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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놈의 원리와 아는 병

by 격암(강국진) 2016. 12. 2.

요즘 대통령 탄핵이 지지부진하다. 탄핵같은 절차를 생각도 없이 즉석에서 저지를 수는 없는 것이지만 문제는 그 생각이란게 무슨 생각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은 당연히 대통령은 지금 탄핵받을 만한 짓을 저질렀는가 하는 것이지 대통령을 탄핵하면 앞으로 어떤 혼란이 올 것인가라던가 다음 대권은 누가 차지하나라던가 어떤 정파가 유리해 지는가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아니다. 이것은 상식이기때문에 너무 쉽게 그걸 누가 모르냐는 핀잔과 함께 무시되기 쉽지만 그렇게 쉽게 무시되지 말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박근혜 최순실 병신환란도 다 설마 이정도의 상식은 지켜지겠지하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상식이 무너졌던 것도 정확히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말하는 사람들을 그걸 누가 모르냐면서 잘난척하며 무시한 사람들때문에 생겼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상식을 지키기 어렵고 그런 순진해 보이고 당연해 보이는 원칙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머리좋은 사람의 꾀에 의존하고 싶은 유혹은 강하지만 우리는 그런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터져나온 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언론에 불려나와서 자기 의견들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들을만했던 것은 바로 유시민이 썰전에서 12월 1일날 했던 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건 바로 우리는 모른다라는 말이었다. 모르는 데 안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다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번에만 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는 변호를 하고 검찰은 수사를 하고 판사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누구나 다 정치적 계산도 하고 경제적 계산도 하니까 우리나라에 자꾸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 아닌가? 심지어 의사나 과학자같은 전문가도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같아서 문제 아닌가? 왜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과 상식에 매달리지 않고 자꾸 자기가 전체 대국을 다 예상할 수 있거나 내가 아니면 대한민국은 안된다라던가 재벌이 아니면 안된다 혹은 어떤 재벌가문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발상에 빠지는가. 지난 수많은 선거만을 봐도 이러저러하면 반드시 이러저러하다는 확신이 깨진 경우가 셀 수도 없다. 그 확신에는 이번 선거는 반드시 누가 된다던가 이번 선거를 지면 한국은 절대로 당장 망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살아서 지금 병신환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오늘도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사람들이 또 자신의 확신에 빠져서 원칙과 상식은 던지고 작은 꾀로 세상을 어지럽히려고 한다. 


진짜 생각이 깊은 사람들이 지금 이순간 말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바로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어야 한다. 탄핵이 될 것이라던가 탄핵이 안될 것이라던가 그걸 누가 아는가? 여기서도 저렴한 계산들이 오히려 문제를 만든다. 이런 저런 계산을 하다보니 비박이 탄핵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이 무슨 자연법칙처럼 절대 바뀔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야당은 어차피 다 찬성표를 던질 테니까 미래가 이미 결정된 사람들로서 탄핵의 주도세력이 아니라 어떤 의미로 중요성이 없는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탄핵 불발은 대통령에 대한 면죄부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지금 시국에 국민들은 개헌을 원한다는 지극히 근거없고 비현실적인 주장도 자꾸 나오고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계산이 없는 사람이고 그 다음이 계산이 있지만 그 계산이 뭔지 남이 모르는 사람이며 가장 안 무서운 사람은 무슨 계산을 하는지가 뻔한 사람이다. 그 계산이 남이 보기에 뻔하다는 것은 그 사람은 환경의 종속변수라는 뜻이다. 즉 그 사람은 이런 말을 듣고 이런 환경에 처하면 이러저러하게 움직인다는 것이 예측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은 종속변수에 불과해서 점점 더 안 중요해 진다. 왜냐면 그 사람을 결정하는 다른 변수가 진짜 미래를 결정하는 주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잘난 척하는 아는 것많은 샌님이 무대포인 무식한 자에게 휘둘리는 일이 현실에 종종 일어나는 이유도 지식과 계산으로 샌님이 자기 손을 스스로 묶기 때문이다. 결국 산처럼 책을 읽은 사람이 미친 놈에게 휘둘린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어디 한둘인가. 이 것은 미친 놈의 원리라고 부를 만하다. 예로부터 군주가 신하에게 자기 마음을 모두 들키지 말아야 했던 것도 이 이유때문이다. 군주가 예측가능해 지는 순간 군주의 권력도 소멸되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에 큰 파문을 던졌던 이유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정해진 틀에 따른 계산으로 만들어진 관습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행적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노무현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한 계산을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도 계산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 정적들에게 가장 강한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노무현이 탄핵 정국도 일부러 일으켰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결국 탄핵은 실패하고 탄핵후폭풍으로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수없이 많다. 노무현이 부산 선거에서 진 일에서 후단협 사건에 이르기 까지 노무현은 많은 고난을 겪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바보같은 노무현이 걸었던 길만큼 대단한 결과를 남긴 길도 없었다. 보수는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노무현을 폄하하고 우습게 말하는 사람은 한국에 많지만 사실 노무현이 이룬 정도의 성과 비슷한 것도 낸 사람이 없다. 있다면 김대중 정도일까. 이걸 잔머리 수준의 계산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바로 작은 꾀에 중독된 사람들의 헛소리에 불과하며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노빠라고 할만하다. 노무현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런 계산이 가능할 리가 있는가. 노무현은 계산을 하지 않았다. 계산을 해도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정해진 원칙안에서 일을 해나갔을 뿐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이런 저런 계산에 스스로 휘둘리다가 무너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계속 자신의 초라한 계산과 지식을 자랑하며 자신을 노무현정도는 우습게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방법중의 하나는 주변 사람의 말이나 관습에 무비판적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다. 남들이 다 자식들 유학보내면 나도 유학보내야 할 것같고 남들이 다 부동산 투기하면 나도 투기하고 하는 식으로 세상을 살다보면 내가 무슨 예측을 해, 나는 아주 겸손했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세상일을 아주 잘 아는 것처럼 산 것이다. 왜냐면 꼭 유학이 필요하다라던가 부동산 투기는 안전하며 지금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예측에 대한 확신이 바로 그 유행과 관습속에 포함되어 기 때문이다. 


그럴 때 관습이나 유행에 저항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 사람은 꼭 사람들의 선택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지적하고 알 수 있는 것에만 의존해서 살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러면 이런 저런 관습에 중독되고 이런 저런 유행에 휘둘리며 이런 저런 잔꾀로 중무장한 사람들은 그 사람을 바보나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비웃곤한다. 이런 저런 자질 구레한 정보를 가지고 마치 자기가 아는 것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유혹한다. 진짜 답은 우리는 모른다는 것뿐인데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이 깨어있다고 하는 것은 주로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인식한 것을 말한다. 깨어있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뭔가를 아는 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박근혜 최순실 병신환란은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과거의 사례는 소용없다. 지금 평론가니 정치인이니 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언행을 보면 그들은 자신들이 대중을 안다고 생각한다는 인상을 종종 받는다. 안다고 생각하니까 미래가 예측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지금의 대중은 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망을 형성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안다고 하는 대중에 대한 이해는 과거에 기반한 것이다. 과연 이번에도 그 예측이 맞을지 어떻게 확신하는가? 


탄핵불발이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라는 주장은 어떤 바보가 하는 소리인가? 그런 주장의 바닥에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에 실패하고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국민들이 체념하고 수그러들 것이 분명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즉 탄핵불발이면 상황종료라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촛불집회가 대중이 만들어 내는 마지막 수단일까? 민심은 포기하고 가라앉을까? 나는 대중이 뭘 더 발명해 낼지 알지 못한다. 다만 대중이 이전처럼 무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믿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는 지금 탄핵국면에서 벌어지는 언행들을 기록하려는 시도가 있는 듯하다. 누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는지에서 누가 탄핵을 무력화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나치전범을 오랜 시간후에도 처벌하듯이 박근혜 정권 부역자들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적으로 처벌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사실 정리만 누가 하면 될뿐 정보는 망속에 이미 쌓이고 있기 때문에 검색을 통해서 나중에 다 들어날 것이다.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클라우드 펀딩으로 돈을 모아서 기록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지금 이미 길가에 버려지다 같은 음원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배포되고 있지 않은가?


이 탄핵국면에 대한 에너지가 그런 기록과 문화물을 고리로 해서 응집되면 한국의 정치, 사법체계를 모두 다 뒤집어 버리는 혁명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진작에 사퇴했으면 그정도에서 수그러들었을 민심이 탄핵불발로 오히려 더 커지고 그 힘이 망을 통해 재집결되는 미래도 상상가능하지 않은가?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이미 불이 질러지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뿌리박아온 오랜된 기득권 세력 전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이것은 물론 나의 상상일 뿐이다. 거듭 말하지만 대중이 뭘 찾아낼지, 뭘 할 수 있는 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나는 차라리 탄핵이 실패하면 더 좋은 미래가 올 것이다라고 예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앞일은 알 수 없으며 우리는 다만 현재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는 점을 다시 말하는 것 뿐이다.


탄핵이 성공할 거라던가 말거라던가 하는 계산을 정치가들이 왜 하는가. 그런 계산은 조금만 지나치면 결국 국민들의 뜻을 정치가들이 왜곡하는 수단이 된다. 탄핵을 사유화해서 협상테이블에서 자기 재산처럼 말하게 될 수있다. 더구나 비박들이 모여서 탄핵을 가지고 정치적 협상에 나선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들도 박근혜 정권을 만든 죄인들이다. 그들이 지금이라도 해야할 일을 하면 정상참작이 되겠지만 적반하장의 행위를 하면 그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친박세력에 못지 않게 나빠질 것이다. 그런데 왜 야당들이 계산을 하고 설득을 해야 하는가. 야당이 설득해서 비박들이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과대망상이다. 비박을 누군가가 설득하고 협박한다면 그것은 촛불집회고 국민이다. 


시대는 새로운 민주화의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바로 더 강력한 망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민주화 시대에 귀족이나 한 줌의 정치세력이 정보를 독점하려고 하는 노력은 시대의 분노를 산다. 마찬가지로 더 강력한 망이 발전하고 있는 요즘 대중과 정치사이에서 정보를 왜곡하고 가로막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시대의 분노를 살 뿐일 것이다. 대중은 분명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친다. 정치가들은 그녀를 즉각 탄핵하라. 그 결과가 뭐가 되건 그 다음 일은 그 다음에 또 생각해서 해나가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건 미래에도 문제는 있겠지만 우리가 지금 뭔가를 알고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이 그 문제를 더 키우기도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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