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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인테리어 쇼핑/음식과 가구,

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 우리가족이 먹는 것

by 격암(강국진) 2012. 9. 29.

내 문체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일본생활에 대한 여러글을 쓰면서도 음식이야기를 쓴다거나 음악이나 미술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래서 내 글만 보신분들중에는 과학자들이 음식이나 여자나 연예계같은 것에는 무관심할거라는 오해를 사는 경우가 가끔 있듯이 나도 음식이나 음악이니 미술에 무관심할거라는 생각을 할것같다. 


솔직히 음악이나 미술에 무관심한 것은 맞다. 음악도 늘상 듣는 음악을듣고 한국음악, 중국음악, 클래식, 국악 가리지 않고 듣되 다 그저 잡다하게 조금 들을 뿐이다. 미술이야 말할것도 없다. 아주 가끔 놀러갔을때 미술관 같은데를 둘러보는 정도인데 미술에 대해 뭔가 안다고 할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먹는 것에 대해서만은 단순하게 무관심하다고 말할수는 없다. 언젠가 막연히 나에게 있어서 좋은 집이라는 것을 상상해 본적이 있는데 그집에는 책장이 있고 커다란 티브이가 있으며 산책할 좋은 공원이 주변에 있을 뿐만 아니라 괜찮은 식탁과 부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괜찮은 커피잔과 그릇이 있으면 하고 집주변에 괜찮은 식당이며 시장이 있어서 이런 저런 것을 만들어 먹거나 가서 먹을 수 있으면 한다. 다른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나도 먹는 재미를 포기한다면 사는 재미가 크게 감소할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확실히 간디나 법정스님처럼 그런방면의 즐거움을 다 포기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포기할수 있다 없다를 떠나 왜 포기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경제형편도 있고 게으름도 있고 해서 내가 어떤 미식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대개의 경우 값싼 서민적 음식들에 애착을 가진다. 그런 것들은 한국에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 사는 곳이 일본이기 때문에 일본에 흔한 것을 즐긴다. 그런 것들에는 우동, 돈카츠, 케익, 스파게티, 함버그 스테이크, 맥주, 치즈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우동은 서민적인 음식이지만 일본의 국민음식 비슷한 것이라 일본에서 다양하게 즐길수가 있다. 우선 동네에 있는 할아버지가 하는 우동집에 갈수도 있고 체인점인 하나마루 같은 곳에 가서 먹을수도 있는데 하나마루 우동은 무척이나 싸서 가격대비 질로는 최고다. 슈퍼에서 파는 우동면도 다양해서 집에서 샤브샤브를 해먹을 때마다 다른 면을 골라서 넣을 수도 있다. 면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동네마다 제면소도 있다. 즉 면을 만들어 면만 파는 곳이다. 그런 면은 슈퍼보다 당연히 비싸지만 비싼 만큼 맛이 좋다. 옛날 포항밤거리에서 노란양은냄비에 팔던 냄비우동의 맛은 잊을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아무래도 컬컬한 맛을 제외하고 나면 탱탱한 면발로는 일본의 우동이 더 맛이 있는게 아닌가 한다. 우리집에서는 막내가 우동의 광적인 팬이라서 심지어 생일날에도 우동을 생일 음식으로 먹으러 간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셔도 우동집에 모시고 가야 한다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게 막내다. 그러니 이래저래 우동을 자주 먹게 된다.


나는 일본에 와서 초밥보다도 돈카츠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가게는 돈큐라는 가게인데 실은 이가게가 꽤 멀다. 교통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집에서 254번도로를 따라 한시간은 달려야 한다. 그런데도 이 가게의 돈카츠에 중독되어서 늘상 주말마다 그 가게로 달려가던 때도 있었다. 중간에 미국에 체류하던 시절에는 일본에 돌아가면 빨리 돈카츠를 먹으러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돈큐를 포함해서 많은 돈카츠 가게는 밥과 양배추썰은것은 무한대로 준다. 돈카츠와 드레싱을 잔뜩 뿌린 양배추를 잔뜩 먹으면 체중조절에 심각한 장애가 오는 것은 물론이다. 거기에 맥주까지 먹으면 더더욱 심각하게 문제가 되지만 그맛에 중독이 되면 자꾸 돈카츠 정식에 맥주를 먹고 싶어진다. 돈카츠에는 두꺼운 돼지고기를 쓰는 것도 있는가 하면 얇게 썰은 돼지고기를 몇겹으로 겹쳐서 만들어 낸 돈카츠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말해서 일본의 돈카츠는 한국의 것보다 훨씬 두껍고 좀더 부드럽다. 돈카츠와 밥 양배추와 미소된장국이 일본 돈카츠정식의 기본이다. 돈카츠도 일본의 국민음식이라 쇼핑몰이든 작은 골목의 구석이든 사방에 여러가지 종류의 돈카츠 가게가 있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돈카츠를 사다가 데우기만 해서 저녁반찬으로 사먹는 일본인도 상당히 많다.


 일본에 많이 발달되어 있는 문화가 과자문화다. 이것은 차와 함께 과자를 먹는 전통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일본에는 과자가게도 참 많다. 쇼핑몰에 가면 여러가지 전통 일본과자와 케익가게들이 꼭 여러개씩 있고 비교적 서민적인 가격의 것도 있지만 무시무시한 가격을 가진 과자들이 전시된 곳도 많이 있다. 그렇게 비싼 과자들이 많이 있는 걸보면 그걸 사먹는 일본인들도 있다는 이야기니까 일본인들은 분명 과자나 케익에 한국사람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는 것같다. 한국에도 어디에나 커피숍이 있다. 그러나 한국사람이 커피만 마시는 느낌이라면 일본은 차와 케익, 차와 과자라는 느낌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엄지손가락만한 과자가 몇만원이나 하는 것을 보면 어떤 때는 이렇게 다들 부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가 없다. 나는 사실 일본 전통과자에는 큰 미련이 없다. 하지만 케익과 커피를 마시는 것은 좋아하는데 역시 체중조절을 생각하면 일본에 케익가게가 이렇게 많다는 것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주변에 있는 쇼핑몰인 쟈스코에 갈때면 타르트세트를 늘상 사다가 먹곤 하던 때도 있었는데 하나둘 먹다보면 엄청난 양을 먹게 되므로 쟈스코에 가면 그 가게 쪽을 일부러 외면할 때도 있다. 


다음은 스파게티다. 일본사람은 면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패밀리 레스토랑 수준에서는 스파게티집이 아주 많다. 물론 프랑스 음식도 일본에서 인기인것같지만 프랑스음식은 말하자면 특별한 날에나 먹는 고급음식이라는 느낌이라면 파스타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일종이다)는 라면처럼 거의 일본화된 음식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싶을정도다. 어딜가나 파스타집이 있고 스파게티를 판다. 물론 종류도 무척다양해서 우리가 익숙한 미트소스 스파게티나 나폴리탄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파스타가 개발되어 판매된다. 사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스파게티는 특별한게 없다. 싸고 맛은 좋지만. 고급이랄수는 없어도 약간더 수준이 높은 집도 일본에는 사방에 있다. 내말은 시내중심가까지 가지 않아도 그런 집이 어디나 있다는 것이다. 환률때문에 1인당 2만원은 내야 하는 점심이 되니까 한국기준으로 고급집이랄수도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1500엔 점심세트정도가 고급음식수준에 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두개의 단골 이탈리안 집을 가지고 있다. 다 평일날 점심때 가는게 가능할 정도로 멀지 않다. 둘다 가격은 대충처서 우리 부부가 둘이서 가면 3-4천엔을 내야 하는 정도다. 그러면 파스타를 주고 애피타이저와 디저트, 커피와 생선이나 고기로 만든 일품요리를 준다. 자주가지는 못한다. 사치이기도 하고 우리는 점심때만 가는데 그런 가게는 서둘러 밥을 먹으면 밥이 아까우니까 그렇다. 둘다 가게는 늘상 만원이고 그중의 한집은 1주일정도 전에 예약하지않으면 먹을수가 없을정도로 인기다. 동경한복판에 있는 집도 아니고 무슨 신문에 나는 집도 아닌데 동네사람들이 늘상와서 먹는다. 일본인에게 파스타나 이탈리안 요리는 절반은 일본요리처럼 되어버린 느낌이다. 


함버그 스테이크. 이제까지 말한게 다 일본의 국민음식이다. 그리고 햄버그 스테이크도 그렇다. 보통은 그냥 햄버그라고 하는데 맥도널드 햄버거같은 걸 말하는게 아니라 햄버그 스테이크를 말한다.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예를 들어 스카이락이나 로얄호스트같은 곳들은 다 주력이 햄버그다. 그런 곳에 가면 수십년 역사의 햄버그 스테이크라고 선전하는 것을 읽을수 있다. 말하자면 일본 외식산업의 스테디셀러인 셈이다. 햄버그 전문체인이랄수 있는 비꾸리 덩키라는 가게도 있는데 취향이 아이들 취향의 인테리어이긴 해도 싸고 맛도 좋다. 게다가 비꾸리덩키 특제 맥주도 있고 커피도 맛있고 싸며 밤늦게 까지 영업해서 우리 부부끼리만 가서 커피를 마신다던가 햄버거에 맥주를 마시고 오는 일도 종종 있다. 한가한 토요일에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좋은 날씨를 즐기다가 비꾸리 덩키에 가서 햄버그에 맥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다라는 일정은 한때 내가 아주 좋아하던 일정이었다. 그리 자주 그렇게 할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맥주와 치즈이야기는 한꺼번에 그리고 간단히 하고 넘어가자. 일본은 지역색이 있는 술과 치즈를 만든다. 그러니까 여기저기의 목장에서 자기들이 만든 치즈를 가지고 선전을하고 지역 사케 (청주같은 일본술)도 있으며 지역 맥주도 있다. 외국맥주도 많이 들어와 있어서 여러가지 맥주를 맛볼수 있는 것이 일본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그럼 맥주와 뭘 먹을 것인가. 돈카츠나 함버그를 안주로 맥주를 먹는 것도 좋고 그냥 감자튀김과 함께 먹을 때도 있지만 술안주로 우리집에서 인기있는 것은 크래커에 치즈를얹어서 먹는 것이다. 와인안주로도 맥주안주로도 훌룡하다. 나는 사실 대단한 치즈팬은 아니고 일본에 오기전에는 사실 별로 치즈를 먹던 사람이 아니지만 그렇게 술안주로 치즈를 먹게 되면서 전보다는 훨씬 치즈를 좋아하게 된편이다. 그러니까 오늘저녁에는 집에서 맥주한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나는 맥주를 사고 유제품파는 쪽에 가서 까망베르 치즈를 산다. 디저트 치즈라고 해서 달고 너트를 넣어 씹는 맛이 있는 치즈도 있다. 그게 아니면 토마토를 썰어서 모짜렐라 치즈덩어리를 썰은 것과 함께 먹는다. 다 맛이 아주 좋다. 


이런 것은 일본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음식들이다. 이밖에도 닭꼬치가 일본에서 대중적이고 괜찮은 음식이다. 생각해보면 더 나올테지만 이쯤하자. 먹는 건 결국 보통 사람에게는 중요한 생활의 일부다. 그래서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게 결국 일상사의 이야기가 된다. 예를 들어 일본사람들은 닭꼬치나 돈카츠같은 것에 맥주를 마신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 일본사람들은 그렇게 사는구나 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도 맛있는게 많이 있어서 한국이 그리울때가 많지만 아마도 일본을 떠나게 되어 한국에 살게되면 이 흔한 일본서민들의 맛을 그리워 하게 될 것은 너무 뻔한 일일 것이다. 아. 오늘같은 날에는 돈카츠정식이 먹고 싶어라던가, 오늘은 비꾸리 덩키의 햄버거와 맥주를 먹고 싶어하고 생각하게 될것이다. 결국 먹는게 삶 의큰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사진함을 뒤져보니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들 사진을 찍은게 몇장있더군요. 제일 맛있던 것들의 사진은 아니지만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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