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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기차를 싫어하는 이유

by 격암(강국진) 2015. 7. 28.

지난 10년동안 나는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나는 10년전에는 이제는 한국차도 좋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나는 정말 왠만하면 한국차는 타지 않겠다는 사람이 되었다. 기술적인 것에 대한 비판은 인터넷에 여기저기 보인다. 나로서는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면에 대해 몇가지 생각해 둘만한 점도 있는 것같아 글을 적어보기로 했다.


먼저 자동차가 나에게 무엇인가에서 부터 출발해야 겠다. 그것이 결국 이야기의 모든 결론들을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가지 일 수 있다. 나에게 있어 자동차는 우선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오래 같이 할 물건이다. 나는 차를 굴리지 못할 정도의 가난뱅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동차 수집을 하거나 매년마다 자동차를 바꿔 탈 정도의 부자는 아니다. 게다가 차같은 것에는 애정을 잘 준다. 잘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그렇다. 


오래 오래 같이 할 물건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나는 오래 오래 나와 같이 할 물건은 마치 친구로 사귀거나 결혼을 할 사람처럼 생각한다. 실제로 물건들이라고 해도 나는 그것들에 적응하고 그것들에 의해서 변화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없다가 자동차를 가지게 된 후에 1년쯤 지나서 자기 생활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돌아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많은 경우 씀씀이와 생활의 구조가 엄청나게 바뀐다. 그러니까 언뜻 생각하면 작은 차이인 것같은 것도 아주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이왕에 오래쓸 물건을 가지는 것을 결혼에 비유했으니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 결혼한 사람이 있다면 직접 생각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배우자가 가지는 성격상의 작은 차이가 당신의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냐고 말이다. 아직 미혼인 사람은 결혼한 사람에게 물어보라. 잔소리 좀 하는 성격, 참을 성 좀 없는 성격, 조금 덜 씼는 것같은 것이 당신을 미치게 한다. 결혼할 무렵에 그저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큰 일이 되는지 모른다. 게다가 그런 관계가 주는 변화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클 수 있다. 본인은 그저 천천히 적응하니까 내가 변했는지도 모르는데 남들이 보면 저 사람은 결혼후에 사람이 180도 변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아주 많다. 


그러니까 오래쓸 물건이 되고보면 나는 일단 겁이 나는 것이다. 이거 이상한 놈하고 인연맺었다가 성격 다 버리고 고생만 죽어라하게 되는거 아냐하고 말이다. 당신 차의 작은 차이가 실은 당신을 많이 바꿔 놓을 수 있다. 쿠페를 사는가 RV를 사는가 하는 것이 당신의 인생을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바꿀 수 있다. 


자동차가 어떤 물건인가 하는 것에 대한 내 두번째 입장은 자동차는 최첨단 기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핸드폰이나 스마트시계, 태블릿 컴퓨터나 피엠피같은 새로운 기계는 그것이 등장하는 초기에는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래도 나는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계는 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처음 피엠피가 나왔을때 아이스테이션의 피엠피는 지금의 앱처럼 프로그램을 설치할수가 있었다. 조잡하기 짝이없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에 너무 감동했었다. 전에는 그런 기계가 없었으니까. 


자동차는 이런 기계가 아니다. 적어도 아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는 내연엔진으로 달리는 자동차는 그렇다. 생각해보라. 50년전의 자동차에 비해 요즘 자동차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거리에서 시속 300킬로로 달리게 되었는가? 크기가 5배쯤 커졌는가? 바퀴가 10개로 늘었나? 자동차는 50년전이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4개의 바퀴를 가지고 시속 100킬로미터 아래나 약간 위로 달리는 기계일 뿐이다. 하늘로 날지도 않는다. 원자력엔진을 달고 실질적으로 무한히 연료없이 달리는 차가 되지도 않았다. 여전히 펑크도 나고 엔진오일도 갈아주고 세차도 해야 한다. 방처럼 커다랗던 컴퓨터가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작아지는 변화가 일어난게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차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린지 불과 몇년만에 중국차도 탈만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할 정도의 물건이 자동차다. 나이키가 공장없이 신발을 만들고 애플이 핸드폰을 그런 식으로 만드는 것처럼 미래에도 선진국의 자동차 회사가 잘나갈지는 모르지만 실질 생산은 저소득의 국가에서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많은 자동차 공장이 세워졌다. 애플이 자동차 회사 없이 애플카를 만들 계획도 세웠다고 들었다.  


나는 충분히 발달할 시간을 가진 상품에 대해 기본적인 성능을 비교적 완벽하게 그리고 싸게 충족시킬 것을 기대한다. 좋은 서비스를 기대한다.  


이런 입장에서 현기차를 바라보면 현기차는 내 신뢰를 잃었다. 나는 자기 가족, 자기 부모에게 못되게 구는 인간은 친구나 배우자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자기를 키워주고 돌봐주는 고마움을 모르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인간은 내가 어떤 희생을 해서 돌봐줘도 그 고마움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위험한 인간이다. 


그런데 현대차가 그렇다. 소비자와 상생하고 소비자에게 고마워 하기보다는 자존심도 없고 머리도 나쁜 먹이로 생각하는 것같다. 한국시장은 외부로부터 폐쇄되어져왔고 특히 기아가 현대와 합병된 이후로는 독과점 시장이 되었다. 한국 자동차 문화의 현실에 대해 현기차는 책임이 있다. 그런데 현기차는 시장성이 작은 것은 잘 손을 대지 않는다. 그 결과 다양한 차종이 없고, 경차가 발달하지 못하며, 트럭이나 심지어 SUV같은 분야도 선택할 것이 없었다. 한국에는 오픈카도 실질적으로 없다. 


그렇다고 한국의 자동차가 저렴하고 서비스가 좋기라도 한가. 우리가 익숙한 순정부품이라는 말이 아예 외국에는 없다는 말, 그리고 한국의 부품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기차같은 회사들이 부품시장을 독점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화가 났다. 게다가 중고차 시장도 관리해 주지 않는다. 중고차거래를 활발해지려면 자동차를 검사하고 그 품질을 보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엉터리같은 차를 사야하니까. 일본자동차 회사들은 그래서 그런 서비스를 해주고 있고 때문에 잘 쓰기만 한다면 자동차를 안정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내다 팔수가 있다. 현기차가 그런것에 신경쓰는가? 나는 20년전만 해도 자동차는 원래 5년만 타면 버리는 것으로 알았다. 현기차에 속았던 것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가격이다. 최근에 FTA를 한탓인지 외국차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그래도 외제차란 아무래도 대중이 타는 차가 아니라 고급차종에 치우치기 마련이다. 현기차의 가격은 하염없이 올라가서 우리나라가 왜 자동차 회사를 계속 가져야 할까에 의구심을 표하게 만들정도가 되었다. 비싼 차들에 비해서도 가격이 그리 다르지 않다. 만약 무역장벽과 법규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서 외국에 있는차를 그냥 한국에 가져올수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훨씬 싼값에 훨씬 다양한 차를 탈 수 있다. 미드나 일드를 보면서 가끔 어리둥절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엄청 좋아보이는 중고차가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드라마안에서 거래되는 것을 보고 한국인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은 한국소비자가 그만큼  당하고 산다는 이야기다. 


현기차는 한국대중에게 매우 고마워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 별로 상업성이 없는 모델도 자국민을 위해서만 생산해 준다는 일본차 같은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가족과 부모에게 고마움이 없는 인간은 믿을 수가 없다. 하는 일이라고는 현기차에 대해 자기 의견을 말하는 자동차 명장을 고소하는 것이다 ( http://www.huffingtonpost.kr/2015/07/23/story_n_7856266.html?ncid=tweetlnkkrhpmg00000001 ). 이것은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자살작전일테니까. 그것이 현기차를 내가 싫어하게 된 이유다.


현기차가 내 맘에 들지 않는 두번째 이유는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철학때문이다. 나는 옛날에 있었던 기아의 프라이드를 좋아했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차를 만들겠다는 철학이 자동차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꼭 튼튼하고 실용적인 차가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회사는 자기가 만드는 차를 통해 가치관을 표명한다. 그러나 기아가 망하고 현대에 합병된 이후 한국에는 허세에 가득찬 졸부같은 차만 남았다.


현기차가 제 아무리 자기 기술을 자랑해 봐야. 때로 어떤 특정 부분에서 세계 최첨단 자동차와 비슷할 때도 있다는 정도는 인정해 줄지 몰라도 누구도 현기차를 세계 최고의 차라고 봐주지 않는다. 그런데 현기차는 폐쇄된 한국안에서 언감생심 외제차를 타기는 어려운 소비자들속에서 컸다. 그래서 일것이다. 일종의 과대망상 환자처럼 보인다. 자기 마음속에 자부심이 있다거나 미래에 나도 세계 최고가 되겠다거나 하는 꿈을 가지는 것을 말리는게 아니다. 이제 장벽이 사라지고 세계시장안에서 경쟁해야 한다면 오히려 현기차는 더더욱 실용적인 차로 자기 정체성을 굳게 만들어야 한다. 더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허세를 부리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예가 일본차다. 일본이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지는 아주 오래되었다. 그래도 일본차는 허세가 한국차보다 더 적어보인다. 한국차는 모양만 보면 다 부자들의 차처럼 보인다. 패밀리카도 아니고 직업인의 차도 아니다. 현실은 캠핑도 이제 겨우가기 시작했을 정도로 여유가 없는 한국인들인데 자동차의 모양은 다 사장님이고 재벌2세다. 그런데 실은 그 성능이건 모양이건 거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졸부가 부자들 흉내낸다고 몸에 맞지도 않는 드레스를 입고 흉한 화장으로 떡칠을 해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래서는 결국 현기차란 대학생들같이 어리고 유치한 것도 어울리는 사람들이 싼맛에 타는 차 이상의 이미지를 만들기 어렵다. 


오픈카도 만들지 못하는 현대가 폼을 내면 낼수록 오히려 티코 위에 벤츠 껍데기 씌운것처럼 보이게 된다. 고개를 숙여야 겸손해야 오히려 큰 사람으로 보일텐데 없는 실력에 자꾸 허세만 부리니 꼴불견이다. 나는 앞에서 물건이 우리를 바꾼다고 말했다. 나는 현기차같은 것을 오래 타면 허세가 옮을까봐 싫다. 


한국에만 살았던 사람들은 이것을 나처럼 크게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게 세계의 눈이다. 그리고 한국시장은 열리고 있고 현대는 세계로 차를 팔려고 한다. 나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느끼게 될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기차는 대단한 위기다. 중국차와 이미지가 그리 다르지도 않은데 따라잡히는데 몇년이나 걸릴 것이며 자국시장을 빼앗기는데는 몇년이나 걸릴 것인가. 외제차가 주변에 많이 돌아다니면 다닐수록 특히 고급세단이 아니라 SUV같은 실용적 외제차가 한국에 많이 돌아다닐 수록 한국 소비자들도 현기차의 모습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꼴불견이다. 


나는 현기차가 망해야 한국이 산다던가, 현기차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누구보다 현기차에 달린 문제다. 계속 배은망덕하고 허풍만 가득한 사람으로 남는다면 친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현기차가 망하는 것이다. 안망해도 별로 한국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현기차를 안망하게 하기 위해 한국이 댓가를 치루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한국시장에 진출하지 못할때 삼성전화기 쓰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오늘의 삼성은 애플이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국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서야 새로운 곳으로 삼성은 진출했다. 그리고 성공해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내가 보기에 한국자동차 시장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현기차는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고 더 몰려야 한다. 그래서 거기서 정신차린다면 좋은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테지만 정신못차린다면 망해야 한다. 현재의 경영진들을 모두 쫒아내야 한다. 지금도 한국이 스마트폰없이 피쳐폰만 쓰고 있다면 그것이 한국의 성장을 크게 가로막고 있을거라고 생각되지않는가? 현기차가 변하지 않아서 그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유럽차가 연비를 자랑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그런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문화가 다르다. 한국은 아무 준비도 없었다. 후발주자가 전기차도 하이브리드차도 쫒아가기만 한다. 진취적이지 못한 이유는 뻔하다. 호갱님들을 인질로 잡고 있었으니까다. 


나는 한국에 인재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50년전의 빈민국 졸부 감수성을 고집하면서 현기차를 벼랑으로 몰고가는 소수의 리더들이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던가 그들의 손에서 운전대를 빼앗아야 한다. 더 큰 사고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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