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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가 온다

by 격암(강국진) 2018. 5. 27.

지난 몇일간 한반도는 크게 요동쳤다.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깨버리는 편지를 썼는데 이에 대해서 북한이 욱해서 나오면 그걸로 평화로의 길은 아주 멀어지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북한은 유화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그 이후 얼마지나지 않아 비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놀라운 사건이 있었고 이제 다시 미국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은 가능하기도 하다는 메세지가 좀 더 세게 나오고 있다. 


시련은 우리를 강하게 한다고 하던가 나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진짜로 한반도 평화가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람들이 주로 떠드는 것과는 좀 다른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북미 정상회담의 진짜 핵심은 핵문제도 아니고 심지어 한반도 평화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결과나 동기다. 분단의 시작은 결국 냉전 시대였다. 그 경계가 무너진다면 그것의 핵심도 결국은 강대국간의 힘싸움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미회담의 진짜 핵심은 중국과 미국의 이득과 힘겨루기이다.



 냉전이 끝난 오늘날의 세계를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그것은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왕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을 왕으로 모시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고 이런 단순화가 미국에 대한 지나친 사대주의가 아니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그런 비판도 나름의 일리가 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미국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계의 정점을 미국으로 파악하는 단순화가 이 세계를 모두 다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런 시각을 통해서 어떤 이해에 도달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이해는 비록 일정한 한계를 가지겠지만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그럴 듯한 설명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런 단순화는 그래서 지금의 북한과 그 변화를 어떻게 파악하게 하는가?  북한의 세계 경제로의 참여와 편입이란 결국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질서에 편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것을 미국이 이득으로 생각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당장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에게 있어서 북한은 몇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적이다. 북한은 미국 대중에게 미국의 최대 적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2017년 yougov라는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대의 적중의 하나가 아니라 아예 압도적으로 최대의 적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1등을 한 이 조사에서 2,3,4,5등을 한 다른 나라는 이란과 시리아 이라크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이었다. 


적은 종종 아군 이상의 가치가 있다. 범죄자가 없으면 경찰의 존재는 무의미하다. 그러면 경찰에게 지불하는 댓가를 시민들은 낭비라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질서가 가치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 미국은 없는 적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적이 너무 강해서 미국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적이 하나도 없는 세상은 나름의 문제가 있다. 


두번째는 중국의 우방이다.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건 미국의 질서에 있어서 지금 가장 큰 위협은  역시 중국이다. 그리고 북한은 냉전질서의 와해 이후 중국에 기대면서 생존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한반도의 분단이란게 결국 영향력의 확대를 막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지금의 상황이란 결국 중국이라는 물주가 북한을 고용해서 친미국가인 남한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이 퍼지는 것을 억압하고 있는 면이 있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북한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친미적 성향이 강해지면 질 수록 중국이 위험해 진다는 것이 된다. 


세번째는 그다지 미국인들이나 미국 정부가 믿고 있는 것같지는 않지만 잠재적 경제 시장이다. 지금의 세계에서 중국, 일본, 한국이 있는 극동 아시아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북한은 이 극동아시아의 중앙에 박혀 있다. 만약 북한이 개방되고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은 투자처로서 북한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에게 요즘은 이런 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세상에서 북한의 선택은 흑백으로 단순하게 말하면 둘 중의 하나다. 하나는 중국의 그늘에서 미국의 적 노릇을 하면서 김일성 가계의 세습 정부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개방된 친미국가로 변해서 경제발전을 추구하고 미국의 우방으로써 중국을 압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꼭 이런 흑백이 아닐 수 있으며 반대로 북한이 이런 흑백의 선택이나마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도 환상일 수 있다. 중국의 그늘에서 살면서 북한의 경제는 남한보다 한없이 뒤쳐졌다. 고립에도 한계가 있는데 정말 이런 식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북한 내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반감이 증대하지는 않을까? 


또한 중국은 북한이 세계 경제 질서 안으로 나오면서도 중국의 혈맹으로 남아있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는 것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그건 중국이나 북한의 희망사항이다. 


이번에 북미회담을 거부하는 편지를 쓰는 트럼프가 이 일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불평했던 것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CVID 같은 무의미한 말이 의미하는 실질적인 의미는 사실 북한이 친미국가가 되는 것이다. 북한이 친미국가가 되고 세계 경제에 깊숙히 들어오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이유도 없고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친미가 아니면 적인데 한번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이 CVID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북한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쓰면 불안감이 남는다. 따라서 판이 뒤집어 지는 것이다. 즉 트럼프는 북한이 완전한 친미국가로 전향할 것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이것은 결국 중국의 영향력을 포기하라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트럼프 편지 소동의 결과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제일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5월 27일자 머니투데이 기사가 지적하고 있듯이 중국이 논의 과정에서 빠지도록 압력을 받은 부분이다. 트럼프는 회담을 취소하면서 김정은의 태도가 중국의 시진핑을 만난 이후에 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 김정은은 미국이나 남한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거나 만난다 싶으면 중국의 시진핑을 만난 경향이 있다. 트럼프는 그런 분위기에 확 찬물을 뿌려 버렸다. 그래서 중국과 북한 사이를 차단했다. 어쩌면 종전선언을 하는데 있어서 중국은 참여하지 못하고 한국 북한 미국 3국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판은 훨씬 더 단순해 졌다. 미국과 북한이 있고 그 옆에서 한국이 보조할 뿐이다. 북미회담의 취소소동이 가져온 결과가 이것이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를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게는 그것에 크게 접근한 상황으로 보인다. 등거리 중립외교란 결국 이론적인 것이다. 실질적으로 북한이 세계 경제에 편입될 길은 미국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점을 이번 소동을 통해 김정일도 분명히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은 여기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 한반도가 완전히 미국의 도구가 되지는 못할 거라는 무게를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미국의 우방이지만 전두환이나 박정희가 대통령일때와 민주정부일 때 그 의미는 다르다. 중국의 불안감을 달래는 역할은 바로 한국의 시스템이 해야 한다. 지난 정권처럼 사드 배치 같은 걸 상의도 안하고 마구 하는 그런 행동을 안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지금은 분단 이후 없었고 다시 또 올지 모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한국의 경제 성장과 민주화 그리고 주변 국가들의 내부 사정이 얽혀서 틈이 생겨났다. 미국정부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중요한 치적으로 삼을 필요가 생겨났다. 중국, 일본, 러시아도 모두 자국 내부의 사정으로 강하게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 평화가 있는 시대를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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