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이 잘 깨닫지 못하는 일 중의 하나가 한국인은 감옥에 산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그저 당연한 일로만 생각해서 감옥인줄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감옥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그것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이유는 우리가 세뇌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욕망에 세뇌되어 있고 그 다음에는 그렇게 세뇌해서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때문에 세뇌되어 있지요.
생각해 보면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한국이 작다, 작다하지만 한국은 도시 하나가 아닙니다. 인구도 큽니다. 그런데도 수도권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서울이 문화와 교육과 정치와 경제등 모든 것의 중심입니다. 이런 수도권 집중이 왜 감옥이 되는가 하는 것은 수도권의 집들 특히 강남의 은마아파트 같은 곳들이 보여줍니다.
은마아파트처럼 낡았지만 비싼 아파트는 왜 그런지 그 답을 알면서도 기묘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을 만듭니다. 그 아파트의 실수요자는 물론이요, 거기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마저도 사실은 엄청난 돈을 가진 사람들이거나 엄청난 빚을 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돈을 가지고 은마아파트처럼 낡고 좁은 곳에 삽니다. 은마아파트는 마치 금으로 만든 집같아 보입니다. 1979년에 지어져 지은지 39년된 30평 남짓한 아파트의 매매가가 15억이나 하고 전세도 5억은 되니까요.
우리는 아파트 찬양론에 세뇌되어 있어서 현실을 보지 못할 뿐 한국인의 생활의 질은 형편없습니다. 소수의 엄청난 부자를 제외하면 다들 좁고 낡은 아파트에 삽니다. 이것은 대부분 투기 혹은 투자 심리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감옥안에서 살아도 행복할수 있습니다.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현실이 다른 모든 고통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을 정당화합니다. 스스로에게 아파트도 좋다, 서울이 최고다, 지방은 사람이 살 수가 없는 곳이다라는 식으로 세뇌를 합니다.
사람들은 일본의 동경이나 미국의 맨하탄 영국의 런던같은 곳을 거론하면서 외국도 이렇다고 말합니다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일본 미국 영국중 어느 곳도 한국만큼 도시 하나가 모든 것을 다 움켜쥔 나라가 없습니다. 교육중심, 정치중심, 경제중심이 다 다르고 적어도 서울같지는 않습니다. 그 어느 나라도 천국은 아닙니다만 한곳에 갇혀서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울과 그 서울을 바라보고 사는 수도권 안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삽니다. 그것도 인구기준이고 젊은 사람들 기준으로 하면 4분의 3은 수도권에 사는 것같습니다. 지방에는 노인만 남아있는 곳이 많으니까요. 이 말은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삶에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서울에 살지 않으면 그 사람은 강한 불이익을 당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그리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비싼 댓가를 치루게 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가난한 택시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포항공대에 들어가기 전에는 지방에 살아본 적이 없었고 제가 지방에 간다는 것에 대해서 수십년전에도 제 주변의 서울아이들은 모두 지방에 가서 어떻게 사냐고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래도 그때는 각 지역의 국립대학들은 꽤 경쟁력이 있어서 아직 인서울같은 말이 있지도 않았던 때였는데 말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서울 이외의 장소를 모두 지방이라고 부르고 그곳에서 사는 것을 공포스러워했던 때의 기억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가 바로 감옥을 만듭니다.
많은 젊은 사람들은 서울에서 태어나면 지방에 내려가는 것을 공포스러워하고 서울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반대로 지방에서 태어난 젊은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서 서울로 가려고 합니다. 얼마전에 지방에는 선생님 부족에 시달리고 서울은 교사임용을 못받는 대기자가 넘쳐나는데도 지방으로 발령받는 것을 대기자들이 극도로 싫어한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더 나쁜 것은 어떤 고향에서 태어나 그 지역에서 뿌리박고 평생을 살겠다는 생각을 지역사람들이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가지 못하면 불안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한국이 발전할리가 없고 그런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이민가서 얼마나 많은 댓가를 치뤄야 하겠습니까? 지금의 한국에서 지방은 수도권에 대해 식민지 상태와 비슷한 상황에 있습니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2등국민이고 중요한 일은 모두 수도권에서만 일어난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지방은 서울의 부를 유지시켜주는 기반역할만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재를 빼앗김으로써 말입니다.
정작 그렇게 서울에 간 사람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사는 사람의 대부분도 작은 빌라나 아파트에 살면서 평생을 대박을 노리지만 결국 그곳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대박을 친 것도 같은데 그것도 결국은 숫자 놀음일 뿐입니다. 서울에서는 정말 낡고 좁은 아파트도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평생을 저축하고 돈을 벌어서 아파트를 샀고 숫자로 보면 재산은 늘었는데 늘었다는 재산이 알고 보면 그 낡고 좁은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간 셈입니다. 그것도 대부분 은행융자가 있는 상태에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은퇴할 때까지 그렇게 사는 겁니다.
저는 낡고 좁은 아파트 그 자체를 나쁘게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사람은 꼭 단독주택에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한칸짜리 원룸에 살아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렇게 살며 또한 자신의 선택에 따라 거기를 벗어나 살 수 있다면 모든 형태의 삶이 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꼭 넓은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살아야 합니까?
다만 한국에서는 삶에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너무 없다는 지적을 하는 것입니다. 즉 상당한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그냥 정해준 대로 한 형태로만 살아야 합니다. 그것도 평생에 걸쳐서 젊었을 때는 이렇게 살아보고 나이가 들면 다르게 살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생 기본적으로 수도권의 빌라나 아파트에 살아야 합니다. 돈도 없지만 교육의 문제도 있고 직장도 거기에 있으니까요.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스스로의 욕심때문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는 곳은 언제나 수도권이었으니까요.
어떤 이유건 선택의 여지가 없이 하나의 형태로 산다는 것은 감옥입니다. 노예나 종으로 태어나 평생 노예노릇, 종노릇하면서 이것도 좋다, 사람 사는게 다 이렇지 하다가 죽는 것이 불쌍한 삶인 이유는 반드시 그들이 일을 많이하기 때문이거나 그들의 생활수준이 열악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을 많이하고 열악한 곳에서 살아도 자기 소신에 따라 그렇게 살아서 존경받고 행복했던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닙니다. 따라서 노예의 열악한 삶의 조건은 어쩌면 본질이라기 보다는 본질로부터 파생된 결과입니다. 본질은 노예나 종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선택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주인에게 의존해야 합니다. 주인이 주는 식은 밥을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하고 주인이 제공하는 거친 잠자리를 감사히 여겨야 합니다.
한국은 모든 것을 독점함으로써 감옥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유를 잃고 그 댓가를 치루며 살고 있습니다. 그 댓가가 너무 커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가질 엄두를 못냅니다. 한국인이 빼앗긴 이 자유는 결국은 기득권층이 착취를 하는 수단이 됩니다. 빼앗긴 자유는 노동의 댓가를 빼앗기게 만들고 그걸 누군가가 착취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 감옥을 해체해야만 한다던가 해체 할 수 있다던가하는 생각은 아직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것같습니다. 이것은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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