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네티즌은 최순실 박근혜 국정논란 기사중 하나에 이게 제발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공감할 것이다. 터져나오는 의혹과 그 추잡함이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하게 만든다. 사람들의 마음은 피곤한데 집에 와보니 집안이 너무나 엉망진창이라서 청소를 하지 않고는 잘 수도 없는데 이 청소를 도무지 언제 끝낼지 알 수도 없을 때의 마음과 비슷할 것같다. 청와대와 그 지지자들은 터져나오는 의혹들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부정하고 빨리 국정 안정화를 하자고 하지만 요즘 쏟아지는 뉴스들을 들으면서 국민연금과 세금 꼬박 꼬박내고, 다니던 직장 그저 계속 다니고 하던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게 다 허무한 일일지 어떻게 아는가. 무엇보다 여론조사가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과 분노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마음에 믿음이 있어야 안정이 되는 것인데 나라가 이정도로 기본까지 흔들렸는데 그냥 날 믿어주세요라는 말에 믿음이 생겨날 리가 없다. 그 믿음을 만들려면 적절한 진상규명과 처벌이 있어야 하는데 나라가 썩어도 너무 썩어서 도무지 얼마나 혼란을 겪어야 그런 일들이 끝날지 상상도 안가는 수준이다. 국가안에 믿음이 다시 자리잡기 전에는 나라는 계속 시끄러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적반하장식으로 내가 뭘 잘못했냐고 역공도 나올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생각만 해도 미래가 끔찍해서 이게 제발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런 국정을 정상화하는 방법으로 여야가 합의하는 영수회담을 한다던가 거국내각을 꾸민다던가 탄핵 절차를 밟거나 대통령의 사임을 주장하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사실 박근혜의 즉각적 사임과 대선을 통한 새 대통령의 임명 이외에 나라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을 방법은 없다. 그런데 박근혜가 그렇게 할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다른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들은 실은 더 말이 안된다. 박근혜를 빠르게 탄핵시키는 일은 자진 사임만큼이나 어렵다. 여당의 도움이 없으면 탄핵절차는 시작되지도 않을 것이며 설사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그것도 헌법재판소를 통과할지 모른다고 도올은 경고한다. 게다가 빠른 탄핵절차는 여당이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당장 대선을 치룬다면 야권이 이길 것같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최소한 시간은 끌고 싶을 것이다. 그러니 탄핵절차는 그렇게 된다고 해도 느려지기 쉽고 그러다보면 1년도 금방 갈 것이다. 결국 공연히 면죄부만 줄 가능성이 있을 뿐 그다지 좋은 전망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결국 사임이나 탄핵은 비현실적이니 거국내각을 꾸미자고 한다. 그런데 거국내각이란 그 형식이 어떠하건 결국 의회가 대통령 대신에 결정권을 가지겠다는 것이다. 여야가 합의하는 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권위의 근거다. 책임총리니 뭐니 하지만 선거로 당선되지 않은 총리가 중요한 뭔가를 결정할 수도 없고 결정해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의회가 정말 집단적 지성을 발휘해서 뭔가를 결정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건 박근혜가 스스로 사임하거나 여당이 정권재창출을 포기하고 당장 빠른 탄핵에 동의해 주는 것보다 더 어렵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의 결정을 집단적으로 결정하자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질서는 기본적으로 대선이라는 과정에서 만들어 지는 정권의 권위에 수긍함으로써 만들어 진다. 이 대통령 중심제에 불만인 사람도 있지만 이걸 바꾸려면 그에 준하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각제로 가자면 국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런 일 없이 대통령 중심제가 나쁘니 내각제로 가자고 해봐야 설득력도 없고 분란만 생길 것이다. 결국 지금 합의하고 동의하는 대통령중심제는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박근혜와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든 세력은 그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망가뜨렸다. 이래서 이것이 엄청난 일인 것이다. 한국 사회질서의 근본을 무너뜨렸다. 길고 짧은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상당기간동안 한국은 무정부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나마 지금은 사태의 초기이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돌아가지 이 무정부상태가 1년이상 지속될 것이 확실해 진다면 거꾸로 이 무정부상태일 때를 이용해서 나라를 뒤흔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국사교과서 국정화문제만 해도 그렇다. 벌써 최순실 교과서라고 반대론자들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옹호론자들은 결코 그럴 생각이 없다. 오히려 아마도 다음정권은 야권에서 가질 거라고 생각해서 변화가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일을 서두를 것이다. 결국 더 막장스러운 일을 더 빨리 해치워버리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가지 예에 불과하다. 재벌들은 어떨까. 그들도 빨리 그게 뭐가 되었던 새로운 질서가 서기전에 대못을 박아서 자기 이득을 챙기려고 할 것이다. 투기꾼들도 그럴 것이고 올림픽 준비하는 사람도 그럴 것이며 각종 예산을 쓰는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지금 저지르고 지금 그걸 기정사실화 해버리지 않으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혼란을 막으려고 있는 것이 사법부이고 입법부이지만 혼란의 충격속에서 아직 자기 이익을 따지지 못하는 지금이나 이렇지 국정공백의 혼란이 보다 본격화되면 그들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우병우가 오만한 태도로 검찰조사를 받는 것을 보면서 검찰의중립성을 믿는 국민은 없다. 박근혜는 탄핵의 대상인데 우병우는 결백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쿠데타를 했는데 나는 시키는대로 총이나 쐈으니 무죄라고 하는 꼴이다.
시국이 혼란스러워 지면 언론의 논조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엉터리 정부에게 받아낸 약속들을 이용해 먹고자 하는 외세의 침략은 없을까? 박근혜는 범죄자인 로비스트 린다킴과 친했으며 사드 선정이나 개성공단 폐쇄에 최순실과 린다킴이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미국은 서둘러 사드 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과연 그걸 지역민들이 받아들일까? 미군과 한국인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쩔 것인가. 롯데가 이권을 약속받고 땅을 줘버리면 어쩔 것인가.
이런 것은 가능한 혼란의 일부중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과 이승만 정권때나 전두환 정권때와는 차이가 있다. 그때의 우리나라가 자전거였다면 지금의 우리나라는 항공기다. 한진해운이 물류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 이것도 최순실과 관련있다는 의혹이 있다. - 그런 혼란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수출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진해운 뿐만 아니라 여러 파업들로 인해서 몇달만 한국 경제가 멈추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나 될 것인가.
이 모든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하나밖에 없다. 대선을 다시 치뤄서 새로 대통령을 뽑는 것이다. 그래야 사법부도 입법부도 질서가 잡힐 것이고 국민도 수사 결과를 제대로 기다릴 것이며 결과에 불만족스러워도 선거의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나라가 다시 안정화 될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해 보면 최선의 답은 하나밖에 없다. 박근혜 자진 사임이다. 그게 아니면 대통령은 지금까지 들어난 모든 의혹들이 다 오해이며 따라서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를 믿고 임기말까지 참으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믿고 기다리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그게 가능할까?
이번 주는 마지막 시한 즉 마지막으로 평화로운 집회가 될 것이다. 박근혜가 사임하지 않으면 정치와 데모와 파업은 점점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11월 17일은 수능이다. 최순실의 딸은 별로 잘 칠 필요가 없던 수능말이다. 수능이 가지는 의미에 따라 그때까지는 조용할 수 있지만 수능이 끝난 주말의 집회는 매우 격렬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라는 게 아니다. 매우 높은 확률로 그럴 수 밖에 없다. 사회적 피해는 축적되어가는데 박근혜 사임이외에 시간이 안걸리고 빠른 길은 없기 때문이다. 탄핵? 언제 그 절차를 다 밟는다는 말인가. 여야 합의? 여당보다는 덜할지 몰라도 국민들이 야권 정치인이라고 무조건 존중하고 존경하는게 아니다. 그런데 여야 합의하면 국민이 그걸 왜 따르겠는가? 야권이 여당에게 뭔가 양보받으면 대부분의 무당파 국민들은 입을 닫쳐야 하는가? 이 답답함이 사람들을 격렬하게 만들 것이다.
미래는 모르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박근혜가 일찍 사임할 것같지 않다. 쉬운 길은 없다. 하지만 박근혜 사임만이 유일한 길이다. 우리가 지금 역사의 이 자리에 서있는 이유는 길게 보면 자력으로 해방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고 짧게 보면 박정희가 총탄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아버지 대신에 그 유령으로 우리 앞에 서있다. 우리는 유령을 쫒아내거나 아니면 유령의 망령에 영원히 지배당해야 한다. 우리는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기로에 서있다.
'주제별 글모음 >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희 가족은 촛불집회에 갑니다. (0) | 2016.11.11 |
---|---|
트럼프의 승리 어떻게 봐야 하는가 (0) | 2016.11.09 |
박근혜와 점차로 다가오는 큰 싸움 (0) | 2016.11.02 |
신격화와 허풍의 끝, 탈권위주의가 옳다 (0) | 2016.10.31 |
박근혜와 새 시대의 여명 (0) | 2016.10.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