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플을 좋아하고 여러가지 애플기계를 가지고 있다. 인기없는 최신형 아이팟도 우리집에는 2대나 있고 내가 산 아이패드는 5대다. 나는 양친쪽에 아이패드를 모두 한대씩 선물해서 가끔 페이스타임을 하거나 사진을 보내곤한다. 그런 나지만 오랬동안 나는 스마트폰을 쓰는 것에 저항해 왔다.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쓰는 것은 좋지만 비싼 돈을 내가면서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 인터넷을 쓰기 위해 매달 엄청난 돈을 내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알아보았을때 결국 매달 한대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쓰기 위해 우리돈으로 6만원가량을 내야 한다는 말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변했다. 요즘 일본에서는 아이폰 6의 발표가 임박하자 아이폰5s를 말 그대로 던져버리고 있는 중이다. 여러 회사들이 계약조건을 선전하는데 아이폰5s가 공짜인건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같이 통신사를 바꿔서 계약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달 계약금을 깍아줘서 3만원정도면 LTE서비스를 쓸수가 있게 되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내가 알아본 결과 우리는 일단 가입후 LTE서비스를 해약하고 전화만 쓸수도 있는데 그러면 기본료가 3엔에 불과하다고 한다. 핸드폰이 공짜고 기본료가 거의 공짜니까 제정신이 아닌 계약조건같다. 그런데도 여기서 다가 아니었다. 4사람이 한꺼번에 가입할 경우에는 10만엔을 현금으로 더 준다는 것이다. 모든 스마트폰을 32기가로 업그레이드 하고도 6만엔 그러니까 60만원정도를 준다.
이 정도 조건이면 소비자인 내가 케이오되기 일보직전처럼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결정적인 요인까지 발생했는데 지금 계획하고 있는 유럽여행을 갔을 때 우리가 가진 전화기들은 로밍서비스가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에 대비한 연락수단을 포기하는 것은 좀 아쉬웠다. 결국 나는 손을 들고 스마트폰족으로 개종을 하기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한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할때는 초기의 감상이라는 게 있다. 아 이런게 다르구나, 이런게 이렇구나 하는 그 감상은 그 세계에 머물면 금새 사라지고 만다. 금새 우리는 남들이 내니까 이만큼의 통신비를 내는게 당연해지고,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확인하는데 익숙해 진다. 여담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위성방송을 몇년이나 같은 계약으로 시청하시고 계셨다. 그런데 비만오면 방송이 안나왔기 때문에 얼마전에 아이피티브이로 바꿔드렸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위성방송측에서 즉각적으로 훨씬 좋은 계약조건을 내밀더라는 것이다. 즉 익숙한대로 그냥 살았던 사람만 바보였던 셈이다. 그런데 전국에 우리 부모님처럼 나이들고 그냥 작년에도 5년전에도 이만큼 냈으니까 불편해도 그런가하고 그돈을 내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익숙해지는 것은 이렇게 위험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것을 시작하고 나면 종종 그것에 너무 익숙해진다.
무엇보다 그러면 새로운 세계의 의미에 대해서 잘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아직 신선한 감이 남아있을때 스마트폰으로 개종한 느낌에 대해 몇자 적어두기로 한다.
내가 스마트폰의 사용을 거부했던 것은 단순히 비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다면 혹은 그 효용성이 충분히 크지 않다면 어떤 시스템에 편입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어떤 시스템에 편입이 되면 그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고 도미노가 넘어지듯이 하나가 무수히 많은 것을 바꾸게 된다. 비록 말이 안되는 것같이 좋은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계약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소비자를 회사들이 유혹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이 시스템의 위험성을 말해주는 것일수 있다. 결국 이 세계로 들어오면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고 소비하지 않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징조는 처음부터 있었다. 사실은 한대의 스마트폰만 계약하려고 했는데 그러고 나면 가족끼리의 연락에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더 많은 보상금을 받으려면 가족이 모두 계약하는쪽이 좋았다. 그렇게 해서 한대는 결국 4대가 되고 말았다. 핸드폰을 이미 바꿨으니 이번에는 핸드폰 케이스를 고르게 된다. 스마트폰을 샀으니 여러가지 어플을 부지런히 깔게 된다.
일본에서 중학교를 졸업하는 딸아이에게 차를 타고 가다가 물어보니 대충 70%정도의 아이들은 핸드폰이 있고 그중 3-40퍼센트는 스마트폰을 쓴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니 결국 핸드폰이 없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연락하는데 문제를 가질수 밖에 없을 것같았다. 핸드폰을 가진다고 해도 일본에서는 라인이라는 메세지 서비스가 인기인데 스마트폰이 아닌 사람은 소외될 것이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다 쓰면 소수파는 결국 견디기 어려운 법이다. 시스템의 이득과 피해를 잘 비교해야 하지만 시스템을 거부하는 댓가도 항상 같지는 않다. 그게 대세가 되면 소수파의 피해는 점점 더 커진다.
사실 내가 스마트폰에 대해 강렬하게 매력을 느끼는 부분도 있었다. 그건 바로 GPS다. 나같은 길치에게 있어서 네비는 인류 최고의 발명처럼 느껴진다. 나는 네비가 나온 직후부터 GPS를 가지고 걸어다니면서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래왔다. 그런데 GPS는 핸드폰에만 붙어있고 와이파이버전 기계들에는 붙어있지 않으니 매우 아쉬울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생기자 마자 구글 지도를 깔고 스마트폰의 네비기능을 테스트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이정도의 네비기능이 공짜라는 것, 특히 전세계 어디를 가나 인터넷 연결만 되면 가능하다는것이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지도나 네비정보를 돈받고 팔려는 중소업체들이 불쌍할 정도였다. 구글같은 곳에서 이렇게 서비스를 해버리면 그들이 비싼 돈을 받고 그런 것을 팔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나는 구글지도에 이번 유럽여행에 관련된 장소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데이터로밍을 써서 네비로 쓴다는 것이 내 계획이다. 모르는 곳에 가서 길잃어버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큰 안심이 되는 일이다. 항상 인터넷이 되지는 않겠지만 검색을 해보니 구글지도를 오프라인에서 볼수 있도록 저장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저런 것을 알아내고 여행에 관련된 장소를 열심히 기록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실제로도 매우 만족스러을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내 개인정보를 스마트폰에 열심히 쳐넣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학교에서 발표를 할때 요즘은 파워포인트같은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를 쓴다. 하지만 예전에는 투명 비닐위에 글씨를 쓰고 그걸 빛으로 투사하는 OHP라는 것을 썼었다. 물론 그전에는 아예 그런 것도 없었으니 칠판을 썼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물론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었지만 그것을 단순하게 편리함이라고만 하는 것은 좀 씁슬한데가 있다. 파워포인트같은 소프트웨어가 좋아질수록 사람들의 발표는 점점 더 화려해졌다. 그래서 그냥 빈공간에 글자와 수식만 있는 발표는 시대에 뒤진 것이 되었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파워포인트 파일을 만들기 위해 점점 더 많이 시간을 쓰게 되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어떤 때는 사람들을 개그맨처럼 만든다. 안방에 있는 딸이 건넌방에 있는 아들을 메신저로 부르려고 하는데 잘 안되면 그걸 되게 하려고 셋팅을 만지고 버둥댄다. 물론 간단한 방법은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이런 예는 과장된 것이기는 하지만 파워포인트건 스마트폰이건 기술적인 부분에서 버둥거리면서 시간을 써본 사람은 이런 예가 진실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것이다. 기술이 우리를 편하게만 하는게 아니라 귀찮게도 한다. 세상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기술을 쓰는데 익숙해져서 간단한 방법을 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냥 피쳐폰도 다시 많이 팔린다고 한다. 전화는 전화를 하는데 쓴다라는 본래의 목적으로 쓰는 것이다.
요즘은 고급스런 만보계라고 할수 있는 밴드 기계가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그중에서 잘 팔리는 기계중의 하나가 fitbit인데 이 fitbit의 소프트웨어를 아이폰5s에 깔면 아이폰이 만보계로 작동하게 된다. 여러가지 정보가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몇걸음을 걸었고 몇킬로를 걸었으며 얼마나 칼로리가 소모되었는가가 나온다. 시험적으로 깔아서 써보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물론 정식으로 기계를 산것보다 부정확하다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기능은 숫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기능은 어제와 그제에 비해서 오늘은 내가 얼마나 걸었나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 숫자들을 보고 있으면 실제로 조금 더 걸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공짜만보계로 활용해보니 나름 아주 만족스러운 기능이었다.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딸과 함께 커피숍에 가서 책을 읽었다. 종종 우리는 독서실 가는 것처럼 그렇게 하는데 이번에는 테더링 서비스를 써보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데이터량은 무한대다. 하지만 7기가까지만 LTE로 연결되어 연결이 빠르고 그 이상이 되면 -거기까지 써보지 않았지만- 속력이 매우 느려진다고 한다.
테더링으로 아이폰을 무선공유기로 바꾸고 맥에어와 아이패드를 써보니 인터넷의 속력이 집에서 쓸때와 별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7기가라는 한계를 금방 다 소진하는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으나 조금 인터넷을 써보니 날마다 바깥 생활을 하면서 쓴다면 몰라도 대개 집이나 사무실에서 와이파이로 인터넷이 되는 경우에는 7기가를 다 쓰기는 거의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웹서핑 조금 하고 아이폰에서 데이터량이 얼마인가를 확인하고 하는 식으로 겁장이 처럼 쓰다가 보니 이래서는 하루에 백메가 쓰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매일같이 해도 3기가정도다.
나는 아예 작정하고 얼마나 데이터가 빨리 소모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에어비디오를 켰다. 집에 있는 내 컴퓨터의 동영상을 커피숍에서 볼수 있을까? 잘된다. 끊김없이 화면이 나왔다. 테스트 이므로 그저 몇분정도 본것뿐이지만 데이터 소모에 익숙해 지면 영화를 봐도 상상처럼 말도 안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보나 마나 그런 엄청난 짓을 벌이지 않고 쓴다면 한달에 2기가도 안쓸것 같았다.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금새 익숙해져서 이젠 LTE 사용량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산다고 한다. 그래도 그 용량을 다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매달 5만원 사람에 따라서는 7-8만원씩 내고 쓰는 서비스인데 서비스가 남아돈다. 그리고 물론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이것은 더더욱 그렇게 될것이다. 이 사업은 정말 타이밍이 전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엄청나게 비싼 서비스도 4-5년뒤에는 웃음거리가 될테니까.
아내와 세가지 통화를 했다. 그냥 핸드폰통화, 카카오톡 음성통화, 페이스타임 음성통화다. 음질은 모두 다 안좋았다. 물론 공짜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좋았다고 해야할테지만 핸드폰 통화음질이 페이스타임 음성통화랑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은 약간 충격이다. 이상하게 일본에서는 핸드폰이 잘 안터진다던가 신호가 작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결국 생각해 보면 핸드폰 통화라는 건 곧사라질지 모른다. 인터넷만 되면 통화는 당연히 되는거니까 따로따로 돈을 내는 건 불합리하다. 그러니 회사가 투자도 그리 열심히 안할지 모른다. 몇년안에 문닫을지도 모르니까.
데이터로밍때문에 폭탄요금을 냈다는 이야기는 인터넷에 흔하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도 겁나서 데이터 로밍은 하지 못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미리 신청하면 하루에 만원좀 넘는 돈을 내는 정도로 데이터 로밍을 할수가 있다. 국내건 국외건 인터넷 속력은 날로 늘어가고 있으니 아마 5년쯤 뒤에는 우리는 인터넷 연결을 끊는다라는 개념자체를 잊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동영상을 무선인터넷으로 쓰면 안된다는 개념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시스템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핸드폰이 없는 우리 딸의 친구보다 훨씬 더 불쌍한 처지에 처하지 않을까?
나는 아직 스마트폰의 세계에 발만 걸치고 있다. 필요에 의해서, 조건이 워낙좋으니까 시작한 일이지만 거기에 너무 빠지지않고 여차하면 온가족을 데리고 그 세계에서 도망나올 준비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게 쉬울런지는 알수 없지만 말이다. 아내에게 핸드폰 계약조건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전화를 걸어보니 열심히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고 한다. ... 확실히 탈출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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