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자서전을 보면 상당한 분량이 그가 행했던 먹는 것에 대한 실험으로 채워져있다. 본래 종교적인 채식주의자 집안출신의 간디는 유학시절동안 이것때문에 많은 유혹과 곤란에 처했었으며 또한 동시에 채식주의 클럽의 회원이 되기도 해서 그것때문에 사람들을 사귀게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간디가 그의 자서전을 쓴것은 이런 젊은 날이 지나간 아주 후의 일이고 제 아무리 길고 자세하게 쓴다고 한들 자서전이란 결국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쓰는 것인데 그는 먹는 것에 대한 실험을 자세하게 쓰고 있다는 점이다.
간디의 본의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추측과 이해를 세심히 추구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다만 이런 큰 사실로부터 간디는 먹는 것과 정신과의 관계를 아주 소중히 생각했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부유하지 못한탓이 가장 큰 탓이겠지만 그다지 미식가도 아니다. 그러나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이 많고 관심이 많다. 한번은 영국의 한 대학에서 빈자리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올린 것은 이것이었다. '아 영국은 정말 음식이 맛이 없고 비싼데 그런데 오래 살고 싶어질까?'
미국에 있었을때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이따금 우리 가족은 교외에 가서 호텔에 머물면서 주말을 보내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인구밀도가 작아서 한국이나 일본같은 곳에 비하면 뉴욕같은 대도시만 예외적일 뿐 허전하기 짝이 없다. 내가 자주하던 불평도 이런 것이었다. '산자락밑에 가면 응당 국수집이나 파전집도 있고 등산하고 내려오면 동동주라도 먹을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이 놈의 나라는 그저 덩그라니 산만 있으니 쓸쓸하다.'
해마다 한국에 갈때면 우리 가족, 정확히 말하면 나는 연일 계속되는 과식으로 휴가를 다 채우고는 돌아와서는 한동안 휴식이 필요할 정도였다. 나는 맛있는게 좋다.
이러니 내가 뚱뚱하지 않을리가 없고 다이어트가 성공적일리가 없다. 그러다가 한번은 다이어트를 위해서 감자와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주식으로 한다지만 그렇게 철저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별일이 없으면 즉 아내가 특별하게 음식을 했다거나 오늘은 유난히 밥이 먹고 싶다거나 또한 종종 가던 단골 식당의 음식이 먹고 싶다거나 하는 일이 있으면 그전 처럼 먹고 나머지는 감자나 고구마로 식사하기로 한것이다. 다만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니까 몸무게는 매일 측정하고 자신에게 경각심을 줘서 쓸데없는 과자류나 빵류의 간식을 하는 것을 좀 절제하기로 했다.
감자와 고구마를 먹고 술을 절제한 생활을 좀 하다보면서 나는 금새 이런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참 자극이 심한 것들을 먹고 마셨구나 하는 것이다. 우선 몸안에 염분이 가득차 있다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몸에 염분이 많으면 그걸 희석시키기 위해 수분도 많이 유지하기 때문에 소위 몸이 붓는 그런 상태가 된다고 한다. 소금섭취를 절제하는 것만으로도 체중은 빠진다.
이따금 전에 먹던 것들을 다시 먹어보면서 라면이건 돈까스건 김치찌게던 이것들이 몸에 강렬한 충격을 준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한방 한방의 펀치가 몸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또 한가지는 뭔가 규칙을 정하고 절대적으로 지키는 것은 아니라도 어떤 절제의 선을 정하고 그 선을 존중하는 것이 은근한 만족감을 준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신도 건강해 지는 느낌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열심히 뛰고 굶는다. 정도 문제지만 나도 그런 다이어트를 한적이 있다. 그러나 결국 소위 요요현상이 와서 다이어트는 실패하고 마는데 이는 욕망을 억눌러서 뭔가를 이룩하려고 하기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먹고 마시는 생활방식이 전처럼 사는 것이 더 만족스럽지만 몸짱이 되고자, 건강을 찾고자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다. 급격한 다이어트는 다르게 말하면 더 과격하게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다.
그런데 욕망을 과격하게 억누른다는 것이 거꾸로 그 욕망을 더 키우게 되고 마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같다. 절대 케이크를 먹지 않는다라는 규칙을 정하면 전에는 케이크를 좀 좋아하는 정도였지만 왠지 케이크를 먹으면 너무나 좋을 것같은 욕망에 시달리게 된달까. 대개 인간은 금기를 범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인 이유로건 어떤 다른 이유로건 역겹게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반대로 은근하면서도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욕망을 강하게 눌렀기 때문에 그 욕망이 오히려 더 커진다. 남녀간의 사랑도 내버려두면 저절로 시들해졌을지도 모르는데 그둘의 사랑을 가로막는 뭔가가 나타나면 더 감정이 절절해 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진정 유지가능한 다이어트의 방법은 새롭게 시작한 먹고 사는 방식에 대해 본인이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경우는 먹고 마시는 것을 절제하는 것이 나를 피로하게 만들지 않고 좀 더 민감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 있어서 마음에 들었으며 몇주만에 5-6킬로 정도가 빠졌다. 전에도 물론 다이어트를 했지만 지금이 좀 다른 것은 나는 뭔가를 크게 절제한다는 느낌을 받고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구마와 감자가 지겨우면 그냥 먹던대로 먹는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지 않다. 다만 혀에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이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나의 욕망을 충족시켜주지만 동시에 나를 피곤하게도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약간 주의하고 있을 뿐이다.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욕망을 정면으로 보고 살피는 것이 욕망을 사라지게 만든다.
한국 사람처럼 몸에 좋은거 많이 찾는 사람도 별로 없다. 온갖 종류의 보약이 팔리고 이따금은 기괴한 것도 몸에 좋다고 먹는다. 또 한국 사람들은 술먹기를 좋아한다. 소주든 맥주든 마시면서 동시에 안주를 먹는 것을 즐기는데 술과 함께 먹어서 맛이 있는 음식이란 대개 강렬한 풍미를 가진 것이 보통이다.
결국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런 쪽으로든 저런 쪽으로든 강렬한 망치질을 자기몸에다가 퍼붓는 일이 많은 것같다. 짜릿하게 먹고 몸이 아프면 또 어떤 한방의 망치질로 몸을 되돌린달까. 특히 남자들이 그런데 이것이 중년남자들의 돌연사와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 자극이 없는 음식을 조금씩 몸에 주면서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몸을 너무 괴롭혀 온것이 아닐까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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