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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발포해수욕장과 신지명사십리 해수욕장

by 격암(강국진) 2017. 9. 23.

몇일전에는 차를 혼자 몰고 전라도의 남쪽 바닷가를 2박3일로 돌고 왔습니다. 크래커와 치즈, 맥주정도를 가지고 바닷가 앞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자는 여행이었습니다. 모기약을 가져가는 것을 잊어서 약간 고생했으며 그래서 차에서 충분히 자지 못했지만 예상대로 혹은 예상밖으로 남쪽 바닷가는 예쁘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시기는 요즘처럼 해수욕장이 폐장된 때입니다. 해수욕장은 화장실이 있고, 주차장이 있으며 물론 해변이 아름답습니다.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은 예외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개의 해수욕장은 이런 곳들이 그냥 비어져 있어서 오토캠핑장이 따로 없습니다. 저는 전남 다도해쪽을 골랐는데 그 이유는 그곳이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부산에서 공통적으로 먼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기 쉽지 않지요. 지도를 펴고 그럴 듯해 보이는 곳 두군데를 골랐는데 나중에 보니 둘 다 유명하거나 사연이 있는 곳이더군요. 구형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이지만 멋진 곳들 사진이라 소개해 봅니다. 


첫날 차를 달려서 도착한 발포해수욕장입니다.  이곳은 해양수련원앞이라 보트를 타는 사람이 한동안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심코 선택한 곳이 한적하고 아름다워서 저는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은 북쪽만 빼고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서 멋진 해변이 참 많습니다. 동해도 서해도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다도해의 바다는 참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발포해수욕장의 옆에는 빅토리아호텔이라는 좀 낡아보이는 호텔이 있었습니다. 찾아보니까 박근혜가 와서 휴가를 보낸 곳이라는 기사가 있더군요. 산책하고 생각에 잠기기 좋은 해변이었습니다. 요즘에는 과도하게 개발된 곳들이 너무 많은데요. 그렇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두번째 숙박장소로 가는 길에는 발포에 들렸습니다. 이곳에는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긴 방파제 길이 있더군요. 그리고 이순신장군과 관련된 유적의 선전들이 있었지만 관광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 지나쳤습니다. 방파제로 가는 길에는 흑염소 한마리가 묶여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흑염소 한마리, 고양이 한마리 그리고 갈매기떼들을 봤는데 왠지 멋진 풍경들 만큼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쪽 바다는 다도해이고 해변이 아주 울퉁불퉁하지요. 그래서 두번째 숙박장소로 가는 길도 직선으로는 70킬로미터정도인데 실제 주행거리는 그 두배가 넘었습니다. 가는 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명한 땅끝마을에 가봤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드라이브하고 라디오 듣고 책읽고 혼자 생각하는 것이 주제였기 때문인지 땅끝마을에는 오래 머물수가 없더군요. 가게가 많아 번잡하고 아름답기로는 땅끝마을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남쪽 바닷길 어디에 가도 그정도는 아름다우니까요. 사람들이 즐겨 사진을 찍는 조형물들도 제 삐딱한 시선으로는 왜 만든건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둘러 땅끝마을을 빠져나왔습니다. 



전남지방에 가면 저는 종종 그 풍경이 이국적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흙색깔도 다르고 산도 바다도 인간의 손때가 덜 묻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운전중에 본 들판의 모습들은 사진으로 거의 남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두번은 길가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바다만큼이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광경들이었습니다. 저는 차를 세우고 한시간정도 책을 읽다가 길을 떠났습니다. 



한국은 아름답다! 하지만 이쯤되면 이제 남쪽 지방의 아름다움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에 더 놀랄 일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숙박장소인 신지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도착한 순간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2킬로미터는 펼쳐져 있는 해변을 거의 혼자 차지한 느낌은 마치 어디 아주 먼 무인도에 도착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응당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해야겠더군요. 



신지해수욕장은 좋습니다. 그런데 뭐가 좋은가를 말하자면 별로 할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아무 것도 없는 해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해변에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한 시간들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해변길이 2킬로미터나 되기 때문에 끝에서 끝까지 왕복하면 1시간짜리 산책이 됩니다. 특히 요즘에는 인간이 내는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명상음악같은 파도소리만 들리는 산책이 되는 것이죠.  제주 올레길도 좋지만 너무 인상적이고 치유되는 산책이었습니다. 



산책을 하다보니 이곳은 소개하지 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저나 모를 뿐 유명할데로 유명한 곳을 말이죠. 신지면은 다리로 연결되어 육지가 된 곳입니다. 그리고 나서 많은 펜션과 음식점들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아직 괜찮습니다만 이곳이 너무 개발되어 문화적 정체성이 잡탕같은 유원지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수도권에서 멀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입니다. 이런 곳이 오기 쉬운 곳이었다면 보존하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다리가 생긴 것만으로 이미 섬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제가 만난 동물은 흑염소와 고양이 그리고 갈매기였습니다만 그리고 보니 조개들도 만났군요. 해변가를 걷다보면 모래위를 조개가 움직인 자국을 보게 됩니다. 고양이는 편의점앞에서 만났는데 특이하게 사팔뜨기 고양이였습니다. 아이폰을 차에 둔 관계로 고양이 사진은 없습니다. 사람에게 구걸해서 먹고 사는 고양이같았는데 비수기에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걱정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살기 힘든 시대로군요. 



한국은 아름답습니다. 이번에 남쪽 바다를 둘러보고 꼭 다시 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행기타고 외국으로 가지 않아도 세상의 끝에 간 느낌을 주는 남해바다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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