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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사랑하는 사람

by 격암(강국진) 2012. 7. 26.

2012.7.26

사랑하는 사람은 제 아무리 깊은 사랑을 돌려주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 손발과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내 맘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는 않으며 그래서 가슴을 아프게 할 때가 많다. 나에게 더 잘해줬으면 해서만 섭섭하고 가슴아픈게 아니다. 자기를 더 잘 챙기기를 바라는데 그러지 못할 때 가슴 아픈일이 오히려 더 많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그런 고생하지 않을텐데 싶지만 한사코 고집을 피우고 어리석게 굴어서 피가 나고 눈물이 나는 모습을 보이면 사랑하는 만큼 한숨이 깊어질 때가 있다. 

 

만약 사랑하지 않는다면 돌아서서 그래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것이며 누가 구원해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동시에 가슴아픈 일이 되고 고통스런 일이 되기도 한다. 잊을 수 없고 떠나보낼 수 없어서 늘상 생각하게 되고 늘상 생각하다보니 이런저런 말도 하고 도움도 줘보지만 어느날 훌러덩하고 왕창 손해보고 아파하게 되는 길로 나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게 된다. 사랑하는 것이 만약 생명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 물건이라면 그래도 좋을 것이다. 생명이 없으면 자기 생각이랄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이 있는 것을 사랑하게 되면 기쁜 일이 있는 만큼 눈물과 한숨이 나는 일이 많게 된다.

 

우리는 여러가지 것을 사랑한다. 부모님을 사랑하기도 하고 배우자를 사랑하기도 하며 자식들을 사랑하기도 한다. 고향을 사랑하기도 하고 고국을 사랑하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가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가슴에는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 내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친척이라도 어머니에게는 중요한 친척이요 사랑하는 친척일 수가 있다. 그래서 어머니가 그 친척때문에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친척따위 잊어버리라고 할 수 있다면 누군가는 나에게 그렇게 고집세고 가슴아프게 하는 부모님은 자기 원하시는대로 사시게 내버려 두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게 안되니까 항상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바다건너에서 바라보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다면서 한국 사람은 한국사람 나름대로 살라고 내버려 둬야 한다는 말을 하게 되는 날이 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이 당선된 때 같은 때는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쩔 수없는거 아닌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아도, 말도 안되는 과거를 가져도 그런 후보가 그럭저럭 버티고 그럭저럭 당선도 된다. 이런 저런 것들을 문화라면서 가져서는 얽히고 섥혀서 닭과 달걀의 순서를 따지는 것처럼 꼬인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때로는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 아프던 말던 잊어버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역시 한국은 내게 중요한 고국이라 시간이 지나면 또 신경을 쓰게 된다.

 

이 세상의 성인들은 세상에 초연하게 살아가는 삶을 주문하는 일이 많다. 사랑과 정에 빠져서 세상을 살라고 말하기 보다는 집착이 없이 초연한 태도로 매일 매일 그저 해야 하는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 그럴때 희노애락에서 빠져 고통받는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몇몇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집착을 버리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가족이 아픈데 집착하지 않고 일이 흘러가는데로 내버려둘 신경을 가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가 돌밭을 구르는데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거라면서 내버려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아직도 때때로 한숨쉬고 산책하거나 한숨쉬면서 술을 마시는 날이 생긴다. 때로는 나라를 걱정하고 때로는 부모님이나 아이들을 걱정하면서 말못하는 가슴을 두드리게 된다. 말하는 것이 백해무익한 상황이 되면 그냥 벙어리 가슴두드리듯 속으로 말을 삼켜야 하는데 그것이 때로 너무 아프다. 사랑은 너무나 고마운 것이지만 때로 너무나 힘든 짐이기도 하다. 수양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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