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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는 컴퓨터의 시대의 핵심은 컴퓨터가 아니다.

by 격암(강국진) 2013. 7. 18.

나는 새로운 IT기기를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럴 여유도 없고 해서 IT기기를 마구 사모으는 광팬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것같은 기기를 보면 남보다 먼저 사는 편이다. pmp가 나올때도 그랬고 아이패드가 나올때도 그랬다. 조금은 어얼리어댑터랄까. 그런데 요즘은 사실 사고 싶은 기계가 없다. 그러는 가운데 구글 글래스라던가 애플의 아이홧치 같은 제품들이 실제로 나오거나 곧 나올것을 예고하면서 이제 시대는 웨어라블 컴퓨터 시대 즉 입는 컴퓨터 시대라는 기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여담을 하나 해야 겠다. 최근에 나는 가지고 있던 옛 손목시계의 전지를 갈았다. 살때는 나름 비싸게 준 시계였는데 원래 반지며 시계를 차고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핸드폰에 시간이 나오면서 쓰지 않게된 시계다. 이대로 두면 그냥 버릴 것같아 일부러라도 좀 차고다닐까 해서 전지를 갈았던 것이다. 


몇일 차고 다니면서 느낀 점은 이렇다. 장신구는 정말 귀찮다는 것이다. 장신구는 그 장신구를 차고 다니면서 생기는 귀찮음을 능가하는 장점을 주니까 참고 쓰는 것이지 결코 그 자체로 참아줄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장점은 무엇인가. 두가지다. 하나는 쓸모고 또하나는 장식이다. 쓸모있고 폼나니까 귀찮지만 참아주는 것이다. 


애플이 최근까지 엠피쓰리며 노트북 태블릿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할수 있었던 이유중 큰 한가지는 애플은 컴퓨터를 장신구처럼 취급했다는 점에 있다. 다른 사람들도 지적하는 바이지만 애플의 매장은 컴퓨터나 기계 부분에 있지 않고 종종 옷이나 장신구 가게들 사이에 있다. 매장의 분위기도 그런 분위기를 내며 애플 기계의 특징은 다양한 기능은 없지만 있는 기능은 최고급이고 무엇보다 모양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델 컴퓨터 들고 나니는 사람보다 애플 맥에어 들고 다니는 사람이 훨씬 폼이 나더라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 고전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컴퓨터는 본질적으로 일이나 오락을 위한 것이라 그 성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껍데기를 보는 사람들은 쓸데 없는 것에 돈을 더쓰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그 자체로 틀리다고만은 할수 없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옳다고 할수도 없을 것같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본질은 달리는 것이니까 힘좋고 빠르면 되는 것일까? 달리는 능력은 어차피 고속도로에서 3백킬로로 달릴것이 아니니까 금새 평준화되었다. 달리는 능력은 그저 차를 평가하는 한가지 기준밖에 안된다. 중요한 것은 정숙성이라던가, 내부 구조의 편의성이고 무엇보다 차의 아름다움이다. 


시계를 보라. 시계의 본질은 시간을 잘 보여주는 것이지만 일단 시간을 보여준다는 기능이 보편화되자 그런 기능보다는 장신구로서의 기능이 훨씬 중요해 졌다. 시간만 보려면 싸구려 전자시계를 차면 충분하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나같은 이유로 시계를 차지 않는다. 시계를 아직도 차는 사람들은 더더욱 장신구로서의 기능때문에 차는 것이다. 


우리는 개인용컴퓨터가 드디어 완숙의 경지에 도달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쩌면 컴퓨터의 기능이 아니다. 기능이 안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기능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점이 스마트 홧치같은 것에 이르르면 보다 극적으로 들어날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맥에어를 들고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이거 폼나지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예 항상 몸에 달고 다니는 장신구의 수준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뭔가가 압도적으로 편하고 압도적으로 아름다운게 아니라면 사람들은 그걸 차고다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같이 대량생산되어 똑같은 디자인으로 나오는 것을 핸드폰 소비자수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몸에 차고 다닐까? 그것은 마치 티셔츠를 팔면서 전체인구의 3분의 1쯤이 다 이 티셔츠를 입고다니기를 기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남과 똑같은 옷을 입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희소성이 없으니 장신구로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스마트폰대신 손목에 차고다니는 스마트 홧치를 사용할 이유도 크게 줄어든다. 심지어 들고다니는 핸드폰도 똑같은 게 싫어서 다양한 케이스로 모양변화를 시도한다. 똑같은 귀걸이를 전체국민의 3분의 1이 같이 쓰는 세상이 올까? 결국 시장은 미미하게 작은 수준에 머물가능성이 크다.


굳이 시계나 안경같은 시장과 비교해 상상해 보자면 가능한 것은 이런 것이다. 컴퓨터의 성능을 내는 부분은 컴퓨터 회사가 팔고 그 부분을 끼워넣어서 장신구를 만드는 산업이 발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핸드폰 케이스 만드는 산업과는 비교가 안되는 본격적 산업이고 시계나 안경같은 경우를 보면 알듯이 진짜 돈은 대개 그 물건의 기능적 부분을 만드는 사람보다는 멋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번다. 입는 컴퓨터도 이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장신구로서의 정체성이 훨씬 강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입는 컴퓨터를 컴퓨터의 미래라고만 생각하는 것같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이제 컴퓨터가지고 화제를 삼는 시대를 끝내고 있는지 모른다. 시계가 그랬고 티브이가 그랬고 백색가전이 그랬듯이 말이다. 컴퓨터를 안쓴다는게 아니다. 그건 그저 흔하고 사방에 널린 싸구려 전자시계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티브이가 흔해지자 중요한 건 그 티브이를 타고 퍼지는 컨텐츠 즉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자, 스타들이었다. 이제 스티브잡스같은 컴퓨터 제작자가 스타가 되는 시대가 아니라 컴퓨터가 흔한 시대에 컨텐츠로 스타가 만들어 지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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