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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기어, 이젠 다시 간단해 질때가 아닌가.

by 격암(강국진) 2013. 9. 5.

갤럭시 기어가 발표되었다. 요즘의 화제거리는 입는 스마트기기이기 때문에 같이 발표된 갤러시노트보다 갤럭시 기어에 대한 관심도가 더 컷던 것같다. 그리고 발표된 갤럭시기어는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나는 갤럭시기어의 사양이나 기능을 자세히 볼 가치 자체를 별로 못느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디자인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도 안들었다. 그건 그야말로 스마트폰을 작게 만든 손목에 차는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이다. 


갤럭시기어를 소개하라고 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갤럭시기어는 전화도 걸수 있습니다. 갤럭시 기어는 사진기도 붙어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그걸 왜 붙였는가. 이제 다시 간단해질때가 아닌가. 


이야기를 좀 돌려서 필자가 최근에 산 55인치 스마트 티브이 이야기를 좀 해보자. 나는 오랜간 대화면의 티브이를 사고 싶었지만 사지 않았다. 사고 싶었지만 그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큰 화면의 티브이는 몇년전만 해도 굉장한 고가였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에 LGtv를 12만엔대에 팔길래 샀다. 우리나라돈으로 13-40만원밖에 안하니 이젠 부담이 없어진 것이다. 


이 티브이는 단순히 화면만 크고 좋은게 아니라 여러가지 스마트 티브이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서핑도 되고 유튜브도 볼수있고 게임도 하고, USB포트로 하드디스크를 붙이면 그안에 있는 동영상들도 재생해 준다. 


그런데 그 티브이에 내가 가진 거실용 PC를 HDMI로 연결하고 이것저것 확인해본 나는 스마트 티브이 기능이라는 것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 되어버렸다. 거의 모든 기능이 의미가 없었다. PC를 연결해서 하는 쪽이 당연히 화질도 좋고 빨랐으니까. 스마트폰 리모콘 어플을 이용하면 원격조정도 가능하다. 


결국 제아무리 TV의 스마트기능이 좋아봐야 그건 아주 후진 PC일 뿐이다. 느리고 제약이 많고 그래서 무엇보다 화질이 안좋다. 55인치 티브이를 사는 빈민은 없다. 내가 부자라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라 이정도 티브이를 사면서 PC도 못살정도의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요즘 PC가 얼마나 싼가.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복합기의 문제를 말하기 위한 것이다. 스마트 티브이란 말하자면 티브이와 PC의 복합기다. 그런데 대형티브이만해도 비싼데 거기에 고성능의 PC기능을 붙인다면 티브이는 무겁고 비싸질 것이다. 그러니까 스마트기능이 있는 티브이란 조잡한 PC를 안에 가진 티브이가 되고 만다. 복합기는 나름의 장점이 있을 때가 있고 그런 상황을 잘 쓸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같은 사람은 이런 기능들은 그저 가격이나 올리게 되는 군더더기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도 왜 티브이는 이렇게 복잡해 졌을까. 차별성을 가지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이제 티브이는 너무 간단한 기계니까 거기에 이런 저런 기능을 더해서 차별성을 가지고 팔아먹기위한 것이다. 우리가 핸드폰의 역사를 보면 정확히 그 길을 걸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핸드폰도 전화기능이 되는 기계라는 의미에서는 이미 상당히 오래전에 완성되었다. 그러니까 거기에 사진기를 달고, 사진을 공유하는 기능을 붙이고 하는 식으로 핸드폰은 복잡한 기계가 되어갔다. 스마트폰은 확실히 핸드폰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기계로 진화했지만 그것역시 이제 완성형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제 남은 것은 하드웨어라기 보다는 소프트웨어의 문제라는 느낌이다. 이제 스마트기기는 상당히 복잡한 기계가 된 상황에서 많이 보급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워치를 만들면서 그걸 작은 스마트폰처럼 만들어야 할까. 스마트워치를 그저 손목위의 핸드폰처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공감할수가 없다. 갤럭시기어가 있는 사람은 과연 스마트폰이 필요없을까? 전화를 걸건 스마트 기기를 쓰건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 있는데 왜 갤럭시기어를 3백불이나 주고 사서 무겁게 손목위에 걸고 다녀야 할까? 


사실 삼성이 애플을 추격할수 있었던 단하나의 요소는 바로 화면의 크기였다. 스마트기기는 여러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휴대성이나 조작성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화면크기가 큰쪽이 매력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손가락두마디 정도의 화면을 가진 스마트기기를 뭐하러 쓰겠는가. 모든 기능이 스마트폰보다 뒤질 것이 뻔한 군더더기인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는 불편함을 덜어준다는 것이 그렇게 굉장할까? 


갤럭시기어가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다른 기계가 있다. 바로 나이키 퓨얼밴드다.





심지어 디자인도 갤럭시기어가 퓨얼밴드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은 제쳐놓고 말하자. 설사 삼성이나 어떤 다른 회사가 퓨얼밴드보다 훨씬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든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름다운 장신구를 만들려는 노력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싸고 예쁜 장신구는 다양하게 세상에 많이 있다. 예쁘면 좋겠지만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그걸 손목에 차는 것은 아니다. 


나이키 퓨얼밴드는 말하자면 건강보조기구다. 그것은 굉장히 간단한 기능밖에 없지만 왜 이기구가 몸에 붙어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준다. 바로 우리 몸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그 목적 이외의 것을 위해 여기에 영화를 보는 기능을 넣거나 카메라를 달거나 전화기능을 붙이지 않는다. 최소한의 기능을 설정하고 그 기능에만 집중한다. 물론 그러니 이기계는 갤럭시 기어보다 월씬 간단하다. 그래도 150불에서 180불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고 이기계를 사는 사람은 많다. 반면에 갤럭시 기어는 3백불이다. 지불하기에 부담스럽지만 아마 삼성은 그 복잡한 부품들을 집어넣고 별로 남는 것도 없을 것이다. 삼성이 스스로 말하듯 베끼기 선수 혹은 패스트팔로워라면 베껴야 할것은 퓨얼밴드였다.


초기의 핸드폰이 진화해 왔듯이 나이키 퓨얼밴드같은 것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여러가지 복합기능도 첨부되겠지만 우리몸을 체크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부분도 더 발달할 것이다. 얼마전에 한 다큐에서는 몸에다가 허리띠를 한 사람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 허리띠는 기본적으로 나침판처럼 몸에 자극을 줘서 어디가 북쪽인지를 끝없이 가르쳐 준다. 이 실험의 놀라운 점은 이런 허리띠를 계속 착용하면 이 허리띠가 주는 신호에 적응해서 우리는 의식하지 않고도 전보다 향상된 방향감각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촉감을 느끼고 아 저쪽이 북쪽이지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디가 북쪽인지를 아는 감각이 발달된다. 마치 초감각처럼. 새로운 감각신호가 뇌와 융합되었달까. 미래에는 이런 종류의 상호작용을 하는 스마트기기가 보편화되지 않을까? 우리는 마치 텔레파시를 하는 초능력자처럼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들고 다니는 스마트 기기라기 보다는 우리와 융합된 스마트기기다. 안경을 쓰고 다니는 사람은 종종 자기가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잊는다. 그런 식의 스마트기기다. 


어떤 기계가 우리몸에 붙어있어야 한다면 우리는 왜 그기계가 우리몸에 붙어있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스마트워치는 정말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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