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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에 대한 사과

by 격암(강국진) 2014. 3. 4.

전에 아메리카노 커피에 대한 불평을 길게 써서 -그것도 잘못된 정보와 함께-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사람도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댓글에서 저의 오류를 누군가 친절하게 지적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까 하다가 잘못된 것도 내 얼굴이다 싶어서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글은 그대로 나뒀습니다. 





그러나 사실 한국에서 마셨던 커피들이 대부분 맛없었고 그들이 모두 아메리카노를 기본이랄까 그렇게 부르는 것이 사실이었으며 여전히 드립커피가 훨씬 맛있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그것이 입맛의 차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정도로 커피들이 맛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한국에 맛있는 커피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꺼이 그것이 제 주관적인 판단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 하자면 지금 일본에서 맥도널드나 케이에프씨에서 할인권 쓰면 백엔 그러니까 천원에 파는 커피가 한국에서 제가 먹었던 3천원에서 5천원하던 대부분의 커피보다 더 맛있거나 적어도 비슷은 한 것 같습니다. 할인권은 사방에 있으니 저는 종종 아내와 함께 그 천원짜리 커피를 마십니다. 


제가 제일 맛없는 커피로 기억한 것이 휴계소의 커피였습니다. 수원에서 부산으로 내려가자면 휴계소에 몇번은 들리게 되는데 졸음도 오고해서 저는 그때마다 커피를 사마셨습니다. 그런데 3천원하는 커피가 어찌나 맛이 없는지. 차라리 냉동건조 인스턴트 커피를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게 더 맛있을 것같았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이제 완전히 한국에서의 대세가 되어버린듯한 그 아메리카노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0년전만해도 이렇게 커피의 기본은 아메리카노 하는 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아메리카노를 마셔보았습니다. 맛있더군요. 저는 드립커피가 여전히 좋지만 잘 만들면 드립커피와 아메리카노 중에 어느쪽이 맛있다고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메리카노에 대한 사과라는 이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누구와 비교하냐의 문제이지만 저도 맛에대해 민감하고 박식한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오히려 전문가가 쓰면 이건지 저건지 모르는 것도 있고 저같은 사람이 모든 주관성을 전제하고 말하건데 진짜 맛없더라라고 간단명료하게 쓰면 오히려 좋은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뭘 좀 알아보려고 하면 전문가 이야기보다 그런 이야기를 찾게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맛없는 커피에 대한 또하나의 음모론을 재미삼아 약간 써보기로 합니다. 저도 단것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커피믹스로 만든 소위 자판기 커피라는 것도 가끔은 마십니다만 저는 압도적인 대다수의 경우 블랙커피만을 마십니다. 커피를 마실때는 커피맛을 느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요즘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사람들이 더 그런 것같습니다. 그게 맛없는 커피의 이유가 아닐까요. 


커피숍에 가면 메뉴가 죽있는데 대개의 커피는 커피위에 온갖 장식과 단맛을 내는 것을 산처럼 쌓아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맨밑에서 제일 싼 커피가 바로 아메리카노든 드립커피든 아무것도 넣지 않은 블랙커피인 것이죠. 


사실 차이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맛있는 커피에 휘핑크림이나 초코릿, 생크림, 카라멜 같은 것을 범벅으로 한다는 것은 제입장에서는 아까운 일입니다. 맛있는 커피라고 해도 그 맛이 거의 느껴질리가 없으니까요. 업주도 블랙커피는 제일 싸니까 마진이 제일 적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로 다른 것을 마시도록 유도하겠죠. 제가 불평했던 커피도 설탕에 프림을 잔뜩 넣어서 먹으면 아마 불평을 안했을 겁니다. 커피맛이 거의 뭍히니까요.


사람의 취향도 다른데다가 사실 블랙커피 이외의 커피도 제가 안마실뿐 맛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런 것을 팔고 그런 것을 사먹는 것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게 대세가 되면 사실 맛있는 커피를 가게들이 만들 필요가 없을 것같더군요. 오히려 맛이 좀 없어야 그보다 비싼 커피들을 사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커피는 역시 자판기 커피라면서 매우 달고 크림 많이 들어간 커피만 마시는 분들 많습니다. 그분들의 취향이야 자기 마음이겠지만 세상이 다 이렇다면 저처럼 블랙만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열악해 지는 것은 또한 사실인 것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점이 저에게 한국의 아메리카노에 대해 경악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메리카노는 죄가 없었습니다. 단지 제가 들렸던 그 가게들의 아메리카노들이 한결같이 맛이 없었을 뿐이지. 


한국처럼 커피숍 많은 나라가 없는데 그 나라의 '대중적' 커피가 그다지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좀 씁쓸합니다. 이왕이면 맛있는 걸로 먹는게 좋지 않을까요. 한국은 여러얼굴을 가지고 있고 빨리 변하니까 다음번에 한국에 갔을때는 그 커피맛에 정말 놀랐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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