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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그날 바다를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8. 4. 12.

세월호 사건에 대한 다큐 그날 바다를 조조영화로 보고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홍보해 주고 싶어하고 계시며 동시에 스포일러를 남기면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여 조심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저도 그러하며 그걸 전제로 보고난 후기를 선전삼아 약간 남겨 봅니다. 




다 알고 계시겠지만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승객 476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가다가 침몰한 배입니다. 이 침몰사고는 304명의 희생자를 만들어 냈으며 특히 이 희생자의 상당수는 단원고를 다니던 수학여행가던 고등학생들이였습니다. 그날 바다는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영화입니다. 동시에 도대체 왜 세월호 침몰의 진실은 이렇게 밝혀지지 못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영화를 보면 더 잘 알수 있지만 사실 사고가 난 당일 티비를 본 국민들은 이 사고에 대해 다들 의문을 가졌습니다. 배가 상당히 물위에 있을 때 이미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는 상황이었으니 구명조끼입고 물로 뛰어만 들면 다 살 수 있었을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생방송으로 보는 가운데 수백명을 태운 채 배가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황당한 일이 일어납니다. 헬기가 뜨고 주변배들이 모여들고 해경들이 보트에 올라타기도 하는 상황속에서 말입니다. 


사건이 비극인 것은 둘째치고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알아내는데 있어서 온갖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하필이면 그때 선박의 위치를 기록하는 서버가 중단되고 cctv가 멈추며 정부측에서 제출한 자료들이 서로 모순을 보입니다. 


정부에서는 이 사건을 배를 잘못 틀어서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 짓고 재판도 진행했지만 이 다큐는 그런 결론은 결코 옳지 않다고 보여줍니다. 결정적인 증거중의 하나는 배가 침몰하기 직전 아주 급격히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그건 cctv로도 알 수 있고 생존자들의 증언으로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외력이 없으면 배에 탄 사람이 날아갈 정도로 급격히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배는 단 1초만에 수십도가 움직입니다. 배의 진행방향을 꺽거나 화물이 쏠려서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네티즌 자로는 잠수함이 세월호에 부딪혔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바다는 외력은 맞지만 선박의 운항기록을 보면 잠수함은 아니라고 결론짓습니다. 그게 잠수함이라면 계속 잠수함이 여러번 따라오면서 부딪힌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 결론은 그것은 레이더 자료나 cctv, 선박 자동 식별 장치 (AIS) 신호들 그리고 해저 지형과 배의 침몰을 보고한 다른 배의 함장의 증언을 조합한 결과입니다. 진짜 답은 스포일러이므로 여기에 적지 않겠습니다. 


다큐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은 세월호의 침몰원인은 결코 미스테리가 될 사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타고 있었고 승무원들도 있으며 정상적이라면 배의 운항에 대해서 데이터가 아주 많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스테리가 되지 말아야 할 사건이 미스테리가 됩니다. 그리고 정부는 누가 봐도 과학적이지 않은 결론을 가지고 서둘러 사건을 봉합해 버리려고만 합니다. 진실규명을 돕기보다는 자꾸 덮어버리려고만 하는 겁니다. 


세월호 사건은 희생자를 낸 규모만 봐도 비극이지만 그 이후 여러가지 조사 방해를 통해 일들이 미뤄졌기 때문에 점점 더 큰 사건이 됩니다. 왜 구조를 언딘만 하게 했는지, 왜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은 그렇게 오래걸렸는지도 다 이상한 사건입니다. 그래서 비용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천문학적으로 증가했지요. 


다큐를 보면 전문가의 역할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세월호 사건같은 대참사는 당연히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러 참사는 다 상황이 크게 다릅니다. 그러니까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말할 전문가는 많다면 아주 많고 없다면 아무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AIS 전문가는 있지만 그 전문가가 세월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칠 의지와 지혜를 가졌는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결국 누군가 의지를 가진 사람이 파고들어서 세월호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그 사람이 세부적인 전문가의 결론들을 합쳐야 전체적인 그림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고 그저 전문가에게 맡겨두자고만 하면 전체그림은 신경쓰지도 않는, 실은 아주 허접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이 사건을 왜곡하기 쉽습니다. 


정부자료는 분명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다큐는 보여줍니다. 그런데 첩보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정부가 자료를 조작하면 대단히 치밀하게 할 것같지요. 제가 이공계 대학원생 생활을 해본적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정부조작이란 참 허접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합니다. 우선은 유족들을 돕는 의미가 있을 겁니다. 관심을 가져줘야 이 바보같은 일처리가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드물다고는 해도 또 무슨 비극들이 세상에 있겠죠. 그때도 이렇게 바보같이 일처리가 이뤄진다면 우리는 몇백명의 어린 학생들을 태연히 죽이는 인간들이 활보하는 나라에 살게 될 것입니다. 그건 끔찍한 일이지요. 


영화는 많은 세세한 자료들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줍니다. 그것만으로도 볼만한 영화로 추천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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