같다. 그 혼돈이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에 대한 혼돈이다. 하나의 사회나 혹은 세계전체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정도 확고할때 오히려 세상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잊혀지는 경향이 있다. 왜냐면 비전내지 미래에 대한 약속이 분명하므로 이제 그 안에서 열심히 사는 것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선수는 프로야구 리그가 인기를 끌고 있는 동안에는 어떻게 하면 야구를 잘할까만 생각할지 모른다. 야구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따위는 훨씬 덜 생각할 것인데 첫째로 자신이 아는게 야구하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야구만 잘하면 한세상 잘 살수 있다라는 미래에 대한 약속에 대해 의심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무한한 발전을 통한 풍요의 꿈을 위해 뛰어가거나, 사회주의적 이상으로 지상에 낙원을 건설하고자 하는 꿈에 빠져있는 동안에는, 그리고 그 꿈이 어느정도 말이 되는 것같은 동안에는 사람들은 그 꿈자체에 대한 고민은 적다. 자본주의 사회를 인정한다면 그 사회안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를 고민하기 마련이고 사회주의를 꿈꾼다면 사회주의안에서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꿈꾸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구분을 하기 위해 프로야구 리그에 해당하는 것을 세계라고 이름짓고 그안에서 훌룡한 야구선수가 되는 것을 꿈이라고 따로 부르기로 하자면 세계가 안정된 경우는 우리가 꿈에 몰두할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배 혹은 세계 자체가 붕괴되어진 시대다. 사람들은 극심한 불확실성을 느끼고 세상이 로또복권같다고 느낀다. 사회주의는 붕괴했고 자본주의는 그 모순이 극명하도록 커졌다. 


예를 들어 얼마전에 박경철은 화이트컬러의 위기를 경고하는 글을 하나 썼다. 그 내용인즉 세계화속에서 블루컬러 육체노동자들이 걸었던 길을 화이트 컬러 노동자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자동화, 세계적 다양성 파괴 속에서 결국 소수의 사람이 전세계 사람들이 다 쓰고도 남을 물건과 서비스를 생산할수 있다. 문제는 그럼 수없이 많아질 실업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증식하고자 하는 욕망에 빠진 자본이 전세계 인간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을 어떻게 막는가.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인도같은 엄청난 인구를 가진 나라가 대학 졸업생을 대량으로 배출할때 선진국 화이트컬러 노동자는 자리를 찾기 힘들 것이다. 세계는 지금 시커먼 절망 속을 걷고 있다. 단순히 현재가 비참해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굴러떨어질 지옥만이 유일한 미래라고 한다면 사는게 재미있을리가 없다. 


비전가의 선택


그런 가운데 사람들은 당연히도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모인다. 누가 우리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우리가 살아갈 길을 제시해 줄수 있을 것인가. 그런 사람을 대중이 선택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이런 것이다. 성공한 사람에게 배우자. 그리고 물질적 성공이 강조되는 가운데 성공한 기업가들이 이제 정신적 지도자로서 선택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것이 바로 기업가 구세주의 시대가 열리는 이유 중의 하나다. 


빌게이츠나 워렌버핏이 한마디하면 세상이 귀를 기울인다. 죽은 빌게이츠는 살아서도 그랬거니와 사망하면서 이제 거의 종교적 대상같은 추모를 받았다. 단순히 기업가로서 취급되는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가진 인간으로 많은 사람의 애도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안철수가 순식간에 대선 주자 선호도 1등의 자리를 차지했는데 안철수가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안철수가 기업가로서도 성공한 경력이 없었다면 그렇게 되었을거라 믿기 힘들다. 안철수보다 박원순이 지적으로 떨어지거나 사회공익사업에 헌신적이지 않거나 하지는 않지만 인기의 폭팔도는 안철수가 훨씬 강하다. 이것은 안철수가 재벌급은 아니지만 먹고사는 것과는 무관해질정도의 부자라는 사실 그러나 박원순은 재산과 부채를 합하면 마이너스 인생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분명 부자가 되어 성공한 사람들을 자신의 정신적 지도자로 삼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난하면 좋은 사람도 아니거니와 강대해진 자본이 만들어 내는 미래에 저항하고자 그 자본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한다는 것도 경우에 따라 큰 모순을 만들어 낸다. 한국의 이명박이나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가 좋은 예다. 성공한 사람에게 배우자라는 지도자 선택의 방식은 최악일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유독 그게 더 심한 느낌이다. 즉 유명해지고 영향력이 생기면 그 자체가 능력의 증거다. 그래서 강용석같은 사람은 어떻게 유명해지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실제로 신창원도 유명해 졌고 이근안도 유명해지니까 따르는 사람이 생긴다. 고문기술자가 남의 영혼을 구제하겠다면서 과거에 대한 반성도 별로 없다. 


성공 이데올로기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코닥이 망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정도로 다른 회사를 앞서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에 저항하다가 망했다고 한다. 즉 자신이 성공한 방식에서 떠나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하고 위기가 오는 과정에서도 변화하지 않고 집착하다가 결국 망한 것이다. 


모든 성공담은 같은 위험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다른것 생각안하고 야구만해서 야구인으로 성공한 사람은 다른거 생각안하고 야구만 하는 것을 성공의 방법이라고 믿을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고 이겨서 결국 출세한 사람은 경쟁에 이기기 위해 참고 노력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믿을 것이다. 예를 들어 능수능란한 사교술의 중요성을 설파할 것이다. 돈을 벌어 유명해지고 권력을 가지게 된 사람은 역시 돈을 벌어야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된다고 믿을 것이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가 흔들리는 시대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수 있다. 말하자면 카지노 생활을 오래해서 건강을 망치고 빚이 쌓여가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야 할 상대는 카지노밖에서 어서 나오라고 외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최고의 도박기술로 화려한 삶을 사는 도박사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맺는 말


나는 기업가 출신이면 안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성공신화에 쉽게 매혹되지 말았으면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타고난 부자집 자식이나 로또 맞은 사람에게 인생이 뭔가요라고 물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천국 올텐데 다 바보다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람도 귀기울일 가치가 없다. 지금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요즘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밝힐 지식인으로 많이 주목받는다. 역시 경제가 중요한 세상이니까 그렇다. 경제학자면 안된다고는 말하지는 않지만 세상이 경제학 같은 거 공부했다고 어떻게 되지 않는다. 국내외 유명 경제학자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미국의 노벨상급 경제학자가 미국을 못구하는데 그들이 경제학적 지식으로 한국을 구할수 있는가? 그들이 더 대단한 지식인인가? 철학자 강신주는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근본적 윤리에 대한 고민이 없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는 말을 들었다. 경제학자란 위에서 말한 세계-꿈의 구도에서 보면 꿈을 이루는 방식들중 하나의 전문가지 세계 자체를 구축하는 원천적 사상가가 아니다. 카지노 구도에서 보면 카지노 바깥까지 상상할수 있기보다는 카지노안에서의 규칙에 달통한 것에 가깝다. 경제학자라고 해서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결국 어려운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믿음을 만드는 일이고 그것을 유지하는 일이다. 믿음이 생기는 이유는 비전이 있고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리그의 대중적 인기가 사라지는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할때 좋은 프로야구 해설가나 좋은 프로야구 선수가 가장 잘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작은 세계에 갇혀서 이런 규칙하나 바꾸면 좋아질텐데 그걸 안한다면서 자신만만해 하지만 그게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에는 이미 금이 갔다. 이제 자신의 꿈만 생각할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새로운 세계를 찾아서 자신의 삶이 그 새로운 세계라는 문맥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그런 시대다. 지도자를 선택한다면 그래서 깊이를 꼭 확인해야 할것이다. 깊이가 있고 고민하고 확언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다. 747공약이니 반값 등록금이니 4대강 운하건설같은 걸로 하늘에서 금으로 된 비가 내리게 하겠다는 사람이 필요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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