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8.2
살아가는데 기억해야 할 것이 여러개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것이 두개의 말로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그 하나는 버둥거리며 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코를 꿰지 말고 살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들을 종종 나 스스로에게 하곤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훈계를 하곤 했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되도록 훈계를 안하려고 노력한다. 맘에 들지 않아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도 참는다. 물론 한번 훈계를 늘어놓으면 꽤 세게 하지만 자기가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꾸 옆에서 이쪽이 맞다 저쪽이 맞다하고 훈수를 두게 되면 아이가 그저 부모의 말을 수동적으로 따라오는데 익숙해 지거나 반항심만 키우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지는 않는데 첫째로 나는 아이들을 되도록 자주 안아준다. 할 말이 많지만 그 할 말을 삼켜야 할때면 다시 불러다가 안아준다. 말해봐야 지금은 소용이 없으니 말은 안하겠지만 잘해봐라라는 뜻이며, 스스로에게 걱정하지 마라 이 아이들은 잘 자랄것이다라고 다짐하는 뜻이다. 물론 아이들이 그 뜻을 다 알지는 못할테지만 말이다. 화가나고 실망이되고 답답할수록 그래서 더 많이 아이들을 안아주게 된다.
두번째로는 아이들에게 생각하라고 말을 자주 한다. 뭘 하고 싶으냐 그러면 그걸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 아이들에게 사는 건 버둥거리는 것이다. 네가 뭔가를 얻기위해 버둥거리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좀 적당하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라라는 말로 바꿔서 말한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습관에 따라서 남들이 하니까 하지말고 생각해 보고 그게 좋은 방법인지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고 행동해라. 너 자신은 개인데 주변이 개구리라면 주변흉내를 낸다는 것은 개구리 흉내를 내는 개꼴이 된다. 자기가 누군지 생각해 봐라.
인간이란 결국 날마다 다른 쓰레기가 버려지는 쓰레기통주변을 날아다니는 파리와 같은 존재다. 미래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확실히 알 방법은 없다. 내 안에 뭐가 있는 지 확신할 방법도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버둥거리는 것이다. 왱왱하고 날아다니는 것이다. 뭔가를 해야만 거기서 결과도 나온다.
그런데 버둥거리며 사는 것도 어렵지만 그걸 훨씬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코를 꿰지 말고 사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더 버둥거리다보면 다른 원칙을 잊어버리게 된다. 바로 코를 꿰이게 되는 것이다. 뭔가를 시작하면 그로 인해서 나중에는 발을 뺄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든다. 어느날 자신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느껴도 거기서 삶이 변화할 수가 없다. 여기저기 연결되어 가지많은나무 바람잘날 없는 것처럼 된다.
흔한 예가 빚을 지는 것인데 처음엔 빚을 백만원지고 살아도 별문제가 없고 그러다가 천만원이 되고 억이 되고 몇억이 되면 이젠 빚의 노예가 되어 뭔가를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어지는 것이다. 빚이 무서운걸 누가 모르는가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실 그 반대가 정답이다. 세상에는 요즘에 집사면서 몇억 빚안지는 사람이 어디있나요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득실댄다.
내가 말하는 코가 꿰인다는 것은 반드시 빚만 이야기하는것은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 삶에 있어서의 모든 선택과 약속이 이와 관련되어 있다.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교에 가고 취직하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모두 코를 꿰는 것이며 어떤의미에서는 태어난 것 자체가 세상에 코를 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가족에, 어떤 나라에 소속되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물질적, 인간적 빚이 늘어가는 것이 사람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말하면 우리는 도무지 코를 꿰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그 쌀이나 고기를 먹으면서도 우리는 세상에 신세를 지는 것이고 신세지는 만큼 그 신세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까지 다 포함해서 코를 꿰지 말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욕심과 조바심때문에 빚쟁이가 되고 자유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조심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그 굴레에 끼어들면 빠져나오질 못하게 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정약용이 유배를 살러가서야 비로소 나를 잡았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약용이 말하길 자기는 젊어서 장원급제하느라 분주했고 급제하여 관직을 가지자 이번에는 그 일때문에 분주했다. 온갖 시시비비에 다 끼어들어서 시비를 논하느라 항상 바빴고 피곤했다는 것이다.
젊어서 바쁘게 살았기에 나를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아니다. 바쁘게 살기로 한다면 정약용은 유배때에도 바빳다. 수백권의 책을 저술하느라 바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는 유배라는 절망적 삶속에서도 자기 집 주변의 텃밭이며 정원을 가꾸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자식 교육에도 신경을 썼다. 그래서 주변에 사는 사람이 정약용을 방문해서 세상이 다 떠다니는 부질없는 것이며 자기같은 사람도 대충대충 그저 오두막에 사는데 유배나온 사람, 그것도 유배가 풀려 언제 나라가 부르면 그동네를 떠날지 모르는 사람이 뭐하러 이렇게 깨끗하게 정돈하고 사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 차이를 내 식으로 말하자면 앞의 삶은 코가 꿰인 삶이고 나중의 삶은 코가 꿰이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렇게 똑똑하고 운도 좋았던 정약용도 일을 벌이기만 해서는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을수 있는 삶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정쟁에 빠져서 집안을 망치고 가족과도 떨어져 유배되어 사는 삶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잡았다고 생각한 후의 삶은 온전히 그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바쁘다던가 한가하다던가 부자라던가 부자가 아니라던가 하는 기준으로 코가 꿰인다 아니다를 말할 수는 없다. 빌게이츠도 이건희도 가진 것은 많지만 코가 꿰어서 사는 인생일 수 있으며 이명박대통령도 청와대에서 호기롭게 앉아있는지 모르나 어떤 의미로 코가 꿰어사는 인생일 수 있다. 열심히 살고 왱왱거리며 살되 코가 꿰이지 않고 살려면 자기를 잊어버리지 말고 욕망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조심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코가 꿰이는것이 무서운 것은 한번 그렇게 되고 나면 빠져나오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코를 꿰인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말하면 뭔가를 절대적으로 믿어서 거기에 자기 삶을 전부 밀어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는 일이 어려워지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우리가 어리석고 욕망에 눈이 멀기 때문이지만 사실 온세상이 우리 코를 꿰려고 야단법석이기도 하다. 그들은 온갖 말로 우리를 구속하려고 한다. 때로는 그것이 협박이지만 대개는 달콤한 미끼다. 달콤한 미끼를 따라 몇발자국만 걸으면 우리는 어느새 스스로가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코가 꿰인 상태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뒤에는 세상은 이제 별로 달콤한 미끼를 줄 필요도 없다. 마약중독자가 마약을 찾듯이 스스로 마약을 더 찾는 경우도 있고, 카드를 긋는 것을 즐기다가 빚쟁이가 되어 죽도록 일하면서 사는 인생이 되는 사람이 있듯이 명예며 권력이며 또다른 욕망을 즐기다가 뒤돌아설 수 없게 되는 일도 많다.
나이든 사람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나이든 사람보다도 젊은 사람들이 버둥거리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나이든 사람들은 이제 이것저것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걸 관리하고 움직이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젊은이들의 일과는 다르다. 그리고 나이든 사람들은 대개 코가 꿰어있다. 그래서 그들은 별로 자유가 없으며 그러니 버둥거리려고 해도 잘 버둥거릴 수가 없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 버둥거리다가 코를 꿰이는 문제를 알지 못하면 여간 운이 좋지 않고서는 마치 물고기가 그물에 잡히듯 세상의 그물에 일찌감치 잡히게 된다. 세상에는 젊은이들을 잡아다가 노예처럼 부려 먹으려는, 비료처럼 써버리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코가 꿰이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일찌감치 자신의 미래를 저당잡히고 만다.
먼훗날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곤란함이 어디에서 생겨났는가를 알게 되고 그들 중에서 더더욱 소수의 사람들은 그 코가 꿰인데에서 겨우겨우 벗어난다. 그리고 젊어서 한두가지 선택한 일들이 훗날에 얼마나 대단한 댓가를 치뤘어야 하는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한숨 쉬게 되는 것이다. 별 필요없는 야망, 별 필요없는 분노와 질투로 우리는 한평생을 날리고 만다. 이것들이 젊은 사람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삶은 어린애건 젊은이건 늙은이건 계속되며 마찬가지니까. 그러니 버둥거리기와 코를 꿰지 않고 사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은 누구나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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