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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인테리어 쇼핑/아이패드, IT,자동차

아이패드는 세상을 바꿨는가.

by 격암(강국진) 2014. 8. 27.

4년 반정도 전에 나는 아이패드가 세상을 바꾼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의 핵심은 아이패드는 편하게 쓸 수 있는 정보채널의 등장을 의미하므로 정보습득의 방식이 바뀔 때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고,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중간에서 정보를 조절하는 기성의 신문이나 방송사, 기업들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제 시간이 지났다. 세상은 정말 바뀌었을까? 모두가 아이패드를 쓰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꼭 아이패드일 필요는 없다. 다른 태블릿이라도 요점은 변하지 않는다. 나도 궁금해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일단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나의 개인적 실험을 언급할 가치가 있을 것같다. 그것은 바로 7-80대의 친가와 처가 양쪽에 아이패드를 사드렸다는 것이다. 






아이패드는 특히 노인에게 의미가 크다고 처음부터 나는 느꼈다. 노인들은 큰 활자를 선호하며 간편한 조작을 선호한다. 또 편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피씨는 적당하지가 않다. 글자가 너무 작거나 너무 민감한 손가락 조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피씨가 있는 방에 가서 그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클릭을 하고 하는 행위들을 요구하는 피씨는 너무 복잡하다. 


양가에 아이패드를 보내드린 결과 노인들은 아이패드에 대개 무리없이 정착했다. 예외도 있는데 우리 친 아버지 같은 분은 결국 아이패드에 정착하지 못했다. 사실 나이드신 아버지는 스포츠 중계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종류의 정보습득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계신 것이 현실이다. 결국 아이패드 조차 그런 아버지를 바꾸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장인, 장모님과 우리 어머니의 경우에는 아이패드를 잘 쓰고 계신다. 한번은 한국에서 장인 장모 근처에 사는 처제가 말하기를 장인, 장모가 아이패드를 쓰는 시간이 엄청나다, 굉장히 놀랐다고 하는 말을 할 정도였다. 


우리 어머니의 경우는 피씨의 사용시간이 거의 제로에 가깝도록 줄었다. 사실 아이패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아이패드는 미디어의 소비용기계다. 생산용기계가 아니다. 그런데 그 말을 뒤집으면 생산따위 안할 사람은 피씨는 별로 소용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컴퓨터를 써서 문서 작성을 하거나 업무를 보는게 아닌어머니 입장에서는 컴퓨터를 써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아이패드가 훨씬 편하다. 은행업무를 보는 것도 요즘은 아이패드에서 처리 할수 있는 것이 늘었다. 그래서 은행앱같은 것을 깔아드리고 설명해 드리면 아이패드에서 그걸 하는 것이 더 편하다. 


우리 어머니의 변화중의 하나는 독서를 다시 시작하신 것이다. 나이가 들고 노안이 되자 어머니는 사실 독서를 중단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자책으로 책을 아이패드에 넣어드리고 그 활자크기를 조절해서 엄청난 크기로 볼 수 있게 되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신 것이다. 물론 다독을 하신다기 보다는 몇권의 책을 자주 읽으시는 것이지만 그것도 큰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나는 느낀다.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길게 보면 인생을 바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렇게 아이패드로 스마트 생활을 시작하시더니 녹음이나 동영상 촬영에도 아이패드를 사용하신다. 친구들과의 민요공연같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녹화해두는 것에 쓰기도 하시는 것이다. 주변 노인들에게서는 그래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때도 있는 모양이다. 


나이든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우리 가족의 경우 페이스타임 기능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고 도움이 별로 필요없으신 처가의 경우는 그 활용도가 적지만 친가의 경우에는 떨어져 사는 자식으로서 답답함을 크게 해소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데 가끔 얼굴을 볼수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살다보면 모르는게 참 많이 생긴다. 이런 서류가 날아왔는데 이게 뭔지 아냐, 이런 약이 있는데 이 약이 어떤 약이냐, 컴퓨터 지금 쓰려고 하는데 뭘 해야 하는가, 이런 기계를 쓰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이다. 


그런데 그걸 전화로 이야기하면 도통 뭐가 뭔지 알수가 없다. 길게 길게 말해도 부모님은 엉뚱한 스위치를 누르고 계시기 일수다. 그렇다고 알아서 하세요 했다가 뭔가 심각한 오류가 생기면 어떨까 하는 불안에 빠진다. 그런데 페이스 타임을 이용하면 그냥 우리가 그걸 볼수 있는 것이다. 서류같은 것도 그냥 카메라 앞에 대보세요라고 말해서 대충 읽을 수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직접 찾아가 뵙지는 못하지만 아쉬운 대로 이런 저런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도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돌아보면 아이패드를 부모님에게 사드린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아직도 막혀만 있는 한국의 현실이 답답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은 아직도 전자책 시장이 그리 편하지가 못하다. 내가 아마존에서 전자책을 사서 쓰는 경험과 비교하면 아마존이 잘짜여진 백화점같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엉망으로 혼잡한노점상들이 모여있는 시장같달까. 책이 많지도 않다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저기서 각자의 앱을 만들어 깔아서 쓰라고 하고 구입은 또 얼마나 번거러운지 모른다. 그 앱이란 것도 아마존의 앱이나 아이패드에 원래 들어 있는 아이북 같은 것에 비하면 거칠기 짝이 없다. 전자책 환경이 이렇게 나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어디 책에서만 멈출 것인가. 미디어 소비에서 인터넷 쇼핑에 이르기까지 세계에 IT 강국 운운하면서 자랑할 때도 있는 한국은 하염없이 뒤쳐져 있다는 느낌이다. 불편하기 짝이 없고 뭔가 이것저것 다 여기저기 흩어져서 찾을 수가 없다는 느낌이다. 아직 좋은 태블릿의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것도 한 이유겠지만 이런 컨텐츠의 문제가 태블릿의 보급을 막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정부다. 이런 교통정리가 잘 안되면 그걸 해소해 줘야 하는 것이 정부가 아닐까. 이 교통정리는 비싼 사치품을 편하고 싸게 소비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내에 책을 비롯한 여러 정보가 잘 소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한해나 두해가 아니라 5년이가고 10년이 가도 별 진전이 없다. 아직도 공인인증서 문제로 한국 인터넷은 후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비판이 계속 되는 가운데 바뀌는 것이 없다. 그러다가 별에서 온그대 드라마를 본 중국인들이 한국인터넷 쇼핑을 못한다고 해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얼마전에 아마존이 한국에 진입할 거라는 기사가 나고 그것에 대해 난리를 피우는 일이 있었다. 요즘 한국에서는 외국에서 물건을 직접 구입하는 직구가 인기라고 하기도 한다. 이같은 것은 한국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아예 통째로 시장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으며 괜히 그때까지 한국의 발전만 막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가 안되는 가운데 아마존이 그걸 다 먹으려고 하면 곤란하니까 국내 기업들이 모여서 아마존을 막는것이 미래인가? 나한테는 조선을 망하게 했다는 쇄국정책처럼 들린다. 직구가 인기가 올라가니까 그것을 대행해 주는 기업들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실로 기괴한 성장이다. 이 무슨 이상한 수입인가. 


안타깝게도 아직도 한국은 변화에 저항하려고만 하고 있다. 장벽을 치고서 그 안에서 오들오들 떠는 모습만 보인다. 그 장벽이 보호해 기업도 있지만 그 장벽안에서 말라죽어가는 소비자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있다. 기업위주의 사고 방식에 빠져서 소비자가 있어야 기업도 있고 경제도 있다는 생각은 안하는 것같다. 매우 안타깝고 분하다고 까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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