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주가와 환률은 흔들리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대부분의 미국 매체들이 클린턴을 공식지지했고 예측했으며 심지어 자기 당의 하원의장도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겼다. 인종차별과 여자비하에 외교적 협박을 공공연히 하던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니 한 미국의 아나운서는 이건 꿈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라고 선거방송에서 말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제일 흔하고 제일 쉬운 설명은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의 경박한 언사에 화가난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는 것은 그를 찍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문제있는 사람 혹은 미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왜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행동하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좋은 설명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세상이 굴러가는데로 그냥 굴러갔으면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트럼프를 찍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의미에 대해 다른 해석을 가할지 몰라도 한가지에 있어서는 공감대가 있다. 그것은 트럼프는 변화를 의미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행복하고 지금 사업이나 공부가 잘 되는 사람이 불필요하게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예를 들어 구글이나 애플같은 기업 혹은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같은 사람이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트럼프를 좋아할까?
식코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는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 마이클 무어가 말한 트럼프가 이길 5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미국의 사양화된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는 미국판 브렉시트가 될 수 있다.
2. 분노한 백인 남성의 최후의 저항.
3. 힐러리의 문제.
4. 우울한 샌더스 지지자들.
5. 제시 벤추라 효과.
살짝 설명을 붙여보자면 1번의 이유는 자유무역을 통해서 산업이 위축된 지역의 사람들이 분노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2번의 이유는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말하고 사는 것을 위선으로 느끼게된 문화적 기득권층 즉 백인 남자들이 현 정치 사회적 상황에 대해 저항감을 느낀다는 말이다. 3번의 이유는 힐러리가 현실정치에 타협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정치인 특유의 거짓말과 위선을 행했고 이때문에 힐러리에 열광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며 4번의 이유는 힐러리와 경쟁했던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그다지 열광적으로 힐러리를 찍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5번의 이유는 사람들은 이미 정치에 큰 희망을 걸고 있지 못해서 이렇게 찍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하고 진지하지 못하게 선거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라는 것의 좋은 예가 바로 위에서 말했던 첫번째나 두번째 이유다. 전통적인 공업지대가 나프타같은 자유무역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져 쇠락하게 될 때 사람들은 불행하게 느끼고 무력하게 느낀다. 물론 민주당이라고 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안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상황은 좋지 않고 오히려 점점 나빠만 지고 있다. 미국의 어떤 사람들이 말로 다할 수 없는 부를 축적하는 동안 어떤 사람들은 지독히 나쁜 상황에 처한다. 이런 사실을 미국 의료보험의 실태에 대해 고발한 식코같은 다큐를 만든 마이클 무어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천천히 좋아질테니 기다리라는 말을 더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소외된 계층의 분노가 폭팔직전이었다는 것을 그는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송곳으로 갉아내는 개혁보다는 망치로 부수는 개혁을 원한다. 따라서 변화를 가져올 트럼프가 그래도 기회를 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을 것이다.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미국이 트럼프에 의해서 망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미국의 붕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우리는 이런 생각에 부딪힌다. 실은 미국은 이미 2008년 경제위기때 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2008년의 경제위기 이후 미국은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규모의 돈을 풀었다. 그래서 요즘은 미국 경기가 살아났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모든 미국인들이 다 같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늘 그렇듯 경제 위기속에서 더 치명적인 치유불가능한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미국인은 한번은 오바마같은 지적이고 진보적인 해결책을 추구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매력적이고 훌룡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인정해도 그가 지난 두번의 임기동안 미국을 근본부터 바꿨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가 임기가 다해서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려고 했었다. 그런데 미국을 오바마가 구하지 못했는데 힐러리가 미국을 구할 수 있다고? 이제 미국은 지금이 좋아라는 식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미국이 굳어지는 것에 반대한 사람들이 이단아 트럼프를 지지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대로라면 당장 죽을 판이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중요한 것은 오바마도 힐러리도 트럼프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라는 제국이 성장을 멈췄다는 것이다. 제국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때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의 삶이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질서도 지킨다. 그런데 제국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할 때 거대한 제국을 일사분란하게 통합하여 하나로 움직이려는 힘은 악처럼 느껴지게 된다.
사실 사람들 하나하나의 입장과 취향과 생각은 다 다르다. 그런 사람들이 뭉쳐서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그 안에서 어떤 공통의 생각을 가지고 사는 이유는 그런 제약은 싫지만 뭉침으로써 더 부유하고 더 강력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하면 차라리 작은 집단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사는 것만 못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분명했던 것 중 하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과 힐러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나라에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한쪽이 다른 한쪽을 가르키며 비도덕적이며 아둔하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아둔함은 적어도 어느 정도 관점의 문제다.
하나의 미국은 국경을 열던가 닫던가 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하나가 아니라 다수의 국가라면 각각의 국가는 자기 형편에 따라 국경을 열수도 닫을 수도 있을것이다. 여기에서 모든 국가는 자유무역을 최대한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나 하는 소리다.
이명박이 그러했듯이 트럼프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엄청난 투자를 통해서 일시적으로 경기를 좋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나중에 더 나쁜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밀어부쳐야 한다. 그 나쁜 일을 상쇄하려면 적을 만들어야 한다. 유태인을 증오하게 만든 히틀러나 일본을 통일하고 나서 조선 침략을 시작한 토요토미 히데요시처럼 말이다. 트럼프같은 사람은 멈춰서는 순간이 몰락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든 트럼프를 억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꼭 성공할지 모른다. 다국적 기업들은 반드시 미국인들을 고용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많은 수의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하려면 더 일찍했어야 했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좌절한 미국인들에게 더 빨리 희망을 주었어야 했다.
또다른 것은 미국이 분열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소비에트유니언이 사라질 때도 놀라운 일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언젠가는 미연방도 다수의 나라로 쪼개질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말이다.
제일 가능성이 큰 것은 물론 전쟁을 하는 것이다. 무기산업은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 협박은 무력으로 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일 수도 있다. 이런 시기에 제일 불안한 것은 북한옆에 살고 있으면서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줘버리고 받아오지 않은 한국일 것이다.
어느 것이나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지르지 않을 범죄적이고 위험한 행위들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로 몰락할 트럼프가 미친 짓을 할 가능성은 상당히 클 것이다. 우리는 이런 어려운 시기를 실용적으로 잘 헤쳐나갈 집권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물론 현 정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와 박근혜가 만나서 한반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그녀는 뭐든지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간단히 줘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빨리 새로 선출해야 한다. 위기관리가 되는 사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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