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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냄새의 기억

by 격암(강국진) 2013. 12. 5.

한국은 요즘 매우 추운 모양이지만 일본은 아직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정도다. 낮이되면 15도가 넘을 정도고 아침에도 춥다기 보다는 상쾌한 느낌이 난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 거리로 나설 때 나는 뭔지 모를 냄새, 내가 겨울냄새라고 부르는 그 냄새를 킁킁 거리곤 한다. 그것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서 심호흡을 하면서 사무실까지 오는 것이다. 


실제로 뇌의 구조를 보면 냄새가 기억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 쉽다. 후각신호는 소위 변연계(림빅시스템)라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뇌로 받아들여지기 떄문에 감정의 생성과 관련이 있는 편도체나 기억의 생성과 관련있는 해마의 활동과 연관되기 쉬울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냄새가 감정과 기억에 영향을 미쳐 결국에는 우리도 잘 알지 못하게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러가지 상점들은 손님들의 행동을 지배하기 위해 냄새를 사용한다고 한다. 나는 이런 시도들의 과학적 평가는 잘 모르겠으나 이런 저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그럴 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제일 쉬운 예는 냄새가 좋은 식당일 것이다. 널리 알려진것 처럼 냄새는 우리가 맛을 느끼는 데 영향을 크게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코를 막고 눈을 가린 상태에서 음식의 맛을 보면 터무니 없이 맛을 잘 못느끼곤 한다. 길을 가다가 어떤 냄새를 맡고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식욕을 느낀 사람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백화점의 첫층은 화장품 판매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화장품의 냄새는 우리가 소비를 하려는 충동을 일으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것같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기 몸에 직접 향수를 뿌리고 얼굴을 화장품을 바르는 여자들은 스스로 미친 듯이 소비하는 마술을 자기 자신에게 걸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이야기일테지만 부동산 업자들은 팔려고 하는 집에다 신선한 파이나 쿠키를 가져다 놓거나 그런 냄새가 나는 향을 가져다 놓는 전술을 쓴다고 한다. 그런 향기가 그 집을 보러온 사람들로 하여금 그 집이 따뜻하고 편안한 곳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옷을 파는 회사들도 냄새를 이용해서 자신만의 특이한 냄새로 자신들을 기억하게 한다던가 옷가게에서 특정한 냄새가 나게 함으로해서 상품이나 가게에 대한 인상을 좋게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후각은 나이가 들면 점점 약해진다. 냄새를 아예 맡지 못하거나 냄새들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80이상의 노인중에는 75%의 사람이 심각한 후각장애를 가진다는 통계가 있다 (1). 청각이나 시각도 마찬가지지만 후각을 포함한 오감이 약해지면 사람은 단순히 불편하게 아니라 사람자체가 약화되는 것같다. 나는 청각이상과 치매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읽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는 오감 모두에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우리가 주변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할때 우리는 치매에 걸리기 쉬울 것이다. 


좀 생각해 보면 치매에 걸리지 않아도 우리는 그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 주변의 세상이 그대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이상 전처럼 잘 돌아오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정도의 냄새가지고는 이제 우리에게 같은 자극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이나 음성파일 혹은 비디오는 냄새를 저장해 주지는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촉감이나 냄새를 저장해 둘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이 우리의 기억이라면 말이다. 냄새를 저장하는 디카가 있어서 사진을 찍을 때 그 순간의 냄새도 저장하는 것이다. 그 사진을 볼 때 그 냄새가 재생되고 말이다. 이런 것이 우리로 하여금 그 옛날의 감정과 느낌을 더 생생히 되살리게 도와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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