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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리턴과 시대의 소리

by 격암(강국진) 2014. 12. 15.

대한항공 조현아 땅콩리턴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한국미국간을 오가는 거대 비행기를 마치 택시 돌리듯 돌린 부사장의 행동은 전세계인에게 화제가 되었고 덕분에 한국이나 북한이나 세습으로 먹고 사는 이상한 나라라는 소리를 한국 사람들은 듣게 되었다. 실제로 이번 일이 나온후 누군가가 조사한 자료를 본적이 있는데 한국미국 일본 대만 등의 나라에서 최고 부자들을 늘어놓으면 오직 한국만이 세습으로 부자된 사람들이 상위에 다수 포진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의 편중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조현아 사건이 이토록 세계에 놀라움을 주는 사건이 되는 것은 한국인이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방식과 공식적으로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규칙간의 괴리가 너무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사람사는 방식이 그리 다르지 않다. 물론 공식적으로 그런 것과 현실에서 그런 것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 괴리가 너무 크면 공식적으로는 축구한다고 해놓고 누군가가 공을 들고뛰면서 럭비를 하는 모습이 보이게 된다. 


현대사회는 분명히 어떤 면에서는 정교한 기계와 같다. 빠르고 강력한 시장시스템은 그만큼 정교하게 게임의 법칙이 지켜진다는 전제하에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반인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반칙은 재미있다는 수준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게 된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인 비행기를 조정하는 것이 마카데미아 봉지를 뜯는 문제를 잘 모르는 재벌상속녀에 의해서 좌지 우지 될 수 있다는 말은 택시를 탓더니 택시 운전사가 운행도중에 초등학생 아들에게 니가 핸들 잡아보라고 했다는 말처럼 무시무시하게도 들린다. 대한항공쯤 되면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얼굴이 재벌상속녀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인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큰 비극중의 하나는 규모에 대한 오해다. 어떤 사람들은 5명도 안되는 소규모 집단인 가족집단에 있어서도 모조건 민주주의 국가운영하듯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수만명이 일하고 주식회사로 등록하여 회사의 소유가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는 회사는 동네 치킨집이나 호떡집처럼 운영할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전히 많은 한국드라마는 재벌 2세를 그리면서 회장님이 데려오면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는 왕자님이 사장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당연한 듯이 보여준다. 대한항공은 굉장히 공적인 기업이다. 한국에 항공사 수백개씩 허용하는게 아니며 누구나 대한마크 달수 있는게 아니다. 무엇보다 대한항공은 최소한 주식회사다. 그런데 언론이나 사람들은 오너 가문이라는 말을 쓴다. 오너라는 것은 소유한다는 뜻이다. 그 말자체가 현실왜곡의 시작이다. 왜냐면 진짜 100% 오너라면 항의를 받건 회사가 망하건 어느 정도 정말 오너 마음이니까. 그런가? 대한항공 비행기는 조현아 아빠거니까 조현아 맘대로 해도 되는게 맞는가?


내가 이글을 쓰기 시작한데에는 한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단순히 어떤 사람이 히스테리를 부려서 기괴한 일이 하나 일어났다더라라고 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조현아에게서 조현아를 보는게 아니라 헤아릴수 없이 많은 조현아를 본다. 그래서 조현아의 문제는 조현아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의 문제로 보이게 된다. 즉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이게 세상을 사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상식이 이제 21세기에 한국의 생존, 한민족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시대에 뒤졌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이후 많은 사람이 죽고 가난했던 한국은 그래도 어떤 의미에서 하향평준화 사회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듯이 빈부격차는 한국이 부자가 되면서 날로 커졌다. 빈부격차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한국의 문제는 단순히 빈부격차의 문제가 아닌게 더 문제다. 왜냐면 부자들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다시 손자를 낳아서 세습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니까 그렇다. 최고부자들의 목록이 보여주듯이 부의 분포가 한쪽으로 쏠릴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들 사이를 맴돈다. 창업해도 망하니까. 


우리는 부모가 자식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상식을 굳게 믿고 산다. 그런데 이 상식이 이제 덩치가커질대로 커지고 온갖 인맥으로 얽혀진 21세기 한국 재벌 가문들에 그대로 적용되면 한국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들이 편한대로 한국 사회를 주무르면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는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에 비하면 너무나 복잡해진 요즘 입시도 부자들의 난동에 의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그냥 같은 시험지 놓고 시험봐서 결과에 따라 합격이 결정되는 시스템에 문제가 왜 없겠는가만 복잡한 시스템은 특히 가진 거 없는 사람에게 불리하다. 가진 거 없는 사람들이 스펙쌓기가 쉽게는가, 아니면 변한 입시 시스템에 발빠르게 적응하는게 쉽겠는가. 회사가 역시 인재는 외국 대학 나온 사람이야라고 한다면 가진거 없는 사람들이 외국 대학에서 어떻게 공부하겠는가. 부자들의 자식들에게 더 쉬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한국 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는거 아닌가? 


조현아 사건이 터지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중의 하나는 대한항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었다. 그들은 특정 직종에서 일하는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당연히 세상 사람들도 자기들을 그렇게 생각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조현아 사건이 터지자 이제 대한항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머슴처럼 보인다. 전문성? 무슨 전문성? 개념없는 사람이 개념없는 짓을 하면서 위에서 이상한 선택을 하면 그걸 말 되게 만들려고 머슴처럼 일하고 그러다가 신경질 나면 무릎도 꿇고 삿대질도 당하고 폭행도 폭언도 당할 수 있는 그런전문인? 그 전문가가 되려고 누구는 십년 이십년 걸려서 나는 남과 다른 뭔가를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겨우 고작 그 정도다. 이번 사건의 그림에서 비행기 조정사는 그저 단순히 운전수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김기사 차돌려 하면 차돌리는 사람 말이다. 무슨 전문성? 그러므로 그들은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과연 이게 조현아 뿐일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회사원 별로 없을 것이다. 고개만들고 둘러보면 주변에 조현아를 쉽게 발견할 것이다. 세상이 원래 그렇다라고 우리는 체념하면 그만일까? 세상이 원래 완벽할 수는 없는거니까? 앞에서 말했듯이 조현아가 한두명이면 그럴 수 있다. 당장 묘수가 없으니 어쩌겠어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거의 군대 수준으로 존재해서 정계 재계를 장악한다면 한국 이라는 비행기는 원숭이떼가 조정실을 장악한 꼴이 되지 않을까? 이제 이거 한국인들의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준이 된거 아닐까?


그렇다고 자식생각하는 부모마음을 어떻게 부정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은 우선 이걸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절대 치킨집 아들딸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법대로 다 세금내고 나도 그들은 평생 일 한번 안하고 잘먹고 잘살수 있다. 그들의 사회참여는 심지어 가문을 위해서 더 많은 재산불리겠다거나 권력지키겠다는 것조차 아니다. 왜냐면 그렇다면 모든 재벌가문에서 단 한명만 그렇게 하는게 나라를 위해서나 그 가문을 위해서 좋기때문이다. 


그냥 살아도 보통 사람기준으로는 아주 잘살수 있지만 부모만큼이나 권세를 누리고 그 이상으로 권세를 누려보겠다는 욕심에 공적인 집단인 거대 주식회사들이 휘둘리는 것이다. 그게 한국이고 전세계에 내가 알고 있기로 이렇게 돌아가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 교수들이 전부 내 자식들은 교수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실천하며 심지어 그 손자들도 그렇게 한다면 대한민국의 학계는 이미 옛날에 망했을 것이다. 대학의 교수자리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손자나 증손자가 다 교수되도록 시스템을 만든다면 그게 대학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이게 지금 한국의 부의 지형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비슷한 일이 아닌가? 이런게 정말 그저 사소한 일일까? 막장드라마에서 자연스레 보여주듯 회장님이 손자나 아들 데려와서 하루 아침에 회사 운영맡기고 하는 일이 상식이 되는게 정말 인지상정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일일까? 현대 사회 한국 사회의 규모의 문제를 착각한거 아닌가? 이게 동네 치킨집인가 아니면 개인택시 운전인가?


요즘 미생이 인기다. 주인공 장그래는 2년 계약직이 정규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꿈꾸는 청년이다. 물론 드라마기 때문에 주인공은 사실 비현실적으로 능력이 좋다. 그래도 정규직 계약이 안될 것같아 고생한다. 장그레와 그를 둘러싼 월급쟁이들의 싸움에 감동하는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면 이번에는 땅콩회항의 조현아가 나온다. 정규직이 되는 것을 훨씬 넘어 전문직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사람들에게 폭언하고 폭행하는 재벌상속녀다. 게다가 세상에는 또 다른 조현아가 득실댄다. 미생과 땅콩회항에서 보여주는 온도차. 이게 바로 대한한국이 오늘날 마주 하고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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